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의 방미 일정을 두고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정치권은 물론 전문가들도 한미간 접점을 찾지 못했다는 평을 내놓고 있는 것이다.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12일 KBS 라디오 ‘김경래의 최강시사’와의 인터뷰를 통해 “지난번의 하노이 회담을 ‘노딜’이라고 그랬는데, 이번의 한미정상회담도 ‘워싱턴 노딜’이었다”며 “(평가가) 박한 게 아니라 그것이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정 전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의 말을(보면) ‘북미회담은 얼마든지 할 수 있다. 그러나 단계를 밟아서 서서히 하자’는 식으로 정리를 했다. 그것을 보면 (북미 대화를) 빨리 안 하겠다는 이야기”라며 “우리는 지금 될 수 있으면 빨리 해야 한다는 입장이기 때문에 ‘굿 이너프 딜’이라는 한미 절충안까지 가지고 갔었는데 그게 서로 맞지 않았다. 한미 간에 접점을 못 만들었다”고 평가했다.

정 전 장관은 “조금 기대를 걸 수 있는 대목은 트럼프 대통령이 문 대통령한테 ‘북한의 의사를 빨리 확인해 알려달라’(는 것)”이라며 “직접 만나서 그 이야기를 또 했다면 문 대통령이 북쪽에 전달할 수 있는 메시지를 줬을 수도 있다”고 ‘비밀 메시지’의 가능성을 언급하기도 했다.

통일부 장관을 지냈던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는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국회의원-상임고문 연석회의에서 “우리의 입장을 좀 더 명확하게 하고 담판 성격의 정상회담으로 갔어야 한다”며 “답답한 정상회담이었다”고 지적했다.

정 대표는 “여전히 정상회담이 끝났어도 한국이 독자적으로 펼 수 있는 것은 거의 없다”며 “이것이 과연 남북관계 발전이 비핵화 협상에 도움이 된다는 레토릭과 어떻게 조화될 수 있는지 답답한 정상회담이었다”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문 대통령은 귀국 후 대북 특사 파견 등 남북정상회담 성사를 위한 절차를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북한이 남북교류 사업과 관련된 정부의 요청에 응답하지 않는 등 묵묵부답인 상황이기 때문에 북한이 어떻게 응할지는 미지수다.

다만 북한도 여전히 대화의 의지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북한은 11일 열린 최고인민회의 1차 회의에서 국무위원회에 대미외교 라인들을 대거 포진함으로 인해 ‘김정은 2기 외교 체제’를 꾸려 나가면서 미국과의 협상에 나설 가능성을 시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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