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의 영향력이 점차 거대해 지고 있다. 중국은 미국을 이어 G2로 부상했으며, 이제 중국을 빼놓고는 국제 무역 등의 논의조차 되지 않을 정도로 파워는 막강해졌다.

중국의 산업 경쟁력이 급상승하고 있다. 최근 방송, 신문, 산업 관련 전문 잡지 등 여러 매체는 중국 산업의 빠른 성장을 보도하고 있다. 예를 들어 TV 산업에서 중국은 이미 세계 최대 시장이 되었을 뿐 아니라 중국 내 TV 기업들의 빠른 성장세가 나타나고 있다는 등의 내용이다.

과거 한국 기업들이 일본 기업들의 성공을 교훈 삼아 빠르게 성장했던 것처럼 멀지 않은 시간 안에 중국 기업들의 경쟁력이 일본과 한국 제조 기업들의 경쟁력을 넘어서지 않을지 걱정해야 할 상황이다.

중국 산업 중 그 성장세가 특히 빠른 전자 산업에 초점을 맞추어 중국의 현재의 모습을 진단해 본다.

◆ 중국 전자 산업, 어디까지 왔길래...

중국의 전자산업은 거대한 내수시장과 중국 정부의 적극적인 육성 의지에 힘입어 빠르게 성장해 왔다. 중국 정부는 특히 2010년 평판 디스플레이, 초고속 집적회로 등 신흥 IT산업을 ‘7대 전략적 신흥산업’으로 선정하고 육성 의지를 분명히 해왔다. 중국 전자산업은 이미 전자 산업의 대표 국가인 중 하나인 대만과 유사한 수준의 역량을 확보한 것으로 보인다. 자본, 기술, 시장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더욱 명확히 알 수 있다.

중국 IT산업 성장의 배후에는, 전 세계 그 어떤 국가의 기업들보다도 정책적인 면에서나 재정적인 면에서 기업들을 적극적으로 육성하고 지원하고자 하는 정부가 있다. 중국 정부는 지분 투자뿐만 아니라 보조금, 또는 저리 대출 등 다양한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당장 수익을 내지 못하는 경우에도 중국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투자를 할 수 있는 배경이다.

기술 측면에서 보면 중국 IT 기업들은 많은 분야에서 세계적인 수준의 제조업 역량들을 다양한 방법을 통하여 이미 확보한 것으로 보인다. 가장 대표적인 방법은 해외 기술 인력 확보이다. 중국기업에는 일본, 한국에서 온 기술자도 있지만 주로 대만 전문 기술자를 통하여 기술 역량을 키우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중국 IT 기업은 대만 기술자를 기존 기업에서 받던 연봉보다 훨씬 높은 수준을 지불하면서 고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로 중국 제조업체에 가 보면 많은 대만 기술자들을 만날 수 있다. 중국 기업들은 대만 기술자를 활용하여 기술력을 짧은 시간 안에 확보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같은 중국어를 사용하고 동일 문화권 안에 있기 때문에 큰 어려움 없이 조직을 운영할 수 있다.

해외 인력 활용은 기존 기술을 활용한 현재의 제품 생산은 물론 차세대 기술 확보 측면에서도 적극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과거 미국 등 선진국에 유학을 갔다가 해외 유수 기업에 취업하여 차세대 기술 분야에 연구 역량을 쌓았던 연구자들이 중국 IT기업들에 스카우트 됨으로써 차세대 기술인력층이 두터워지고 있다. 특히 LED 조명 등과 같이 한국·일본 보다는 아직도 선진국의 기업들이 주도권을 확보하고 있는 산업에서는 해외 유학 인력들이 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도 중국은 거대한 자국시장을 갖고 있다는 장점이 있다. 중국은 특정 주요 시장 분야에서는 이미 세계 최고 규모 수준이 되었다. 중국의 인구는 2010년 인구 센서스 기준 13억 7천만이며, 지속적인 도시 인구 증가 추세로 2012년 도시화율 50%를 돌파하여, 2030년에는 도시 인구가 10억명에 달할 전망이다.1 여기에 더하여 중국 근로자들의 가파른 임금 상승 또한 주목할 필요가 있다. 중국 소비자들은 빠르게 오른 임금 수준을 통해 이전에는 구매하기 어려웠던 LCD TV, LED 조명, 고가 핸드폰 등의 IT 제품들을 과거보다는 상대적으로 부담 없이 살 수 있게 되었다. 중국정부가 2000년 대 후반부터 중국 근로자들의 최저 임금 수준을 매년 13% 이상(5년 간 약 2배 수준 인상) 올리겠다고 발표한 이래 실제임금은 가파른 속도로 올랐다. 임금인상과 이로 인한 중국 근로자들의 소득 증가로 고가의 IT 제품을 구매하는 중국 소비자 층도 크게 증가하게 되었다. 큰 규모의 중국 시장은 중국 기업들의 안정적인 수익 기반으로 작용하고 있다.

