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보틀의 한국 진출로 경쟁이 심해지겠지만 소비층 확대도 기대

▲ 그래픽_황성환 뉴스워커 그래픽 1담당

[뉴스워커_산업기획] 지난 5월 3일 서울 성수동에서 미국 커피 전문점 ‘블루보틀’ 1호점이 오픈했다.

블루보틀은 미국 오클랜드에 본사를 두고 있는 커피 로스터 및 소매업체로 2017년 ‘네스카페’와 ‘테이스터스초이스’의 브랜드로 유명한 스위스 식품업체 ‘네슬레’에 인수됐다.

◆ 커피계의 애플 ‘블루보틀’ 한국 진출

커피 애호가들 사이에서 블루보틀은 로스팅 후 48시간 이내의 원두만 사용하고 블루보틀 고유의 커피 추출법을 적용하여 커피 액을 추출하는 등 엄격한 제조공정을 통해 ‘커피계의 애플’이라는 별명을 가질 정도로 커피의 향과 맛이 좋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로스팅(Roasting)은 수확한 커피 생두(Green Bean, 커피콩)를 고온에서 수분을 가하지 않고 볶는 과정으로 이해하면 쉽고 이와 같은 로스팅 과정을 거친 커피 생두를 커피 원두(Roasted Bean)로 부른다.

즉 가공(볶는 과정)되기 전의 커피콩을 커피 생두라고 하고 가공된 후의 커피콩을 커피 원두라고 이해하면 무리가 없다.

공기 중에 노출된 커피 원두는 산소와 결합하는 산화작용이 진행되어 시간이 갈수록 원래 커피 원두가 가지고 있던 특유의 향과 맛이 사라지는 것이 일반적이므로 로스팅 후 커피 원두 상태로 오래 보관하는 것은 권장되지 않는다.

커피 원두에서 발생하는 가스를 제거하고 소비자가 원하는 향과 맛을 얻기 위해 커피 원두를 일정시간 숙성시키는 경우도 있지만 그 또한 수주일 넘게 지속되는 경우는 드물다.

따라서 일반적으로 가스를 어느 정도 제거한 상태라면 될 수 있는 한 빨리 커피 원두를 분쇄하여 커피 액을 추출하는 것이 커피 원두가 가진 본연의 향과 맛을 지킬 수 있다.

로스팅 후 48시간 이내의 커피 원두만을 사용한다는 블루보틀의 정책에 커피 애호가들이 우호적인 평가를 내리는 것도 이 때문이다.

또한 맛과 향에 대해서는 수치를 동원하여 정량적으로 표현할 수는 없지만 2002년 회사 창립 시점부터 커피의 향과 맛에 집중한다는 원칙 아래 커피 생두를 볶는 로스팅 기술과 분쇄된 원두로부터 커피 액을 추출하는 브루잉(Brewing) 기술을 발전시켜 온 블루보틀이었기 때문에 많은 커피 소비자들이 좋은 평가를 내리고 있다.
 
이런 결과로 지난 5월 3일 블루보틀 1호점 오픈 직후 수백 명의 대기인원이 발생했으며 그 다음 날에도 비슷한 수의 대기인원이 발생했을 정도로 반응은 나쁘지 않았다.

◆ 커피를 즐기는데 알아두어도 큰 쓸모는 없는 잡다한 지식

최근 블루보틀의 한국 진출, 스페셜티 커피 전문점의 증가와 함께 커피에 대한 소비자들의 다양한 요구가 표출되면서 로스팅, 콜드 브루, 블렌딩 등과 같은 커피 관련 용어들이 일상 속에서 그리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먼저 ‘스페셜티 커피(Specialty Coffee)’란 SCA(Specialty Coffee Association, 스페셜티 커피 협회)가 정한 기준을 통과한 것을 의미한다.

이 기준에는 커피 생두의 검사, 전문 감별사(taster)들이 커피의 향과 맛 등을 평가하는 커피 커핑(Coffee Cupping) 과정이 포함된다.

커피 생두의 검사 관련해서는 350g의 샘플을 채취하여 육안 검사를 실시하는데 이때 1차적으로 커피의 향과 맛에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치는 ‘Black Bean’과 ‘Sour Bean’이 샘플에서 1개도 나오지 않아야 하며 2차적으로 흠이 있거나 깨진 생두는 5개미만으로 나와야 기준을 통과할 수 있다.

앞서 언급한 커피 생두의 기준을 통과하면 로스팅 과정과 브루잉(커피 추출) 과정을 거치게 되며, 이후 전문 감별사들이 추출된 커피 액에서 제조된 커피의 향과 맛 등을 테스트하는 커핑 과정이 진행된다.

커핑 과정에서 커피를 시음한 전문 감별사들이 해당 커피의 품질에 100점 만점에 80점 이상의 점수를 부여하면 비로소 스페셜티 커피라는 인증이 부여된다.

