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드위치 세대’에겐 재테크수단, 재개발 지역선 임대수입 보장으로 각광

나날이 치솟는 물가를 따라잡기엔 턱 없이 부족한 급여. 도무지 떨어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 주택 전세가. 전 재산을 주택에 투자한 ‘가짜 중산층’의 붕괴 우려.

 

▲ 지금까지 아파트형태의 주택에서 임대수익을 얻을 수 있는 상품은 월세가 유일했다. 하지만 아파트 임대는 주택소유자가 해당 집에 살 수 없다는 단점이 있다. 이에 최근 GS건설이 내놓은 부분임대아파트는 한 세대의 주택에서 여러 세대가 살 수 있는 장점을 지니고 있다.

현재 대한민국이 빠져있는 대표적 삼재(三災)다. 이에 대통령이 직접 나서 생필품 가격을 잡겠다고 공언하는 등 대안을 찾는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고 있다. 이런 가운데 재개발·재건축 사업장들도 변화의 움직임을 보이며 최근 새로운 주거트렌드를 제시했다. 바로 지난해 흑석뉴타운에 동부건설이 선보였던 ‘부분임대아파트’가 바로 그 주인공.

부분임대아파트란 한 가구의 아파트 공간 중 일부를 전·월세로 임대할 수 있도록 입구는 물론 주방과 화장실 등을 집주인 거주공간과 별도로 설치한 세대분리형 주거공간을 말하는 것으로 최근 각광받고 있다.

이처럼 부분임대아파트가 핫 키워드로 떠오르게 된 이유는 임대수익 때문이다. 은퇴시점이 다가옴에 따라 안정적인 임대수입을 통해 노후를 보장받으려는 베이비부머 세대 사이에선 재테크 수단으로, 재개발 지구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노년층에게는 기존처럼 임대수익을 얻을 수 있다는 점 때문이다.

이에 따라 대형건설사는 물론 중·소형 건설사들도 앞 다퉈 부분임대아파트를 선보이고 있다. 나아가 서울시의 경우 한술 더 떠 대학가 등 인구밀집지역에 ‘부분임대아파트를 공급하겠다’고 발표하는 등 이 같은 열기에 동참 중이다.

이처럼 현재 국내 주택시장은 새로운 대안이라도 찾은 마냥 들떠 있다. 하지만 면밀히 따지면 97년 대한주택공사(현 LH공사)가 시범적으로 도입했으나 선호도가 낮아 흐지부지 살아졌던 비운의 평면이다. 건설비 증가와 수요의 한계 등 해결할 문제가 많았기 때문이다.

부분임대아파트, 주택시장 새로운 지평인가?
은퇴하고 매달 임대료로 살아가는 A씨. 넉넉하진 않지만 통크(tonk-자녀들의 부양을 거부하고 독립적으로 생활을 영위하는 노인부부)족으로써 아쉬움 없이 여생을 즐겨왔다.

그러던 중 주변에 재개발 바람이 몰아치며 평온했던 일상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궁여지책으로 몇몇 노인들과 모여 아침마다 구청 앞에서 ‘사는데 별지장 없는데 개발해 아파트 한 채 달랑 가지면 뭐하냐’, ‘임대수입 받을 수 있는 지금 이대로가 편하다’ 등의 개발을 반대하는 피켓시위를 벌이고 있다.

재개발·재건축 사업지의 인구비율을 살펴보면 은퇴를 한 노년층이 주를 이룬다. 결국 조합설립부터 청산까지 각 단계마다 걸림돌이 존재하지만 자기분담금과 임대수익이 최대장벽인 것이다. 그렇다고 도시재정비사업을 포기할 순 없다. 개발이 늦어짐에 따라 슬럼화 현상이 가속화되고 사회비용 역시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기 때문이다.

따라서 도시재정비사업을 통해 개발이익이 반영된 새 아파트와 임대수익을 보존 받을 수 있는 부분임대아파트는 이른바 ‘도랑 치고 가재 잡는’ 획기적 방안이다.

이는 현재 효과로 증명되고 있다. 실례로 영종하늘도시 한양수자인의 계약결과를 보면 부분임대아파트 평면이 적용된 81㎡ G타입의 계약률이 일반 평면을 적용한 곳보다 2배 이상 높았다. 또 서울시가 지난 7일 마포구 대흥2구역과 현석2구역에 부분임대아파트를 도입한다고 발표한 후 해당 조합에 조합원들의 긍정적 반응이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광명11R구역주택재개발정비사업 추진위원회 관계자 역시 “그간 조합설립동의서 징구에 어려움을 겪었으나 지난달 주민설명회에서 부분임대아파트 프레젠테이션 후 동의서 징구가 한층 쉬워졌다”며 “문의도 많이 들어왔고 실제 상승효과를 봤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부분임대아파트가 新주거트렌드로 자리 잡을 경우 원주민 재정착률 상승효과는 물론 출산 및 고령화에 따른 1~2인용 주택수요 증가와 인구구조 변화에 적극 대비할 수 있어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97년 부분임대아파트 왜 실패했나.
해마다 부족한 전세수요를 충당하기 위해 정부의 고심이 거듭되던 90년대 말. 대한주택공사(현 LH공사)가 서울시 동대문구 휘경동(250가구, 전용 118㎡)과 경기도 남양주시 별내면 청학지구((592가구, 전용 99~118㎡))에서 획기적인 평면을 제시했다.

