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워커_시사칼럼] 여야 국회 ‘빠루 난장판’, 안타깝다
[뉴스워커_시사칼럼] 여야 국회 ‘빠루 난장판’, 안타깝다
  • 김영욱 시사칼럼니스트
  • 승인 2019.04.29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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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_뉴스워커 황성환 그래픽 1담당

[뉴스워커_김영욱 시사칼럼니스트] ‘난장판(亂場板)’이란 말은 여러 사람이 어지러이 뒤섞여 떠들어 대거나 엉망진창 뒤죽박죽이 된 어지러운 상황을 가리킬 때 쓴다. 

<살아있는 한자교과서>, <조선실록> 등에 따르면 ‘난장’은 5일장 또는 7일장처럼 정해진 장날 외에 특별히 며칠 간 임시로 개설한 장을 말한다.

특산물이 집산되는 시기에 주로 열렸다. 이때가 되면 온갖 놀이패와 투전꾼, 건달이 모여들고, 각종 연희가 베풀어지며, 사기·도박·싸움이 일어나는 등 시끌벅적한 장이 열린다.

이 무질서한 상황을 ‘난장판’이라고 표현한다. 하지만 ‘난장’이니 ‘난장판’이니 하는 말은 원래 시장통과 관련해서 나온 말이 아니라, 조선 후기 과거 시험장의 시끌벅적 어수선한 분위기를 가리키던 말이다.

과거 시험장에는 상상도 할 수 없을 만큼 온갖 부정행위가 난무했다. 좋은 자리를 차지하기 위하여 주먹패를 동원하는 일이 예사였고, 밤 새워 줄을 서 있다가 시험장에 문이 열리면 수만 명이 한꺼번에 돌진하는 바람에 실제로 깔려 죽는 사람이 속출하기까지 했다.

시험 문제가 사전에 유출되는가 하면, 채점관과 짜고 답안지에 미리 표시를 해 두거나, 답안지 바꿔치기, 대신 써 주기, 합격자 바꿔치기 등 온갖 수단이 동원됐다. 조선 후기의 과거 시험장은 한마디로 통제 불능의 난장판이었던 것이다.

시간이 흘러 작금. 서울 정치 1번지 여의도 국회에서 난장판이 재현되고 있다. 여야 4당과 자유한국당은 지난 25일부터 선거제도 개편안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 등 개혁법안의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 처리를 둘러싸고 극한 대립을 이어가고 있다.

여야가 정면충돌하면서 33년 만에 국회 경호권이 발동되는 등 헌정 사상 초유의 불명예 기록을 양산했다.

여야 4당은 해당 안건의 패스트트랙 지정을 위해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와 사법개혁특별위원회 회의를 소집했지만 한국당의 ‘육탄방어’에 막혀 성사되지 못했다.

특히 25일 검경 수사권 조정을 위한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접수돼야 할 국회 본관 7층 의안과에서는 인편으로 법안을 제출하려는 더불어민주당과 이를 막으려는 한국당 당직자들이 격렬한 몸싸움을 펼쳤다.

“한번 혼나볼래”, “징역에 넣어라”는 등의 막말도 오갔다. 한국당이 의안과 문을 걸어 잠근 채 사무실을 점거하자 국회 경위들이 이를 열기 위해 장도리와 망치 등 공구들이 동원되면서 ‘빠루’(노루발못뽑이) 공방도 펼쳐졌다.

패스트트랙은 절차일 뿐 법안 내용이 확정되는 건 아니다. 내년 총선의 룰을 정하는 선거제도 개편안과 국가 미래에 큰 영향을 미칠 공수처안 등 개혁법안이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되면 법안 처리에만 최장 330일이 소요된다.

며칠 더 대화하는 게 불가능하지도 않을 뿐더러 앞으로도 얼마든지 정당 간 협의가 가능하다.

여야는 패스트트랙 지정을 놓고 휴일인 어제에도 국회 대치를 이어갔다.

주말동안 표결 시도는 없어 물리적 충돌이 빚어지진 않았다. 하지만 민주당과 한국당이  맞고발과 긴급 기자회견 등으로 여론전에 나서는 등 한 발짝도 물러서지 않을 뜻을 밝히며 이번 주도 극한 대립이 이어질 것임을 시사했다.

선거제 개편안을 비롯해  공수처안, 검경수사권 조정 관련 법안 등이 심도 있는 토론과 협상 대신 이렇게 ‘폭력과 폭주’를 거쳐 입법 과정을 밟는 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여야는 이성을 되찾고 대화와 타협을 통해 정치적 해법을 모색해야 마땅하다.

극단적인 대립은 국민들의 정치 불신만 가중시켜 정치인들이 설 자리만 좁힌다는 사실을 여야는 명심해야 한다.

여야가 재현한 ‘난장판’이 안타깝기 그지없다. 난장판 주역인 여야 의원들은 달마다 꼬박꼬박 챙기는 세비(歲費)가 국민들의 ‘혈세’임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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