▲ 미국과 중국, 이제 이 둘을 빼놓고는 세계 최강을 논할 수 없으며, 특히 중국은 경제 왕국으로 발돋움 하고 있는 모습니다.

중국 기업들은 기존 IT 제조 산업 분야에서는 대만 수준의 경쟁력은 이미 확보한 것으로 보인다. 다음 질문은 향후 중국 IT 기업들이 시장을 선도해 나가면서 전자 산업을 주도해 나갈 수 있을지 여부이다. 주요 IT 산업별로 중국업체들의 성장을 살펴보자.

◆ 급속히 성장하는 중국 IT 산업도 먹어치운다

최근 중국 IT 산업 관련하여 가장 많이 이야기되고 있는 산업은 아마도 TV 관련 산업일 것이다. 최근 1~2년 간 중국의 TV세트 산업을 보면 괄목할 성장을 보이고 있다.

성장의 배경에는 거대한 내수 시장이 있다. 중국 TV 시장은 이미 2012년부터 세계 최대 규모의 시장으로 성장하였다. 이전까지 전통적으로 북미가 가장 큰 시장이었으나, 중국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2012년 이후 세계에서 가장 큰 시장이 되었다. 여기에는 중국 정부의 가전하향이나 혜민공정과 같은 TV 구매 보조금 정책도 기여하였다. 지난해 6월부터는 ‘에너지 고효율’을 테마로, 에너지 소비효율 기준을 만족하는 평면TV에 대당 100위안에서 최대 400위안의 보조금 지급을 통해 내수 진작과 중국 TV세트와 LCD 패널 기업 간접 지원 효과를 거두고 있다. 한편 고급 사양 TV에서도 최대 수요처가 유럽이나 북미 시장일 것이라는 일반적인 통념과는 달리 최근 중국 시장이 최대 수요처가 되었다. 3D TV와 같은 고사양 제품 비중이 선진국에 비해서도 결코 뒤지지 않는 상황이다. 이렇게 볼 때에 TV 산업에서 중국 시장은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전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시장이 되었다.

중국 TV 기업들 중에서 가장 두드러진 모습을 보여주는 기업으로는 하이센스와 TCL을 손 꼽을 수 있다. 하이센스의 제품력은 가격 대비 성능을 생각을 해 볼 때 뛰어난 수준이라고 평가되고 있다. TCL은 이미 2012년 4분기 기준으로 전 세계 4위 수준으로 발돋움 하였다(<그림 1> 참조). 물론 중국 시장의 성장을 발판으로 하여 성장을 이룬 결과이기는 하지만 인도 등의 주변 신흥국을 넘어서 북미 시장에까지 수출도 증가하고 있다(<그림 2> 참조). TCL은 이미 갖춘 원가경쟁력을 기반으로 조만간 선진국 시장도 넘볼 수 있을 것이다. 2012년 IFA, 2013년 CES에서 보여 준 TV 제품은 디자인이나 성능 면에서 선도 업체들의 제품들과 큰 격차를 보이지는 않는 수준이다. 실제로 중국 기업들은 최근 화두가 되고 있는 UHD TV 제품에 관련해서도 한국, 일본 기업들에 비해 그다지 뒤쳐져 있지 않은 상황이다.

중국 TV 산업은 최근의 TV-디스플레이 산업 구조 재편 관점에서도 흥미로운 점을 보여주고 있다. TV-디스플레이 산업 간의 최근 움직임은 모듈 비즈니스에서 패널 비즈니스로 사업 모델 전환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패널 비즈니스로의 사업 모델 전환이란, 세트 기업이 과거 디스플레이 기업들이 제조하던 모듈까지 자체적으로 생산하는 것을 말한다(<그림 3> 참조). 이러한 움직임은 중국에서 2000년 대 후반부터 정부의 보조금 정책으로 인해 시작되었다. 다시 말해 TV 세트 기업이 모듈 사업까지 확장하게 되면 정부가 기업에게 보조금을 지급했다. 이러한 사업 모델 전환의 결과 TV-디스플레이 간에 벽이 허물어지고 세트-모듈-백라이트 간 공동 설계, 공동 제품 생산 등이 이루어 지게 되었다. TV 세트 기업들은 공동 설계를 통해서 기구물, 파워 부품 등의 공용 부품을 삭제하여 재료비를 절감할 수 있었고, 공동 제품 생산 도입을 통해서 포장비, 물류비, 검사비 등에서의 생산 원가를 절감할 수 있었다. 다시 말해 중국 TV 기업들은 패널 비즈니스를 통해 보조금뿐만 아니라 제품 원가경쟁력도 확보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한국, 일본 기업들보다도 중국 기업들이 패널 비즈니스에 더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 중국의 디스플레이 패널기업들 Volume Game을 주도하고 있다

TV 산업과 연관하여 살펴 볼 주요 산업으로 디스플레이 산업을 들 수 있다. 최근 몇 년 전까지 디스플레이 산업의 강자는 한국 기업들이었고 대만 기업들이 그 뒤를 빠르게 쫓아 오는 형국이었다. 최근에는 이런 양상이 바뀌어 대만 기업들의 성장세가 주춤한 가운데 중국 기업들이 무섭게 성장하고 있다.