시중에 판매되는 커피 제품 중 SCA의 스페셜티 커피라는 인증을 보유한 커피는 위의 과정을 모두 거쳤다는 것을 의미하며, 인증을 보유하지 않은 커피는 SCA의 인증과 별개로 커피 판매점이 원두의 선택부터 로스팅, 브루잉까지 엄격하게 진행했다고 주장하는 것을 의미한다.

한편 ‘콜드 브루(Cold Brew)’는 브루잉(커피 추출) 기법 중의 하나로 ‘Cold(차가운)’과 ‘Brew(커피 추출)’이 결합된 합성어로 분쇄된 원두에서 상온이나 그보다 낮은 온도의 차가운 물을 사용하여 커피 액을 추출하는 기법을 의미한다.

비교적 차가운 물을 사용하여 커피 액을 추출하기 때문에 뜨거운 물을 사용하는 경우보다 오랜 추출 시간을 필요로 하지만, 쓴 맛이 덜하고 부드러운 맛이 부각되기 때문에 더러 사용되는 커피 추출 기법이다.

한편 ‘블렌딩(Blending)’은 1종의 커피 원두만을 사용하지 않고 여러 종의 커피 원두를 배합하는 것을 의미한다.

아라비카, 로부스타, 리베르카 같이 커피 생두의 종류도 다양하고 로스팅, 브루잉 기법의 미묘한 차이에 의해서도 커피의 맛과 향이 달라지기 때문에, 블렌딩은 각 원두의 장, 단점을 파악하여 조화로운 조합을 통해 최고의 맛과 향을 구현해내는데 그 목적이 있다.

화가가 색의 조합으로 예술 작품을 완성하듯이 커피 전문가도 여러 종의 커피 원두를 블렌딩하여 다양한 맛을 낼 수 있기 때문에 높은 수준의 블렌딩 기술을 보유한 사람을 커피 업계에서는 높게 평가하고 있다.

블렌딩의 반대말은 ‘단종커피’ 혹은 ‘스트레이트(Straight) 커피’라고도 하는데 이는 여러 종류의 커피 원두를 배합하지 않고 동일지역에서 생산된 동일 종류의 생두를 동일하게 로스팅한 것을 의미한다.

이외에도 커피 관련 용어가 많지만 지면 관계상 그리고 한 잔의 커피와 함께 여유를 즐기는 중에 커피 전문점의 바리스타에게 민폐를 끼치지 않는 수준에서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좋은 핑계거리가 될 수 있기에 이쯤에서 설명을 줄인다.

◆ 커피 소비자들의 다양한 요구에 커피 업계도 변화 전략

커피 소비자들의 요구가 점차 다양해지면서 국내 커피 전문점들도 소비자들의 요구에 맞춘 맞춤형 서비스를 내놓고 있다.

SPC가 운영하는 ‘커피앳웍스’는 지난 2019년 3월부터 1:1 맞춤형 로스팅 서비스인 ‘커스텀 커피 로스팅’ 서비스를 제공하며 다양해지고 있는 소비자들의 요구에 대응하고 있다.

커스텀 커피 로스팅 서비스는 커피앳웍스의 전문 로스터가 소비자의 기호에 맞는 원두를 제공하는 서비스로, 시그니처 블렌드(블렌딩 커피), 싱글 오리진(단종커피) 커피 생두 중 소비자가 선택한 생두를 소비자가 원하는 로스팅 수준에 맞추어 로스팅하는 특정 소비자 맞춤형 커피 원두 제공 서비스다.

커피 로스팅 수준은 레어, 미디엄, 웰던으로 이어지는 스테이크 고기를 익히는 정도를 연상시키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로스팅 수준은 북미 기준으로 Cinnamon Light, Midium, American Light, High American Light, Full City, Espresso Europian의 6단계로 나뉘며 이 순서대로 로스팅 수준이 강해진다.

로스팅 수준이 강해질수록 커피 원두는 검정색에 가까운 빛깔을 띠게 되며, 일반적으로 커피를 추출했을 때 신맛이 약해지고 쓴맛과 진한 맛이 강해지는 특징을 갖고 있다.

한편 ‘이디야커피랩’은 커스터마이징 원두 블렌딩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이는 어떤 원두를 얼마나 배합할지 커피 판매점이 아닌 소비자가 결정하는 서비스로, 소비자는 전문 바리스타와의 의견 교환을 통해 소비자 자신의 취향에 맞는 향과 맛이 나는 블렌딩 원두를 배합할 수 있다.

위에서 언급한 두 업체 외에 스타벅스 코리아도 스타벅스 리저브 매장을 통해 고급 원두의 제공과 커피 액 추출 방식을 소비자가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등 국내 커피 업계는 고급화되고 다양해진 소비자 요구에 대응하고 있다.

국내 커피 업계에서는 스페셜티 커피 즉 고급 커피 시장의 규모가 최대 1조원 대까지 성장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으며, 이번 블루보틀의 국내 출점으로 인해 경쟁이 다소 심해지겠지만 다양한 소비자층의 유입으로 시장 자체의 규모 또한 확대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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