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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워커_국제정세] 미국이 2일(이하 현지시간) 대 이란 제재의 일환으로 이란산 원유 수입을 전면 중단했다. 한국 등 8개국에 적용됐던 제재 예외 조치마저 없어지면서 해당 국가는 물론 국제 유가 변동에 따른 글로벌 경제에 대한 우려의 커지고 있다.

◆ 對이란 제재 더욱 강화하는 미국

미국이 지난해 이란에 대한 제재를 시작하면서 한국․중국․일본․인도․터키 등 8개국에 대해 이란산 원유 수입을 한시적으로 허용한 바 있다. 그러나 지난 2일 180일간 적용됐던 예외 조치를 중단하는 것으로 이란산 원유 수입을 전면 금지했다.

핵합의와 관련해 이란을 압박하기 위함인데 미국은 원유 수입 전면 금지 조치뿐만 아니라 이란 경제 제재를 더 강화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석유화학제품의 수출을 막는 방안과 생필품 등 소비재 수입을 위해 필요한 달러화 공급을 억제할 방법을 검토하고 있는 것이다.

석유화학제품은 이란에게 원유 다음으로 최대의 자금줄이다. 2015년 기준 연간 190억 달러 규모의 석유화학 제품을 수출했으며, 향후 2년 이내에 360억 달러로 늘리겠다는 계획이다. 미국은 이 점에 주목하여 이란을 더욱 압박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미국은 이란과 거래라는 기업과 금융 기관들을 제재 대상에 포함시켜 이란 정권의 달러화 자금줄을 원천 차단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의 보도에 따르면 미 재무부는 이란의 석유화학 제품 수출 대금을 송금 받는 데 활용될 가능성이 있는 싱가포르, 아랍에미리트, 말레이시아, 아르메니아 등의 국가 금융 기관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 미 재무부는 지난해 8월부터 시작된 금과 기타 귀금속 수출 금지, 이란의 달러화․자동차 구매 제한 등의 제재도 한층 더 강화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 반발하는 이란

미국의 이러한 조치로 향후 이란은 극심한 인플레이션(물가상승)에 시달릴 수 있다고 국제통화기금(IMF)은 경고했다. 올해 인플레이션이 50%에 달할 위험이 있다는 것이다.

이를 모를 리 없는 이란이기에 미국의 제재에 적극 반발하면서 앞으로도 원유를 계속 수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은 지난 달 30일 국영방송으로 생중계된 근로자의 날 기념식에 참석해 “이란의 원유 수출을 제로(0)로 떨어트린다는 미국의 결정은 잘못됐다”고 비판하면서 “미국이 이란 원유 수출을 차단하면 우리는 또 다른 방법으로 원유를 수출할 계획”이며 “미국이 원유를 수출하는 통로 한 곳을 막으면 우리에겐 그들이 모르는 6가지 다른 길이 있다”고 말했다.

동시에 이란 내에서는 지난 2015년 미국을 포함한 서방국가와 타결한 핵합의(JCPOA)를 탈퇴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국제 사회와 약속한 핵합의를 충실히 이행하고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이를 분기별로 검증했음에도 미국이 일방적으로 핵합의에서 탈퇴하고 제재를 복원했으며, 유럽 등의 핵합의 서명국가도 핵합의를 지킨 이란의 경제적 이득 보장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있는데, 굳이 이를 유지할 필요가 있겠느냐는 공론이 확산되는 분위기이다.

이란 의회에 구성된 핵정책 위원회의 모즈타파 졸누르 위원장도 “핵합의와 핵확산금지조약(NYT) 탈퇴를 우리의 선택 중 하나로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졸누르 위원장의 발언은 핵무기 개발을 목표로 하는 핵프로그램을 개시하겠다는 뜻으로, 이렇게 되면 미국이 이란에 핵프로그램 개시하도록 공식적으로 빌미를 제공한 셈이어서 오히려 이란 대제재가 역효과를 낳는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

◆ 국내 석유화학업계도 고심

미국이 예외없이 이란산 원유 전면 수입 금지 조치를 취하자 중동 산유국인 카타르는 원유 수입국들이 피해를 볼 수 있다며 비판하고 나섰다. 셰이크 무함마드 빈 알둘라흐만 압사니 카타르 외무장관은 1일 기자회견을 통해 “미국의 이란 제재는 이란산 원유의 혜택을 보는 나라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강화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피해가 예상되는 국가 중 한 곳이 바로 우리나라다. 이란산 원유 수입 금지 예외조치 종료 시점까지도 미국과 협의했지만 결국 예외없이 수입금지 조치를 취한 것이다. 이로 인해 우리나라 석유화학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우리나라 현대오일뱅크, SK인천석유화학, SK에너지, 한화토탈 등 4개의 석유화학업계는 이란산 초경질류를 수입해 석유화학제품의 원료가 되는 나프타를 얻는다. 그런데 이란산이 전제 수입 중 50%를 차지하고 있어 당장 대체재가 필요한 상황이며 이로 인한 고심도 깊어지고 있다.

◆ 국제유가는 괜찮을까

미국이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산유국 3위 국가인 이란산 원유수입 전면 금지 조치를 취하면서 ‘국제유가 상승’ 부분이 우려되고 있다. 최근 국제유가가 오름세를 보이고 있는데 산유국인 이란․베네수엘라에 대한 제재 등 여러 지정학적 리스크로 인해 국제유가는 당분간 상승세를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한국은행이 최근 발간한 ‘해외경제포커스’를 통해 베네수엘라 및 이란의 경제 제재, 리비아 내전, OPEC의 감산 연장 등으로 국제유가 변동성이 높아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국제 유가 상승에 대한 우려가 커지자 사우디아라비아는 미국이 이란산 원유 수출에 예외없이 제재를 부과하면서 발생할 수 있는 원유 공급량 감소를 메우겠다며 미국에 동조하고 나섰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증산에 대한 기대감 때문인지 이란산 석유 수입이 전면 금지된 2일 국제유가는 오히려 급락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날 오후 4시 30분 현재 뉴욕상업거래소에 6월분 WTI(서부텍사스산 원유) 가격은 전날보다 배럴당 1.95달러(3.07%) 떨어진 61.65 달러를 기록했다. 그러나 지정학적 리스크가 해소된 상황이 아니기 때문에 국제 유가 변동성으로 인한 글로벌 경제의 불안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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