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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워커_기자의 窓] ‘33%’, 대한민국 재벌가의 병역 면제율이다. 아직까지도 재벌가 10명중 3명이 질병, 외국 국적 취득 등의 방법으로 국방의 의무를 면제받고 있다. 씁쓸하지만 대한민국 재벌가들의 현 위치다. 

최근 대한민국의 방위를 위해 총탄과 포탄 등을 제조하는 방산기업인 풍산그룹의 오너 2세가 과거 대한민국 국적을 포기하며 군 복무를 면제받았다는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일었다. 풍산그룹은 사업을 통해 나라를 이롭게 한다는 ‘사업보국’을 경영이념으로 삼고 있으나 오너의 2세부터가 대한민국 국적을 포기, 군 복무를 하지 않아 세간으로부터 따가운 비난을 받고 있다

재벌일가들이 일신상의 이유로 정당하게 병역을 면제받았다고 하더라도 대한민국의 기업을 이끌어가는 소위 ‘있는 자’들의 병역 회피는 과거부터 군복무를 중요시하는 대한민국 국민 정서 상 큰 비판의 대상이었다.

병역의 의무를 묵묵히 다하고 있는 ‘평범한’ 대한민국 청년들에게 분노와 상대적 박탈감을 안겨 주며 사회적 불평등을 야기해 공정성을 해치기 때문이다.

또한 한 재계관계자는 “재벌들의 군 복무 회피 문제는 어제 오늘의 문제가 아니다”면서도 “법을 어긴 것도 아니기에 딱히 지적할 수도 없다”고 밝힌 바 있어 재벌들의 병역비리는 국민들로부터 항상 비판 받아왔다

병역비리 논란이 있었던 수많은 기업 및 재벌들 가운데 풍산그룹이 특히 비난을 받고 있는 이유는 풍산그룹이 단지 방산기업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풍산그룹의 창업주 집안은 서애 류성룡 선생의 일가로 알려져 있다. 류성룡 선생은 임진왜란 당시 선조 임금을 수행하며 왜군을 물리치는 데 큰 역할을 했던 재상이다. 실제로 풍산그룹 창업주인 류찬우 전 회장은 류성룡 선생의 12세손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오너 2세의 병역기피 논란으로 이와 같은 풍산그룹의 자부심에 금이 가게 된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향후 풍산그룹의 후계자로 한국 국적을 버린 ‘미국인’ 오너 2세가 지목돼 경영을 맡게 된다면 세간의 비난은 더욱 거세질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방산업체이자 류성룡 선생 일가의 기업인 풍산그룹 오너 2세가 정작 국방의 의무는 다하지 않고 한국국적을 포기, 미국국적을 취득했다. 국방의 의무는 대한민국 남성들이 모두 거치는 숭고한 의무다. 집안이 ‘있는 집안’이라고 병역 의무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오히려 기업 오너 일가는 ‘노블레스오블리주’의 마음가짐으로 윤리적 의무에 앞장서야 한다. 

서애 류성룡 선생은 ‘징비록’을 집필하며 “지난 잘못을 징계해 후환을 경계한다”고 말했다. 풍산그룹이 포탄과 탄약을 제조하며 ‘사업보국’을 하는 것도 좋지만 우선 지난 과오에 대해 입장을 밝히고 반성해야 할 것이다. 그것이 진정한 ‘사업보국’을 위한 첫 발걸음일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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