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보험업계에 “로그인 없애라” 주문… 생보협회 “공인인증 거쳐야 된다” 건의
금소연 “생보협회, 보험민원 접수절차 까다롭게 해 민원 건수 줄이려는 꼼수”

금감원의 보험민원 감축 방안에 대한 대책으로 생명보험협회가 민원접수 창구를 틀어막는 ‘공인인증’를 받으라는 기상천외한 대책을 내놨다.

금감원은 홈페이지 로그인조차 없애라고 주문하고 있지만, 생명보험협회는 ‘공인인증’까지 거쳐 접수절차를 까다롭게 해 보험민원 건수 줄이겠다는 것이다.

금감원의 보험민원 감축 주문에 대해 보험업계가 ‘불완전 판매 감축’이나 ‘보험설계사 교육 강화’ 등의 현실적인 대책을 내놓는 것이 아니라 ‘블랙컨슈머와 보험사기가 늘어난다’는 등 민원발생의 원인을 소비자에게 돌리더니, 이번에는 생명보험협회가 민원 제기 자체를 어렵게 해 민원건수를 줄이려 ‘공인인증서를 거친 것’만 인정해 달라는 꼼수를 금감원에 건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금융소비자연맹(www.kfco.org, 회장 김영선, 이하 ‘금소연’)은 이는 소비자 민의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시대에 뒤떨어지는 ‘정신나간 발상’이라고 밝혔다.

최수현 금감원장 취임 이후 금감원에 접수된 민원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보험 민원의 감축을 핵심과제로 선정해 추진하면서, 보험사들은 정확한 보험금 산정, 보험모집 개선 등 올바른 대책 보다는 ‘보험 특성상 원래 그렇다’, ‘보험사기가 늘어난다’, ‘블랙컨슈머가 많다’는 등 보험 민원이 많은 이유를 소비자에게 돌려왔다.

이에 더해 최근 생명보험협회는 인터넷 민원 제기는 반드시 공인인증서 본인 확인을 거쳐 민원을 제기할 수 있도록 하고, 금감원에 직접 접수된 민원에 대해 1차적으로 각 사에 자율조정기능을 부여하고 보험설계사가 제기하는 민원은 보험민원에서 제외해 줄 것을 요청했다고 알려졌다.

반면, 금감원은 오히려 홈페이지도 ‘로그인’ 없이 민원을 신청할 수 있게 개선하라고 주문하고 있다. 소비자가 금융 민원을 신청할 때 회원가입과 로그인을 요구한다는 문제점을 발견해 이를 개선 조치했다고 밝혔다.

홈페이지 ‘로그인’이 필요한 A보험사의 경우 올 상반기 전체 민원 중 2.9%(862건)만이 인터넷으로 접수된 반면, 별도의 로그인을 요구하지 않은 한 B은행은 전체 민원의 56%(470건)가 인터넷을 통해 접수된 것으로 확인되어 ‘로그인’이 민원제기의 걸림돌로 작용하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를 보면 민원접수 창구인 입구를 틀어 막는 ‘공인인증’은 민원을 확실하게 감축시킬 수 있는 조치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이는 보험민원발생의 원인을 보험상품, 판매, 지급시스템의 정비나 보험설계사 교육강화 등 내부에서 찾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에게 돌리거나 민원을 제기하지 어렵게 하여 입구를 막겠다는 근시안적 발상으로 보인다.

금소연 이기욱 금융국장은 “금감원의 보험민원 감축 방안은 환영할 만한 정책이지만, 이를 받아들이는 보험업계는 아직도 시대착오적인 발상으로 소비자의 눈높이를 맞추지 못하는 구태에 빠진 생각을 하고있다”고 밝혔다. 이어 “금감원의 민원감축은 업계의 저항이 아무리 거세도 강력히 추진되어야 하며, 현재도 중복 민원과 블랙컨슈머 민원은 민원건수에서 제외되고 있음에도 이를 핑계로 민원이 증가한다는 이유를 대는 것은 잘못”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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