이렇게 중국 디스플레이 기업들이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던 요인으로, 중국 정부의 지원을 빼놓을 수 없다. 가장 대표적인 중국 정부의 지원 형태로는 지분 투자를 들 수 있다. LCD 디스플레이 산업은 대표적인 자본 집약적인 장치 산업으로서 수 조원에 해당하는 투자금이 필요하다. 단기간 내에 투자수익을 기대하기 어려운 경우에도 중국기업들의 대규모 투자가 가능한 데에는 LCD 디스플레이를 국가 차원의 육성 산업으로 보고 지원을 아끼지 않는 정부의 힘이 크게 작용했다고 할 수 있다. 특히 최근 충칭(Chongqing)시 정부는 대표적인 중국 디스플레이 기업 중 하나인 BOE에 328억위안 (약 5조 8천억원) 규모의 투자를 통해 8.5세대라인 투자를 뒷받침하는 등의 공격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2 CSOT 또한 2012년에 8세대 가동을 통하여 제품 생산을 시작한 기업임에도 불구하고 기존 8세대 생산 라인 확장뿐 아니라 차세대 공장 투자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는 상황이다.

설비 운용 역량 또한 충분한 것으로 보인다. 2012년 중반, 중국 LCD 공장 8세대 가동 초기 시기에만 해도 디스플레이 전문가들은 중국 기업이 대형 공장을 성공적으로 가동할 수 있는지 여부에 대하여 의구심을 가졌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중국 기업들은 대형 공장을 빠르게 정상화 하는데 성공하였다. 이를 통하여 BOE는 4년 간의 적자 상황에서 벗어나 2012년 순익 2.5억 위안으로 흑자 전환하였다. 물론 이 배경에는 대만, 한국의 주요 엔지니어들의 스카우트를 통해 기술을 확보한 것이 주효했던 것으로 보인다.

중국 기업들은 2012년 한 해에 제품 기술 확보 면에서도 빠른 움직임을 보였다. 당시 8세대에 적합한 32인치 염가형 TV에 당분간 집중할 것이고 2012년 말 정도에 50인치 대 수준의 제품 개발 정도가 가능할 것이라고 보는 견해가 대부분이었다. 중국 기업들이 언제쯤 한국, 대만 기업들의 일반 제품 수준까지 기술력이 확보할 수 있을 것인가 라는 질문에 대해서 디스플레이 전문가들은 적어도 약 2년 정도의 시간은 필요할 것이라고 보았다. 그렇지만 이러한 전망과는 달리 중국 기업들의 제품 경쟁력은 더욱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2013년 1월 CES에 출품되어 이목을 끌었던 110인치 UHD LCD TV에 들어 가는 디스플레이 패널은 중국 기업들이 제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품질 수준의 차이는 일부 있을 수 있겠지만 2013년 현재 TV 제품에서 키워드가 되고 있는 UHD TV 패널을 중국 기업들이 생산하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OLED, Oxide TFT 등의 차세대 기술 관련하여 중국 디스플레이 기업들의 움직임은 어떠할까? 인력 확보와 투자 진행 면에서는 적극적이긴 하지만 차세대 기술 역량을 확보하기까지는 앞으로도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BOE 등의 주요 기업들은 OLED 기술 확보를 위하여 이미 수년 전부터 대만 디스플레이 기업의 OLED 전문가들을 영입하고 있고, 다른 한편으로는 한국 디스플레이 기업에 납품하는 OLED 장비 업체들과 지속적인 접촉을 가져 오고 있다. 이와 함께 다른 한편으로는 Oxide TFT, 소형 중심의 OLED 관련 투자를 발표하면서 차세대 디스플레이 산업을 준비하고 있는 상황이다.

