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래픽_황성환 뉴스워커 그래픽 1담당

[뉴스워커_오피니언] 지난 4월 3일 한국은 5G 서비스를 상용화했다고 선언했다. 이와 관련하여 일본 언론을 중심으로 미국 버라이즌의 5G 상용화가 세계 최초라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했지만 몇 가지 이유로 이에 동의하는 것은 쉽지 않다.

먼저 한국의 서비스 제공 시각이 미국보다 1시간여 빠른 것은 누구도 부정하기 어렵고 미국의 5G 서비스는 2개 도시의 일부 지역에서만 가능한 것을 지적할 수 있다.

게다가 미국 5G는 단말기에 추가 모듈을 결합하여만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데 한국에서는 지난해 12월 동글을 추가한 5G 서비스를 제공한 바 있기 때문에 동일 기준을 적용한다면 세계 최초 상용화 시점은 작년 12월까지 거슬러 올라갈 수 있다.

즉 추가 장비의 설치가 필요하지 않은 서비스 이용, 전국적 서비스의 이용이라는 측면에서 상용화를 판단한다면 한국의 5G 상용화가 세계 최초라는 것에 반론을 펴기는 어렵다.

물론 한국이 세계 최초로 5G를 상용화했다고 해서 앞으로도 한국이 확고하게 5G 분야에서 세계를 선도한다고 장담하는 것은 어렵다. 특히 5G 개발, 구축과 관련한 노력을 소홀히 한다면 선도는 고사하고 퇴보할 것이 분명하다.

따라서 세계 최초 5G를 상용화한 것에 자부심을 느껴도 될 것으로 보이나 그 자부심에 도취되어 멈춰 서서는 곤란하며 오히려 앞으로 더욱 치열해질 경쟁에 대비하여 역량을 집중할 필요가 있다.

5G는 개인통신이 아니라 생활상을 완전히 바꿀 인프라

인프라는 인프라스트럭처의 줄임말로서 사회, 경제생활의 기반이 되는 시설, 제도 등을 의미하며 인프라는 개인의 삶뿐 아니라 사회, 국가, 더 나아가 인류의 삶 자체를 바꿀 수 있다.

옛 문장가가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는 표현을 사용한 적이 있는데 이 표현처럼 ‘인프라의 나라’로 유명한 로마를 잘 표현한 문장을 찾기는 힘들다.

로마 민족은 갈리아(프랑스), 히스페니아(스페인), 게르마니아(독일)등에 식민지를 건설하고 군단기지와 로마를 연결하는 가도(도로)를 먼저 건설했다. 로마가 가도를 건설한 것은 적군이 광대한 식민지를 침공했을 때 로마에서 대규모의 증원군을 신속하게 보내기 위해서였지만 영리하게도 로마는 민간 상인에게도 가도를 사용할 수 있도록 개방했다.

그 결과 로마의 가도는 군대 뿐 아니라 물자의 이동통로로도 이용되었으며 당연한 말이지만 로마는 자신의 광대한 식민지로부터 생산되는 물자를 빠른 시간 안에 운송 받을 수 있어 세계 상업의 중심지로 기능하게 되었다.

인프라의 중요성은 로마 뿐 아니라 한국에서도 여실히 증명되고 있다.

▲ 세계 최초로 한국에서 5G서비스를 시작해 세상을 앞서가고 있다. 사진은 서울 양천구 소재 안양천에서 설치된 KT의 5G서비스를 위한 시설.<사진_진우현 그래픽 2담당>

한국에서 인프라의 중요성을 알 수 있는 사건으로 두 가지를 들 수 있는데 하나는 ‘경부고속도로 개통’이며 다른 하나는 ‘인터넷의 보급’이다. 정치적인 입장에 따라 각 사건을 폄하하는 사람도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이 두 가지의 인프라 확충이 최근 대한민국이 소위 잘 나가는 그룹에 끼게 된 중요한 이유 중의 하나로 언급하는데 무리는 없다고 본다.

경부고속도로는 서울과 부산을 잇는 고속도로로 세계 최빈국이었던 한국을 경험하지 못했던 젊은 세대에게는 그 의미가 쉽게 다가오지 못하는 것이 자연스럽다. 그러나 경부고속도로가 건설되고 나서야 ‘1일 생활권’이라는 단어가 생겼으며 당시 미국과 일본을 주요 타겟으로 한 수출 주도의 경제성장 개발 계획에 필수불가결한 존재였음을 생각한다면 그 의미가 작다고 폄하는 것은 어렵다.