바로 부분임대아파트 설계도. 민간 재개발 아파트 가격의 70~80%로 공급되는 임대아파트는 사업성에 직격탄을 날리는 요소다. 용적률이 제한돼 신규주택 수를 늘리기가 어렵고 임대주택 비율을 높이면 주민들 반발이 커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전세 수요도 끌어오고 신규주택 수를 늘리는 차원에서 부분 임대아파트를 도입한 셈이다. 정부가 건축법상 업무시설인 오피스텔을 주거용으로 활용하고 각종 규제를 풀어주는 것도 이런 효과를 노릴 수 있어서다.

따라서 주공에서 제시했던 부분임대아파트 평면은 재개발 조합들의 사업성과 별개로 임대주택 비율을 유지하기 위한 정부의 회심의 카드였던 것이다. 그러나 결과는 대실패.

당시만 하더라도 아파트란 한 공간을 나눠 다른 세대와 함께 살아간다는 것 자체가 낯선 현상이었고, 원룸 및 오피스텔 등 여타 주거공간과 가격차이가 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즉, 사생활 침해 우려가 있는 부분임대아파트를 굳이 선호할 이유가 없었던 것이다.

그럼 최근 부분임대아파트가 다시금 떠오른 이유는 뭘까. 갖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우선 원룸, 오피스텔에서 누릴 수 없는 아파트만의 안전과 편의성 때문이다. 또한 관리비도 오피스텔보다 오히려 저렴한 경우가 많고, 임대수익을 올리기 위해 불편함을 감수해야 하는 다가구주택을 고집할 필요가 없어져서다.

아울러 미국발 경제위기 이후 중대형아파트보다 소형아파트 및 수익성 부동산에 대한 수요도가 높아지며 투자 상품으로도 손색이 없다는 것이 부동산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이와 관련해 박상언 유엔알컨설팅 대표는 “전국적으로 미분양 적체현상과 1~2인 가구가 늘어남에 따라 대형평형 아파트 프리미엄이 사라졌기 때문에 소형평형에 대한 인기가 지속되고 있어 부분임대아파트에 대한 수요가 점차 더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부분임대, 재개발 사업지 추진시스템 되나
한때 황금알을 낳는 사업으로 비유됐던 도시재정비사업. 그러나 현재 서울과 경기도 일부를 제외하곤 미분양 적체란 문제에 고사 직전이다. 주택경기 악화로 가뜩이나 PF(프로젝트 파이낸싱)대출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 건설사들이 사업성이 있는 곳만 수주하고 있어서다.

때문에 지방의 경우 시공사 선정을 위한 입찰공고를 내보지만 매번 유찰되거나 입찰자격조건에 맞는 시공사를 찾을 수 없어 사업지연이라는 악순환을 반복하고 있다.

이에 따라 더 이상 재개발 사업지에서 개발이익만 앞세워 주민들의 동참을 이끌어내기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해졌다. 따라서 임대수익이 가능한 부분임대아파트는 조금 나쁘게 표현하면 개발유인책으로 더할 나위 없이 좋은 방법이다.

특히, 다세대 및 다가구 밀집지역의 경우 임대수입을 통해 생활하는 이가 많은 만큼 불편한 주거환경개선보다 현실적으로 직면해 있는 문제에 고심하기 때문에 사업추진이 어렵다.

그러나 이들 지역에 부분임대아파트 평면을 적용할 경우 일부 임대수익이 작아지긴 하겠지만 쾌적한 주거환경과 더불어 임대수익을 보장받을 수 있다. 이 때문에 마포구 대흥2구역과 현석2구역 같은 대학가 주변 혹은 다세대 및 다가구 지역에서 호응도가 높은 것이다.

아울러 현재 미분양 적체와 원주민 재정착률 제고로 인해 대다수의 시공사들이 재개발 사업지의 분담금을 계약금 10%에 입주 시 잔금 90% 납입 등의 조건을 제시하고 있다. 현실적으로 계약금이야 어떻게든 해결할 수 있지만 잔금을 일시에 납부할 수 있는 사람은 소수에 불과하다.

이런 문제들로 인해 개발 자체를 반대하거나 막상 개발이 완료돼도 원주민 재정착률 10% 안팎에 맴돌았던 것이다. 그러나 부분임대를 통해 이도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월세의 경우 대략 보증금 1000만원에 월세 100만원의 가격대가 형성돼 있다. 따라서 임대를 통해 보증금과 월세를 받아 원금을 상환할 수도 있으며, 전세로 내놓을 경우 단번에 일부 금액을 상환할 수 있어 그 만큼 가계 부담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건설사, 부분임대로 시장공략 박차
매매가 사실상 끊기고 청약률은 바닥을 치는 아파트 단지들이 심심찮게 등장하고 있는 가운데 건설업계가 이전보다 한층 업그레이드 된 부분임대아파트 평면을 속속 선보이고 있다.

