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사회고용진흥원, 50대 이상 베이비붐 세대 위한 재취업 지원사업 실시

50대 초반 이숙자씨는 서울 사당사거리 슈퍼체인에서 캐셔로 일하고 있다. 집에서 가까워 출퇴근하기 좋아 남들보다 더 열심히 일하고 있다. 하는 일이 약간 고되도 4개월째 접어드니 이제는 매장 전체를 파악하는 사원이 됐다. 이 씨는 중년에 접어들어 일하는 보람을 새삼 느끼고 있다.

이 씨는 여느 주부처럼 젊을 때 잠시 직장을 다니다 결혼과 함께 회사를 그만둔 경력단절여성이다. 아이들이 대학을 졸업하거나 군에 입대해 이제는 일거리가 줄었다는 안도감도 잠시, 그는 생업전선에 나서지 않을 수 없었다. 중소기업 부장으로 일하던 남편에게 연말에 회사를 그만둔다는 말을 들은 것이다.

이 씨는 남편의 퇴직 후를 생각하면 잠이 오지 않았다. 은퇴를 대비해 마련해놓은 것이 아무것도 없을 뿐만 아니라 아이들의 장래를 생각하면 아직은 돈을 벌어야 하기 때문이다. 남편 나름대로 퇴직에 대비해 새로운 일을 알아보지만 이 씨도 직장을 알아보기 시작했다. 알바와 주부가 할 수 있는 소일거리들을 지역 광고지 등을 통해 백방으로 알아봤지만 나이가 많고 경력이 전무하다는 이유로 같이 일해보자고 연락 오는 곳은 없었다.

남편의 장래도 불투명한 것은 마찬가지. 부부는 이러다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생활 무능력자로 주저앉지 않을까 하는 미래에 대한 불길한 생각에 초조해지기 시작했다. 그렇게 허송세월로 보낸 지난 해 말부터 올해 초까지의 시간들은 악몽 같았다. 하지만 지성이면 감천이라 했던가.

이 씨는 50세 이상도 인턴으로 채용하고 그 기간을 잘 활용하면 직원으로도 취업할 수 있는 ‘장년인턴제’ 참여자를 모집하는 ‘고령사회고용진흥원’을 찾아갔다. 장년인턴제는 50대 이상 베이비붐세대의 재취업을 위해 정부가 인턴 채용기업에 고용지원금을 지원하는 재취업지원사업이다. 이 씨처럼 경력단절여성도 인턴을 통해 업무를 배우고 능력을 인정받으면 정규직으로 취업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이 씨는 고령고용진흥원의 김경희 상담사를 만나 “유통업체에서 근무 하고싶다”는 뜻을 전달한 데 이어 김 상담사는 여러 곳을 수소문한 끝에 이 씨의 주거지와 가까운 슈퍼체인을 소개했다. 물론 이 씨는 이전에 유통업에서 근무한 경험이 없었으나 담당매니저는 “수습을 통해 일을 배우며 근무할 수 있다”고 격려해줬다.

이 씨가 받는 월 급여는 160만원이다. 업계 평균 수준이지만 초보 캐셔인 이 씨에게는 적지 않은 수준이다. 이중 50%인 80만원을 고용노동부가 장년인 이 씨를 인턴으로 채용하는 조건으로 기업에 지원하고 있다. 이 씨는 인턴을 마치고 다음 달부터 정식직원으로 고용될 예정이다.

이처럼 ‘중견인력재취업지원사업’(장년인턴십)은 중장년층들의 채용을 장려하는 한편 유통업체 등 중소기업의 인력난을 해소하고 업체의 인건비를 지원하는 정책이다. 고용노동부가 주관하는 이 사업은 종업원 5인 이상의 중소기업과 50세 이상 장년 미취업자라면 누구나 참여해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이 씨처럼 50세 이상(1963년 이전 출생)으로 건강과 일하고자 하는 열정만 있다면 누구든지 참여할 수 있다. 100세 장수시대를 맞아 일할 수 있는 연령이 높아지고 있는 세태를 반영해 정부는 올해부터 경력단절여성과 퇴직 장년들의 재취업을 본격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최근 장년층들이 창업과 재취업이 어렵게 되자 정부가 지원하는 재취업지원 사업에 눈을 돌리고 있다. 무엇보다 정부가 지원하는 사업장은 기본적으로 4대 보험 등 근로조건이 양호하고 지원금 등 금전적 혜택이 크기 때문이다. 중소기업들도 예전과 달리 장년들의 책임감과 성실성을 높게 평가하며 장년인턴에 대한 달라진 인식으로 정규직 채용 사례가 늘고 있다.

이제 장년들은 성별에 관계없이 건강하다면 오래 일해야 하는 시대이다. 이는 경제적인 필요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다. 일 자체를 즐겨야 하는 시대라 할 수 있다. 나이를 의식하지 않고 계속 일하고 싶은 베이비부머 등 장년이라면 정부가 지원하는 재취업 사업에 도전해 일의 성취와 보람을 느껴보면 어떨까.

이 사업에 참여를 원하는 기업과 장년들은 고령사회고용진흥원 홈페이지(www.ask.re.kr)에서 신청서를 내려 받아 신청하거나, 서울 방배동 소재 고령사회고용진흥원 본사(070-4652-5327)를 방문하면 상담을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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