▲ 그래픽_황성환 뉴스워커 그래픽 1담당

[뉴스워커_국제정세] 미국 정부가 이란산 원유수입 금지와 같은 경제 제재를 추가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등 8개국에 허용했던 예외조항을 거둬들이는 방식이 될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의 경우 수입하고 있는 초경질유(콘센데이트) 수입량의 51%가 이란산으로, 이는 당장 대체하기 힘든 물량이기 때문에 예외조치를 연장 받기 원하지만 전망이 불투명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 우리 정부, 한시적 예외조치 연장 협의에 나서

로이터 통신은 지난 1일(이하 현지시간) 미국 정부가 이란에 대해 석유 수출금지와 같은 추가제재를 검토하고 있으며 이를 5월 중에 부과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또, 미 행정부 관계자도 이란 경제 중에 타격받지 않은 부분에 대해 추가 제재를 가할 것을 고려하고 있으며, 이란 핵합의 탈퇴 선언 1년을 맞는 날 추가 제재안 발표를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 추가 제재안은 한국을 포함한 중국, 인도, 이탈리아, 그리스, 일본, 대만, 터키 등 8개국에 한시적으로 허용한 예외 조항을 거둬들이는 방식이 포함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관계자의 말이다.

미 행정부는 버락 오바마 전임 정부 시절에 맺은 기존 합의가 이란의 핵실험․개발을 제대로 막지 못했다며 새로운 핵합의를 요구했으나 이란이 이를 거절하자 2016년 1월에 맺은 핵합의에서 지난해 5월 탈퇴를 하고 그해 8월 금융제재를 시작으로 11월부터는 이란의 원유수출 금지 등의 방식으로 본격적인 경제재재에 나섰다.

당시 미국은 한국 등 8개국에 대해 석유 시장의 원활한 공급을 보장하는 차원에서 6개월간 한시적으로 이란산 원유를 제한된 물량으로 수입하는 것을 인정한 바 있다. 대신 이란산 원유수입양을 지속적으로 감축하라는 조건이 있었으며, 감축량을 토대로 6개월마다 제재 예외 인정 기간을 갱신하도록 했다. 그 기한이 바로 한 달 후여서 우리 정부는 미 외교당국과 지난달 28일 미국 워싱턴D.C에서 미국의 대이란제재에 대한 한국의 예외국 지위 연장을 위한 협의를 했다.

미 행정부에서 이란에 대해 추가 경제제재를 검토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기 전부터 우리 외교부는 예외 인정 시한 만료일인 5월 3일을 앞두고 미 측과 지속적으로 협의를 해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월 6일에 홍진욱 외교부 아프리카․중동국장이 페이먼 미 제재담당 부차관보와 면담을 했고, 같은 달 14일과 20일에는 서울에 온 프랜시스 페논 미 에너지 차관보과 윤강현 경제외교조정관이 협의하기도 했다. 이때 미 측은 “무조건 자동 연장이 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비공식적으로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그리고 지난달 28일 윤 경제조정관을 수석대표로 하는 정부관계부처 활동대표단은 미국 워싱턴D.C 국무부에서 미 정부 대표단과 협의하면서 공고한 한미 동맹과 우리 석유 화학 업계에서 이란산 콘센데이트의 중요성 등을 강조하면서 한국에 대해 최대한 신축성을 발휘해 줄 것을 요청했다.

◆ 낙관적이지 않은 한시적 예외조치 연장

우리 측의 요청에 미 측 수석대표인 페논 차관보는 이란에 대한 압박과 제재를 더 강화해 나갈 방침이라고 원론적인 입장을 밝히면서도 한국의 특수한 상황에 대해서도 고려해 보겠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전망이 낙관적이지 않다는 게 일반적인 견해다. 미 브라이언 훅 대이란 정책특별대표가 지난 2월 NHK등 외신 인터뷰를 통해 “이란 제재 예외 조치를 연장할 계획이 없다”고 이미 밝힌 데다가 볼턴 보좌관이 이끄는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등이 연장 조치를 강하게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블룸버그 통신 등 미 언론에 따르면 NSC측과 미 에너지부의 당국자들은 “이제 행정부가 이란산 원유 수입 제로화를 지킬 때”라고 주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석유 가격이 급등할 수 있어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 등은 반대 입장을 보이고 있지만 강경파들은 유가가 낮은 수준으로 유지되고 있다는 사실을 근거로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이 추가 대이란 제재 검토에 강경한 입장을 보이는 이유는 이란이 국제사회의 제재 중에도 북한과 핵무기 및 탄도미사일 개발협력을 계속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됐기 때문으로 보인다. 미 의회조사국(CRS)는 지난 달 15일 보고서를 통해 ‘이란의 외교 및 국방정책’의 내용을 소개하면서 “공개된 자료 분석만으로는 북한과 이란 간 협력의 범위를 정확히 파악할 수 없지만, 양국이 마시일 개발협력을 계속하는 것으로 강하게 의심된다”고 설명했다. 또한 “북한과 이란의 협력분야에는 핵무기도 포함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미 의회를 위해 정부 정책이나 전략을 분석하는 CRS의 객관성과 정확성은 국제사회에서도 인정을 받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러한 CRS의 보고가 나온 일주일 뒤인 22일, 미국은 이란 핵문제와 관련해 이란의 핵과학자와 관료 등 개인 14명과 기관 17개를 제재 대상에 지정했다. AFP통신에 따르면 이란혁명수비대의 통제 아래 핵폭탄 제조 임무를 맡아온 것으로 알려진 ‘방어혁신연구기구(SPND)’ 소속 과학자들이 블랙리스트에 올랐다는 것이다.

이때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트위터를 통해 “이번 이란 제재는 ‘최대의 압박’ 작전”이라면서 “우리는 WMD(생화학무기·핵무기·중장거리미사일 등 짧은 시간에 대량의 인명을 살상할 수 있는 무기) 확산과 모든 불법 활동에 관여할 능력을 절대 인정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미국이 발표한 ‘한시적 예외조치 연장 불가’도 이러한 입장과 맥을 같이 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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