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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워커_김영욱 시사칼럼니스트] ‘마피아(MAFIA)’의 어원은 ‘아름다움’이나 ‘자랑’을 뜻하는 시칠리아 섬의 말로, 사라센 어에서 나왔다는 설도 있다. 범죄세계에서는 범죄조직 중 시칠리아적(的)인 것을 가리키며, 별명으로 해석되기도 한다.

마피아는 원래 19세기의 시칠리아 섬을 주름잡던 산적(山賊·반정부 비밀결사)조직이었다고 한다.

그 조직의 일부가 19세기 말부터 20세기 초에 미국으로 건너가서 뉴욕이나 시카고 등 대도시에서 범죄조직을 만들었으며, 1920년대의 금주법(禁酒法)으로 인해 자금원이 생기자 급속히 세력을 확대해 나갔다.

1930년대에 들어서자 마피아 내부에도 질서가 생겼으며, ‘합의제’(合議制)인 위원회가 조직을 운영하게 됐다. 재원은 매음·도박·마약·사금융 등이지만, 회사·노동조합 등과 손을 잡고 보호라는 명목으로 이익을 올렸으며, 최근에는 ‘범죄 컹글로머리트(복합기업)’라고 불리게 됐다.

우리나라에선 과거 재정경제부(MOFE, Ministry of Finance and Economy) 출신 인사들이 산하기관을 장악해온 것을 마피아에 빗댄 ‘모피아(MOFIA)’로 불렸다. 모피아는 진화를 거듭해 ‘관(官)피아’(관료+마피아)로 불리며 각종 부정부패와 비리의 뒷심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번엔 최근 사법농단 판사들의 솜방망이 처벌을 놓고 제 식구 감싸기 식인 ‘법(法)피아’가 논란 대상이다.

상고법원 설치라는 이익을 위한 재판거래나 판사 블랙리스트 작성 등이 자행된 사법농단은 박근혜 정부의 핵심적인 국정농단이자 적폐 중 하나였다.

대법원이 지난주 ‘양승태 사법농단 판사’ 10명을 추가로 징계 청구함으로써 사법부의 행정 조처가 마무리됐다. 전현직 법관 14명이 재판에 회부됐고, 지난해 12월의 8명을 포함해 모두 18명이 대법원 징계위에 넘겨졌다.

검찰이 사법농단 연루 사실을 확인한 뒤 지난 3월 대법원에 통보한 현직 판사가 모두 66명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대부분이 징계 대상에서 빠진 것이다.

특히 권순일 대법관은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공소장에 공범으로까지 적시됐음에도 이번 징계 대상에서 아예 제외됐다.

징계 시효 3년이 지났거나 징계 사유가 미미하다는 등이 ‘면죄부’ 이유다.

김명수 대법원장이 검찰의 명단 통보 이후 두 달 동안 늑장을 부리며 징계 시효를 넘기는 걸 방치한 것도 무관해 보이지 않는다.

특히 대법원은 징계청구자 명단조차 비공개 했다. 이는 재판받는 국민을 명백히 무시한 행위 아닌가. 대법원은 재판이 진행 중인 경우 등엔 비공개할 수 있다는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 9조를 이유로 내세웠다.

‘면죄부’를 받은 법관 명단은 공개되지 않아, 국민으로서는 사법농단 연루 판사에게 재판을 받아도 알 길이 없다.

사법농단을 세상에 알린 이탄희 전 판사(사법연수원 34기·현 변호사)는 “국민은 판사를 고를 수 없다”며 “명단과 비위 내용을 비공개하면서 폐쇄적 문화 개선을 논하는 것이 국민의 마음에 와 닿겠는가”고 지적했다.

김 대법원장은 “이번 징계청구로 관료적·폐쇄적 사법제도와 문화를 개선함으로써 국민의 믿음을 회복 하겠다”고 다짐했다.

윤소하 정의당 원내대표는 어제 “형식적인 징계를 앞세운 셀프면죄부”라며 “헌법이 부여한 국회 권한으로 사법농단 법관들에 대한 탄핵 절차에 착수해야 한다”고 각 정당에 주문했다.

국민의 믿음을 회복하려면, 과거 잘못을 철저히 규명해 공개하고 관련 법관들을 엄정히 처벌하는 게 우선이다.

‘관피아’가 판치는 나라를 더 이상 묵과하지 않는 것이 문재인 정부 집권 2기의 씁쓸한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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