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 SK이노베이션 상대 영업비밀 침해소송 관련 ‘증거개시 절차’.. “승소 무기 될 것”
LG화학, SK이노베이션 상대 영업비밀 침해소송 관련 ‘증거개시 절차’.. “승소 무기 될 것”
  • 김은지 기자
  • 승인 2019.05.16 1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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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_뉴스워커

LG화학이 영업비밀 침해 소송으로 SK이노베이션과 신경전이 치열한 양상이다. 이러한 가운데 5월 중 ‘증거개시절차’의 개시 유무가 소송결과에 영향을 미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LG화학이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증거개시절차는 미국소송의 당사자가 보유하고 있는 소송과 관련된 각종 정보 및 자료에 대해 상대방이 요구할 경우 제출할 법적 의무가 있으며, 이를 통해 소송 대리인들은 상대방의 증거자료에 접근이 가능하다. 

◆ ‘배터리 한 우물’ 깊게 판 LG화학, SK이노베이션 상대 법정 공방 치열

LG화학은 1947년 창립 이후 70년 넘게 지속적인 성장을 이룬 대표 화학기업이다. 석유화학을 중심으로 시작했지만, 최근엔 친환경 전기차의 배터리로 사용되는 자동차전지와 ESS전지 등이 주력분야다. 이에 따라 LG화학의 전지사업본부는 10년 넘게 연구개발에 막대한 연구개발·투자를 이어왔다.

LG화학은 지난달 현지시간 29일 미국 국제무역위원회(이하ITC, International Trade Commission)와 미국 델라웨어주 지방법원에 SK이노베이션을 ‘영업비밀(Trade Secrets) 침해’로 제소했다.

LG화학은 ITC에 2차전지와 관련해 영업비밀을 침해한 SK이노베이션의 셀, 팩, 샘플 등의 미국 내 수입 전면 금지를 요청했다. 또한, SK이노베이션의 전지사업 미국 법인(SK Battery America) 소재지인 델라웨어 지방법원에 영업비밀침해금지 및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법적 대응을 결정하게 된 배경은, SK이노베이션이 LG화학의 핵심인력을 지속적으로 채용해왔고 이 과정에서 영업비밀의 유출이 계속되는 것으로 판단했다는 게 LG화학 측의 설명이다. LG화학은 이와 관련해 앞서 두 차례 SK이노베이션 측에 내용증명 공문을 통해 당사의 인력채용 중단을 요청한 바 있다.

LG화학은 SK이노베이션이 전지사업을 집중 육성하겠다고 밝힌 2017년을 기점으로 2차전지 관련 핵심기술이 다량 유출된 구체적인 자료들을 발견했기에 문제를 제기한다는 입장이다.

◆ SK이노베이션, “영업비밀 침해 근거없다” 주장.. “이직은 LG화학 기업문화 탓” 지적

이에 대해 SK이노베이션은 “영업비밀을 침해한 근거가 없다”는 주장이다.

SK이노베이션은 ‘SK이노베이션이 2017년부터 현재까지 LG화학 전지사업본부의 연구개발·생산·품질관리 등 분야에서 핵심인력 76명과 기술을 빼갔다’는 LG화학 측의 주장에 대해 입장문을 통해 반박을 냈다.

SK이노베이션은 미국 해외 법원 제소는 국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데다 경쟁사가 비신사적이고 근거도 없이 SK이노베이션을 깎아내리는 행위이며, 법적 조치 등을 포함한 모든 수단을 강구하겠다는 입장이다. 

추가적으로, 이들은 LG화학 직원의 전직이 ‘인력 빼가기’가 아니라고 주장한다. LG화학의 ‘낮은 처우, 경직된 의사결정구조 및 기업문화’가 이직의 원인을 제공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한 근거로, SK이노베이션은 평균 연봉이 LG화학은 8800만원, SK이노베이션은 1억2800만원으로 양사간 4000만원의 격차가 난다는 점을 지적한다. 또한, LG화학이 2017년 기준으로 이직한 직원이 전체 직원의 4.4%인 661명인 가운데, LG화학에서 SK이노베이션으로는 76명이 이직했으나, 이와 반대인 건은 한 건도 없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 증거개시절차 여부, LG화학에 중요한 이유

소송을 둘러싸고 양측의 신경전이 팽팽한 가운데, 증거개시절차 여부는 LG화학이 승소하는 데 주효한 무기가 될 전망이다.