인터넷 보급 또한 그렇다. 혹자는 인터넷을 깐 것이 무엇이 그리 대단하냐? 이렇게 물을 수 있는데 이에 대해 간단한 예를 들어 그 의미를 알려줄 수 있다.

인터넷 뱅킹, 온라인 구매, 인터넷 민원이 없다고 가정해보자. 사람들은 은행의 업무 시간에 은행 지점을 직접 찾아야 하며, 상점의 영업시간에 맞추어 직접 상점을 방문해야 하고 공공기관의 업무시간에 맞추어 직접 공공기관을 방문해야 한다.

생각만 해도 불편한 감정이 밀려오는 것을 막을 수가 없다.

경부고속도로, 인터넷과 같은 이미 생활의 일부분이 되어버린 인프라의 영향력을 인지하고 있지 못할 뿐이지 인프라를 제외하여 예전의 생활로 돌아간다는 것을 상상조차 하기 힘들 정도로 이미 인프라는 우리의 생활 속에 녹아 있다. 마치 공기처럼 말이다.

5G도 시스템을 구축하는 초기이기 때문에 여러 말이 돌고 비판도 나오고 있지만 우리의 삶을 근본적으로 바꾸어줄 인프라의 하나로 작동할 것이라는 것을 부정하기는 힘들다.

무선통신인 5G 기술은 자율주행차, 건설기계 등과 결합되어 원거리에서 최적의 조건에 맞는 주행과 운용을 할 수 있으며, 드론 시스템과 연결되어 배송 시스템에 혁명을 가져올 수도 있다. 또한 스마트 팩토리와 스마트 시티에 연결되어 최적의 생산, 생활환경을 제공할 수도 있다.

물론 4G 기술과 함께 실시간으로 정보를 스트리밍할 수 있게 되어 유투브 같은 1인 방송시스템의 폭발적 성장을 가져왔듯이, 전혀 예상하지 못한 분야에서 5G 기술을 활용한 산업이 성장할 수도 있다.

즉 5G는 그 성장성을 정확히 가늠하기 힘들 정도로 크고 폭발력을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5G 구축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 출처: 변재일 의원실, 과기정통부

한국이 세계 최초로 5G를 상용화했으며 5G 관련 시장의 잠재성과 파급력은 폭발적이라고 평가해도 반론하기 어렵지만, 최근 5G 관련하여 몇 가지 문제가 지적되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그 중 가장 대표적인 것으로 설치된 5G 기지국 장치 수가 적어 충실한 5G 서비스 제공이 어렵다는 점과 서울, 수도권을 중심으로 서비스 제공이 편중되어 있다는 점이다.

통신사들도 기업인 이상 투자비용을 회수할 수 있는 인구 밀집 지역부터 장비를 우선적으로 설치하는 것을 비난하기 어렵지만, 5G 서비스 이용자들이 불편을 감수하고 있는 것 또한 부정할 수 없으므로 이를 해소하는 것에 역량을 집중할 필요는 있다.

물론 비판에 대해서 조건반사적으로 기지국을 많이 설치하는 것이 능사는 아니며 장비 제조사는 통신 성능과 보안 성능이 우수한 장비를 개발할 필요가 있고, 통신사는 장비에 대한 이해도를 높여 효율적으로 커버리지, 통신 품질, 보안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

비판이 제기된다고 하여 아무런 고려 없이 임기응변식으로 대응할 것이 아니라 5G의 지속적 발전이라는 방향성 아래 차근차근 시스템 구축을 진행해야 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이에 더해 정부에서도 5G를 단순 산업 발전 지원으로만 이해할 것이 아니라 우수한 인프라 구축 측면으로 이해하여 R&D 관련 지원, 기지국 장비 설치 세제 지원 등 5G 관련 산업을 좀 더 적극적으로 지원할 필요는 있어 보인다.

5G는 개인통신 관련 기술이 아니라 자율주행차, 스마트 팩토리 등 관련 산업의 발전을 이끌어낼 수 있는 인프라적인 측면이 강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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