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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워커_국제정세] 미국의 대 이란제재 이후 걸프만에 전운이 감돌고 있다. 미국이 항공모함 전단과 폭격기를 중동 지역에 급파하기로 결정했는데 이는 이란이 최근 중동 지역 미군 부대를 공격하기 위해 준비 중이라는 여러 징후가 포착됐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또한 이란은 핵합의에서 탈퇴할 의사를 밝히면서 핵위기도 고조돼 중동 정세가 급격히 얼어붙고 있다.

◆ 美, B-52 폭격기 배치
이란, 무장 드론으로 미 함정 위협

미 국방부는 7일 (이하 현지시간) 이란의 공격 계획에 대한 대응으로 항공모함 전단과 폭격기를 걸프만에 배치할 것이라고 밝혔다.

AFP 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미 국방부가 “이란과 이란을 대리하는 군대가 미군을 공격하기 위해 준비 중이라는 명백한 징후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그 징후는 바로 ‘미사일 이동에 대한 우려’인데, 즉 이란 정부가 단거리 핵탄두 미사일들을 근해에서 선박에 실어 운반하고 있다는 첩보가 미군에 입수됐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지난 5일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보좌관이 B-52 폭격기를 배치하겠다고 최초로 발표했고, 이러한 조치는 “미국의 이익이나 동맹국에 대한 어떠한 공격도 용납할 수 없는 무력으로 맞설 것”이라는 틀림없는 메시지라고 말했다.

그러나 미군은 당초 중동 지역에 항공모함 전단과 폭격기 부대를 배치할 계획을 갖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그 계획보다 2주 빨리 배치하게 된 것뿐이다.

미국은 아프가니스탄 전쟁 때까지만 해도 걸프만 등 중동 지역에 최대 2척의 항공모함을 전개했지만 최근엔 1척만 운용하고 있었다. 그러다 이번에 추가 배치하게 된 것인데, 이는 이란이 ‘무장 드론’을 동원해 미 함정을 위협할 계획도 밝힌 영향 때문이기도 하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이란은 항공 전단에 드론을 대거 투입하여 중동 지역 반미 정서를 극복하고자 한다는 것이다. 즉 5천여 명의 미군이 주둔하고 있는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쿠웨이트 등에서 친이란 계열 전사를 선동해 매복 공격을 가하는 한편, 예멘 인근 밥 엘 만뎁 해협과 걸프만 등에서 ‘무장 드론’을 동원해 미 함정을 위협한다는 계획이라는 것이다.

물론 이란의 드론 공격 징후는 이전부터 있어 왔다. 이란은 2011년 추락한 미국의 RQ-170 드론을 역설계해 기술을 습득한 후 미국의 대 이란 제재를 가하기 시작한 지난 3월부터 걸프 해역에서 대규모 드론 훈련을 벌였다. 그리고는 드론 훈련 영상을 스스로 공개하고 있는데, 이는 호르무즈 해협 봉쇄 가능성과 맞물려 있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미국이 이란산 원유 수출을 전면 금지하겠다고 나서자 이란은 원유 수송 길목인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겠다고 협박했다. 실제로 이곳에서 미 해군과 군사적 충돌이 있을 경우 이란이 충분히 대응할 수 있다는 힘의 과시라는 것이다.

게다가 이란은 오늘(8일) 핵합의(JCPOA․포괄적공동행동계획) 이탈을 선언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란 반관영 ISNA통신은 7일,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이 8일 미국의 핵합의 이탈 1년 만에 이행 수준을 축소하겠다는 결정을 발표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또한 압바스 아라치 외부부 차관이 JCPOA 서명국인 영국․프랑스․중국․독일․러시아 대사를 외무부로 초청해 새로운 결정을 통보할 것이라고도 했다.

이들 언론들에 따르면 이란은 핵합의로 동결한 원심분리기 생산 등 핵활동을 부분적으로 재개하고, 한도 이상의 우라늄 농축을 다시 하게 될 것이라는 예측이다. 이는 사실상 핵 프로그램 개시를 의미하는 것이어서 중동 정세는 더욱 불안해질 수밖에 없다.

◆ 중동 정세 불안, 국제 유가에 미칠 영향은

이렇게 미국과 이란의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면서 국제 유가도 불안해지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국내 기름값이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는데, 국제유가가 국제 정세에 따라 춤을 추고 있는 것이다. 미중 무역분쟁이 격화될 가능성을 보이자 원유 수요가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에 따라 하락세를 보였다가 미국과 이란의 긴장 고조로 다시 상승하는 등 국제유가가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 5일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에 추가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위협하자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6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 중질유(WTI) 가격이 장중 배럴당 60.04 달러로 지난 3월 29일 이후 최저치를 찍었다가 다음 날인 6일은 미국과 이란의 갈등이 부각돼 배럴당 62.25 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그러다 7일에는 다시 하락했다. 무역협상을 둘러싼 미중 간 긴장감이 고조되자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6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전날보다 배럴당 1.4%(0.85달러) 떨어진 61.40달러에 거래를 마친 것이다.

이렇게 미중 무역협상 분위기와 미-이란 군사적 긴장감에 따라 국제유가도 널뛰기를 하고 있는 셈이다. 그렇다면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리스크가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향후 국제유가는 얼마나 급등할까가 관심사일 수밖에 없다.

세계은행은 올해 국제 유가가 크게 오르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과 이란의 군사적 긴장 고조 등 지정학적 요인이 있지만 이것이 국제유가에 크게 영향을 끼치지는 않을 것이라는 예상이다. 또 미국이 이란 원유 수출을 전면 봉쇄하기 위해 대 이란 제재를 강화하고 있지만 다른 나라들이 신속하게 제재를 준수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릭 테리 미 에너지부 장관은 최대 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가 이란 제재에 따른 원유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생산량을 늘릴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 발언 역시도 미국과 이란의 갈등으로 인해 국제 유가가 급등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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