침체된 주택시장을 공략하기 위한 일종의 생존본능 같은 것이다.

지난해 동부건설이 서울 동작구 흑석뉴타운6구역에 중앙대와 숭실대 학생들의 원룸 수요를 고려해 부분임대아파트를 선보였다. 또 지난해 11월 한진중공업은 경기도 광명시에 광명해모르 아파트 중 일부를 세대분리형으로 공급하기도 결정했다.

이처럼 부분임대아파트 평면이 보편화되면서 보다 강력한 평면도 등장했다. 바로 GS건설의 더블 부분임대아파트 평면이 그것. GS건설의 더블 부분임대아파트 평면의 경우 한 채에 세가구가 살 수 있도록 설계, 두 배의 임대수익을 올릴 수 있도록 했다.

반면, 중견건설사들의 경우 지방에서 약진을 거듭하고 있다. 올 초 경남 거제 아주택지개발지구 대동다숲아파트가 세대분리형 아파트로 내부를 변경해 분양을 시작했고, 두산건설이 경남 창원시 의창구 명곡동, SK건설이 마산합포구 월영주고아파트를 각기 부분임대평명을 적용해 건립 중에 있다.

이와 관련 김주철 닥터아파트 팀장은 “최근 부동산 시장에서 소형평형아파트와 임대수익형 상품의 인기가 높아짐에 따라 대형건설사는 물론 중견건설사들도 시장의 흐름을 반영한 부분임대아파트를 선보이고 있는 것”이라며 “사실상 올 스톱 돼 있는 지방의 경우에도 부분임대아파트를 통해 미분양 문제를 갈무리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부분임대 필요는 한데… 보완할 문제점도 산적
일본경제의 고도성장을 이끌었던 단카이세대(団塊世代). 이코노믹 애니멀(경제적 동물)이라고도 불렸던 이들이 2007년부터 본격적인 은퇴가 시작되며 다시금 부흥을 꿈꾸던 일본경제가 휘청대는 사태가 발생했다.

국내도 상황이 별반 다르지 않다. 한국전쟁 전후 태어난 베이비붐 세대, 일명 ‘샌드위치 세대’의 은퇴시점이 다가옴에 따라 일본을 교훈삼아 미래를 설계해야 할 시점이 도래한 것이다. 이에 따라 주택문화의 재편 역시 불가피한 시점이다.

부분임대아파트는 이런 점에서 파급력이 향후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보다 고령화 문제와 1~2인 가구 문제를 앞서 겪었던 일본의 경우만 하더라도 ‘2세대 맨션’이란 이름으로 부분임대사업을 앞서 시행해 성공을 거뒀기 때문이다.

다만 한쪽이 월세를 내고 사는 방식은 같지만 일본의 경우 부분임대의 개념이 부모와 자식이 함께 사는 집이란 인식이 강하다는 차이점이 있다.

때문에 국내에 부부임대아파트가 안착하기 위해서는 완벽한 독립성 확보를 위해 방음문제 등 설계보완이 이뤄져야 하고, 도시형 생활주택 등과 차별화 되는 무엇이 필요하다.

이에 따라 현재 부분임대아파트에 대한 관심은 높지만 전문가들 사이에선 의견이 분분한 상태다. 우선 설계자들 사이에선 충분히 가능하다는 평가다.

노병채 진양엔지니어링 소장은 “단지 복도에 별도로 출입구를 만들어 세대를 추가하는 것이 때문에 기존 아파트 대비 차이가 없다”며 “주인이 원할 경우 임대를 주지 않고 통합사용이 가능하기 때문에 공간활용 측면에서도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또 김선우 인선건축사사무소 대표 역시 “건자재 기술이 비약적으로 발전해 소음 등의 사생활침해 염려는 할 필요가 없다”며 “그래도 걱정된다면 설계과정에서 아예 접근성을 최소화 하는 방안도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부동산전문가들은 다소 회의적인 평가를 내놓고 있다.

박원갑 부동산1번지 소장은 “부분임대아파트의 최대 관건은 임대료”라며 “독립성 확보를 위해 화장실과 부엌은 물론 방음까지 철저히 이뤄져야 하기 때문에 추가공사비가 불가피하고 이는 곧 분양가 인상과 임대료가 높아질 가능성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또 신경희 부동산뱅크 팀장도 “부분 임대주택을 전세 줄 경우 다가구주택처럼 집주인이 전세권 설정을 꺼릴 수 있다”며 “사실상 한집에 거주하는 셈이기 때문에 세대분리도 어렵고 만약 집이 경매로 넘어갈 경우 우선변제권이 없어 대항력을 내세우기도 어렵다”고 우려를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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