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워커_국제정세] 이번 주에 있을 미중 고위급 무역협상을 앞두고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돌연 중국산 수입품에 대해 관세 추가 인상을 예고했다. 미국측 발언으로 미뤄봤을 때 지난주 베이징에서 있었던 무역협상 과정에서 중국이 약속을 지키지 않았던 것으로 예상되며, 이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측을 협박했다고 볼 수 있다.

이 때문에 한때 중국 측이 무역협상 중단을 검토하고 있다는 보도까지 나왔지만, 오는 9일 워싱턴에서 있을 무역협상에 임하겠다고 발표하면서 협상은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G2간의 무역협상에서 난기류가 감지되면서 미중 무역분쟁에 따른 불확실성도 커졌다.

◆ 트럼프, 중국에 관세 협박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5일(이하 현지시간) 트위터를 통해 “오는 10일부터 2000억 달러 규모의 중국산 수입품에 매기던 10%의 관세를 25%로 인상하겠다”고 협박했다. 또한 “중국에서 수입하는 3250억 달러 어치의 추가 제품에는 아직 관세가 부과되지 않았지만, 조만간 25%의 비율로 부과될 것”이라고 위협했다.

▲ 이번 주에 있을 미중 고위급 무역협상을 앞두고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돌연 중국산 수입품에 대해 관세 추가 인상을 예고했다. 미국측 발언으로 미뤄봤을 때 지난주 베이징에서 있었던 무역협상 과정에서 중국이 약속을 지키지 않았던 것으로 예상되며, 이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측을 협박했다고 볼 수 있다. <그래픽_뉴스워커_황성환 그래픽 1담당>

미중이 지난달 30일부터 베이징에서 무역 협상을 벌여 왔는데, 이 와중에 나온 돌발 발언이어서 그 배경에 대해 세계의 이목이 쏠렸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중국측이 기존에 합의했던 기술이전 강요 문제 등 여러 핵심 사안에 대해 약속을 번복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스티븐 므누슨 재무부장관은 “지난 주말 중국이 대수의 문제에 관한 문장 가운데 언어를 철회하는 것을 포함한 협정의 새로운 초안을 제시했다”면서 “초안은 협상을 매우 극적으로 바꿀 가능성을 가진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지난주 협상 단계까지 약 90%의 협정이 확정됐으며 중국이 이미 협상한 분야에 대해 다시 논의하길 원했다”고도 말했다.
이러한 미국측의 발언을 살펴보면 중국측이 그동안 해왔던 협상에 대한 합의문 도출과정에서 태도를 바꾸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자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운운하며 강경한 모습을 보인 것이고, 이에 중국 관료들이 워싱턴 협상을 아예 취소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WSJ는 소식통의 말을 인용해 중국 정부가 트럼프 대통령의 압박 전술에 굴복하는 대신 예정된 무역협상을 멈추는 것으로 압박을 회피하려 한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중국 입장에서는 협상을 취소하기는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측에서 10일에 현행 10%의 관세를 25%로 인상하겠다고 밝혔지만, “미중 무역협상이 정상궤도로 돌아오면 관세 부과를 재고할 수 있다”는 말도 덧붙였기 때문이다.

결국 중국측은 이번주 무역협상을 위해 미국 워싱턴을 방문한다고 발표했다. 다만 당초 예정일이었던 8일보다 하루 늦춰진 9~10일 이틀 동안 협상을 진행하게 되며, 100여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됐던 중국 대표단 규모도 작아질 것이라고 CNBC 방송은 보도했다.

◆ 무역분쟁 불확실성 커져

이렇게 G2의 무역협상에 브레이크가 걸리자 무역분쟁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전장 대비 5.58% 폭락하고, 뉴욕증시도 다우지수가 장초반에 471p 폭락하는 등글로벌 증시들이 일제히 하락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에 한국은행도 오늘(7일) 오전 7시 30분 이주열 총재의 주재로 금융, 경제상황을 점검하는 회의가 열었다. 이 총재는 “미중 무역분쟁 불확실성이 재부각 됐으나, 무역협상이 진행되고 있어 크게 불안해할 상황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 총재의 발언을 역으로 생각하면 우리나라가 미중 무역분쟁의 영향을 직간접적으로 받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실제적으로 반도체․자동차․석유화학 등 우리 경제의 주력 산업들이 업황 개선의 전제조건으로 무역분쟁 해소를 꼽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미중 분쟁에 따른 불확실성이 국내 주요 수출기업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의미인데,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도 지난 4일 ‘기업 현장 방문을 통한 주요 업종별 수출 경기 진단’ 보고서를 통해 “주요 5대 업종을 조사한 결과 미중 무역분쟁에 따른 불확실성 증대, 글로벌 수요 감소 등으로 대부분의 업종에서 어려움을 체감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특히 자동차․부품업체들이 중국공장 가동률 하락으로 인한 수출 확대 어려움을, 반도체와 석유화학기업은 수요 감소 등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이다.

◆ 전문가들, 미중 무역협상 긍정적 기대

미중 무역분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국내 기업들은 무역협상 난기류에 불안이 가중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 총재의 발언처럼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특유의 협상전략으로 진단하면서 미중이 협상이 어떤 식으로든 합의할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트럼프 대통령의 트위터 발언에 대해 “중국과의 더딘 무역협상에 대한 불만의 표출이자 미중 고위급 무역협상을 앞두고 유리한 협상을 선점하려는 포석”이라고 분석했다.

시티그룹의 수석 전략가 토비아스 레프코비치는 “트럼프 대통령의 협상 전술이 통상적이지는 않지만 미중 무역 협상이 아무 성과없이 끝날 가능성보다는 어떤 합의라도 나올 가능성이 여전히 더 높다”고 평가했다. 또 경제분석 전문기관인 ‘스트래티거스 리서티 파트너스’의 댄 클리프턴 수석 연구원은 “트럼프 대통령의 전략이 성공하면 무역 협상은 단기간에 끝나고 이 변동성은 기회가 된다”고 분석했다.

물론 뱅크오브 아메리카의 홍콩경제학자들처럼 양국 모두 경제성장률과 시장 상황이 양호해 합의가 급하지 않으므로 무역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질 수 있다는 부정적 시선이 존재하기도 하지만 대체로 양국이 합의를 이끌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무역협상이 타결될 것인지, 교착에 빠질 것인지는 이번 주 협상으로 향방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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