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워커_국제정세]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해상 프로젝트) 프로젝트가 미국의 강력한 견제 속에서도 거침없는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이번 주 25일부터 사흘간 베이징에서 있을 제2회 일대일로 포럼에 37개국 정상과 유엔 사무총장, 국제통화기금(IMF) 총재 등 90여개 국의 국제기구 수장, 150여국의 고위급 대표단 등 5000여명이 참석한다. 여기에 일대일로 프로젝트에 참여하겠다는 국가들도 속속 늘고 있어서 중국의 세력은 점점 커지고 있다.

▲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해상 프로젝트) 프로젝트가 미국의 강력한 견제 속에서도 거침없는 행보를 이어가고 있는 모습이다.<그래픽_황성환 뉴스워커 그래픽 1담당>

◆ EU 집행부 중국 일대일로 견제, 그러나 유럽의 주요국가도 포럼 참석

제1회였던 2017년 일대일로 포럼에는 29개국 정상과 130여 개국에서 1500명의 대표단이 참여한 것에 비하면 올해 있을 두 번째 포럼에는 참여인사가 대폭 늘었다. 우리나라에서는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정부 대표단장격으로 참석하게 되며, 민간에서는 김한규 21세기한중교회협회 회장(전 총무처장관) 등이 참석한다. 이렇게 우리나라를 포함하여 일본, 프랑스, 독일, 영국 등은 고위급 대표단을 파견하고, 북한에서도 대표단을 보내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서 주목해볼 점은 프랑스, 독일, 영국 등 유럽의 주요국가들도 이 자리에 참석한다는 점이다. 사실 유럽연합(EU) 집행부 자체에서는 중국이 일대일로를 확장해가는 것을 우려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3월 23일 이탈리아가 중국의 일대일로 프로젝트 참여를 위한 MOU를 맺은 후 유럽 내에서도 중국에 이탈리아 주요 항구들을 팔아넘기는 것 아니냐며 우려의 목소리가 있었다. 이후 시진핑은 이탈리아의 일대일로 참여에 대한 EU의 불안을 불식시키기 위해 유럽순방에 나섰지만 장 클로드 융커 EU 집행위원장은 일대일로가 중국에 일방적으로 유리한 거래라며 비판했다. 융커 위원장 말에 따르면 일대일로 프로젝트를 시행할 때 중국인 노동자뿐만 아니라 유럽인 노동자 역시 건설과정에 참여해야말 그 혜택이 돌아가는 것인데, 중국은 일대일로를 위한 철도․항구를 건설하는 과정에서 그 나라 기업이 아닌 중국 이업을 활용하고 있다는 점을 꼬집었다.

사실 중국은 건설에 필요한 노동력, 자재, 기계설비 등을 모두 중국에서 조달하기 때문에 일대일로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국가에서는 경제적 이익은 커녕 과도한 빚만 남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라오스, 파키스탄, 몽골 등이 그 대표적인 예다.

◆ 미국, EU․캐나다와 함께 일대일로 견제에 나서

미국도 역시 EU 융커 위원장의 말과 똑같이 중국의 일대일로의 문제점을 꼬집은 바 있다. 중국의 일대일로가 경제 인프라 건설을 빌미로 주변국들에 과도한 채무 부담을 지우는 ‘부채 함정 외교’라고 비판해왔는데, 결국 뜻을 같이하는 EU와 손잡고 중국 견제에 나섰다. 지난 11일 미국은 EU․캐나다와 함께 미국의 정부 기구인 해외민간투자공사(OPIC)와 MOU를 체결한 것이다.

OPIC는 지난 1971년 설립하여 신흥기업에 투자하려는 미국 기업들에게 외국인 직접 투자와 관련된 리스트를 관리할 수 있는 도구를 제공하고, 신흥 시장 국가의 경제 발전을 촉진하며, 미국의 외교정책을 선전하는 것을 주요 목표로 해왔다.

그러나 중국의 일대일로 견제를 위해 OPIC의 성격에 변화를 줄 것으로 보인다. OPIC는 우선 EU 소속 15개국 개발은행의 연합체인 유럽금융개발금융기관협회(EDFI), 캐나다의 개발금융개발기관 핀데브 캐나다(FinDev Canada)는 상호 협력을 위한 MOU를 체결했다. MOU 체결 이후 OPIC는 “이번 제휴를 통해 참여 기관들은 개발 목표를 공유하고, 지속 불가능한 국가 주도 모델에 대한 강력한 대안을 제시”하겠다는 뜻을 밝혔는데, 여기서 ‘지속 불가능한 국가 주도 모델’은 중국의 일대일로 사업을 가리키는 것으로 읽힌다. 그리고 OPIC측은 “우리는 참여국 주권, 환경보호, 일자리 창출, 투명성, 지속 가능성 등 5가지 원칙을 지켜나갈 것”이라면서 “우리는 개발사업이 택해야 할 모범을 세계에 보여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OPIC는 지난해 말 일본, 호주의 개발금융기관들과도 협약을 맺으면서 인도 태평양 지역의 개발 사업을 협력해 나가기로 했다. 이렇게 OPIC는 중국 일대일로 견제를 위해 여러 나라와 협약을 맺고 사업 규모를 대폭 확대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 그럼에도 일대일로 MOU 국가 늘어

이렇게 미국과 EU 등이 중국을 견제하고 있음에도 일대일로 프로젝트를 위한 MOU를 맺는 국가들이 속속 늘어나고 있다.

우선 유럽에서는 이탈리아에 이어 룩셈부르크가 지난 3월 27일 중국 일대일로 협력 MOU에 서명했고, 스위스도 일대일로 참여를 예고했다. 스위스 우엘리 마우러 대통령은 이번주에 있을 일대일로 포럼 참석 후 곧바로 일대일로 참여 MOU에 서명할 예정이라는 것이다.

또한 말레이시아에서도 무산위기에 놓였던 일대일도 철도사업이 규모를 축소해 재개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2일 현지언론 보도에 따르면 말레이시아 동부해안철도(ECRL) 사업을 관장하는 재무부 산하 말레이시아 레일링크(MRL)와 시공사인 중국교통건설은 사업 재개를 위한 추가 합의문에 서명했다는 것이다. ECRL 사업이 완료되면 중국은 미군기지가 있는 싱가포르를 거치지 않고 중동 원유를 수출할 통로를 확보할 수 있게 된다.

그리고 지난 11일, 카리브해의 바에이도스, 수리남, 트리니나드섬, 토바고, 가이아나에 이어 자메이카가 인프라 및 무역 관련 협약을 맺으면서 일대일로 참여에 대한 약속을 했다.

자메이카까지 일대일로 협약을 약속하자 미국은 자신의 앞마당이라 여겼던 남미마저 중국에 내주게 된 상황에 당황하는 모습이다.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이후 남미 4개국을 방문하면서 “우리는 너무나 빈번하게 중국의 약탈적 대출과 부채 외교가 이 지역의 긍정적 발전해 역행해 왔다”면서 중국에 비난의 수위를 높이기도 했다.

사실 미국이 그간 ‘미국 우선주의’ 표방하며 무역분쟁을 일으킨 모습과는 상대적으로 중국은 속마음은 그렇지 않을 지라도 일대일로를 통해 경제적으로 어려운 국가들에 투자하는 것처럼 비쳐졌기 때문에 세력 확장이 가능했다.

이로써 미국이 중국을 어떻게 견제해야 하는 지 정답은 나와 있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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