증거개시절차를 위해 애초에 LG화학은 연방방법원 뿐 아니라 ITC에 동시 제소했다.

법조계에 따르면, 독립적인 준사법 연방 기관인 ITC는 무역과 관련된 사안에 대해 독자적이고 폭넓은 조사권을 가지고 있어, ITC의 조사 결과와 판정이 연방법원에서 설득력이 있는 증거로 사용된다.

ITC는 지식재산권을 위반한 상품에 대한 수입을 금지할 수 있는 권한이 있다. 이에 따라, ITC조사와 연방법원에서의 소송 절차가 같이 진행되는 경우, ITC의 조사 결과를 토대로 연방법원에서 진행되는 절차를 정지시킬 수 있을 만큼 영향력이 크다. 심지어 ITC의 절차가 연방법원보다 빠르기 때문에 법원의 판결보다 앞선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이와 관련해 LG화학 관계자는 “5월 중에 소송과 관련해 증거개시(Discovery)절차‘가 진행될지 여부가 결정될 예정이며, 전반적으로 소송 절차는 오래 걸릴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지난달 30일 LG화학이 제소장을 제출했기 때문에, 제소장 제출 후 30일 이내에 조사 개시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 ITC는 이번 달 안에 결과를 발표하게 된다.

조사가 개시되면, LG화학이 낸 제소를 받아들이는 셈이며, ITC는 연방공보(Federal Register)에 조사 개시 통지를 공개하게 된다.

이것이 끝은 아니다. 조사 개시가 되면, ITC가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결론을 내리게 되는데, 올해 연말이나 내년 초에 확정될 것이라고 전망되고 있다. 연방법원의 판결은 ITC 판정 이후에 결론이 날 것을 감안할 때, 양측 공방은 최소 2년은 장기화될 전망이다.

◆ 폭스바겐 둘러싼 LG화학·SK이노베이션 수주건, 소송 맞물려 ‘예민’

이번 소송은 지난해 11월 SK이노베이션이 폭스바겐을 상대로 한 배터리 수주가 성공한데 따른 측면이 크다.

폭스바겐의 보도자료에 따르면, LG화학과 삼성은 2019년부터, SK이노베이션은 2021년부터 폭스바겐에 배터리를 납품하게 됐다.

LG화학은 폭스바겐과 2019년부터 배터리를 납품하게 되는 건 맞지만, 장기전으로 이어질 소송과 진행하게 되므로 사실상 더 배가 아픈 셈이다. 2021년부터 2025년까지 폭스바겐의 배터리 공급계약을 체결한 SK이노베이션의 예상 이익은 약 47조~59조원에 이르기 때문이다.

LG화학은 영업비밀 침해로 인해 수십억 달러 규모의 미국 공급 계약과 잠재 고객을 잃었고, 회사의 피해액이 약 1조 2000억원이 넘어설 것으로 추산된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LG화학이 이번 소송에 치밀하고 전투적인 자세로 대응하는 것과, 이에 맞선 SK이노베이션도 소송전에 결코 밀리지 않는 태세로 신경전을 벌이는 이유다.

한편, LG화학 관계자에게 직장인들이 사내 고충 등을 익명으로 논하는 블라인드 앱에서 최근 직원들이 사내 고충을 올리는 부분과 관련해서는, “블라인드는 익명 게시판이라 근무환경이 어떻다고 말씀 드리긴 어렵다”고 답했다.
 
이어 “기업문화에 대한 부분은 SK이노베이션의 주장이며, 영업비밀 침해가 소송의 핵심이라 이 부분을 봐주시면 좋겠다”며 “그런 지적에 대해선 동의할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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