◆ 중국의 모바일 제조사들, 세계시장에 출사표 속속 던져

최근 높은 매출과 이익에도 불구하고 혁신 동력이 약화되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애플이 성장의 돌파구로 공을 들이고 있는 시장이 바로 중국 모바일 시장이다. 스마트폰 보급률이 2012년 기준 21%로 아직 낮고 거대한 인구를 기반으로 한 성장 잠재력이 클뿐 아니라, 최근 상승하는 구매력과 수요를 바탕으로 프리미엄에서 초저가에 이르기까지 포트폴리오 믹스를 통해 원하는 수익과 규모의 경제 달성이 가능하다는 점이 특히 다른 신흥시장 대비 중국이 매력적인 이유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중국 모바일 시장은 글로벌 Top 제조사(삼성, Apple, HTC 등), 중국 Top3 제조사(Lenovo, Huawei, ZTE), 그 외 Long-tail을 이루는 수천 개 중국 군소 제조사(Cooplad, Ginoee, OPPO, Xiaomi 등)로 三分 된다. 2011년 하반기부터 Lenovo, Huawei, ZTE 등 중국의 Top3가 중국시장 점유율을 급격히 높이고 있는 가운데, 내년에는 중국 제조사의 점유율이 70%에 달할 전망이다(<그림 5> 참조). 중국 시장 내 프리미엄 군은 글로벌 제조사 제품이 대부분을 차지하나, 최근 중국 Top 3사는 금년 초 라스베가스와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Consumer Electronics Show(CES)와 Mobile World Congress(MWC)에서 글로벌 제조사에 준하는 수준의 디자인과 하드웨어 제원을 갖춘 프리미엄 제품들을 출품하며 중국 내수 프리미엄 시장 뿐 글로벌 진출에 본격적인 출사표를 던졌다.

Huawei와 ZTE는 이동통신 네트워크 장비 사업을 통해 다져진 이동통신사와의 관계를 활용하여 모바일 제품에서도 점유율을 높여 가고 있으며, 특히 중국 이동통신 표준인 TD-LTE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금년에는 네트워크 부문에서의 손실을 털고 운영을 효율화하는 한편, 브랜드를 강화하며 본격적으로 선진시장을 공략할 것으로 예상된다.

Lenovo는 오픈 유통 채널을 중심으로, PC에서의 브랜드와 채널을 활용하여 중저가 중심으로 작년 하반기에 급성장하였다. 이동통신사와의 관계 강화, PC에서의 강력한 브랜드를 바탕으로 하는 신흥시장 진출에 노력하고 있으며, 중국에서는 자체 안드로이드 앱스토어(http://www.lenovomm.com)를 운영, 로컬라이즈된 컨텐츠를 제공하며 인기를 얻고 있다.

Top3 외에 심천(Shenzhen) 지역을 중심으로 중국 내에 수천 개에 달하는 군소 제조사가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그 중 최근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기업이 CoolPad(China Wireless), Xiaomi, Meizu, OPPO, Gionee, TCL로, 바이럴 마케팅 등으로 이슈를 만들며 인지도를 높여가고 있다. Xiaomi는 안드로이드 초창기 ‘MIUI’라는 Custom ROM으로 유명세를 탄 후 ‘mi’ 브랜드로 직접 스마트폰 제품을 출시했다. 오프라인 매장 없이 마케팅 전략과 인터넷 사이트로 7백만대를 판매하는 기염을 토한 신흥 강자로, CEO Lei Jun은 중국의 스티브 잡스로 칭송을 받고 있다. Meizu는 국내에서는 ‘대륙의 아이폰’이라는 별칭으로 알려진 M8을 아이폰 출시 시점에 함께 공개하며 이슈 몰이에 성공하였고, OPPO는 송혜교, 수퍼주니어를 앞세운 마케팅을 통해 한류와 결합된 한국 브랜드라는 인식을 심는 등의 노력으로 오픈 채널에서 입지를 강화해 가고 있다. 이러한 중소규모 제조사들은 중국 내수뿐 아니라, 러시아, 인도, 중동, 아프리카 등, 아직 중국보다 스마트폰 보급이 낮은 지역 진출의 채비 또한 서두르고 있다.

◆ 중국의 모바일 반도체 기업 : 세트업체 조력자에서 파괴적 혁신기업으로

지난 2월 말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 이후 글로벌 제조사들은 중국의 하드웨어 기술 급부상을 인상적이었다 평가하며 내부적으로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고 있다. 그 중심에는 단말 및 기지국 장비 제조사인 Huawei 뿐 아니라, Huawei의 반도체 설계 자회사인 HiSilicon이 있다. HiSilicon은 스마트폰에서 PC의 CPU와 그래픽 카드에 해당하는 어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와, 통신 기능을 하는 모뎀 칩을 설계3, 개발하여 Ascend D2, Honor2 등 Huawei의 대표 프리미엄 스마트폰 모델에 탑재하는 실력을 선보였다. 퀄컴의 동급 솔루션이 28nm 공정 기반인 것에 비하면 40nm 공정 기반으로 다소 뒤쳐졌지만, 지금까지의 추격 속도로 볼 때 갭은 빠른 시간 안에 좁혀질 전망이다.

통신 모뎀 칩 제조사인 Spreadtrum과 RDA MicroElectronics는 기존 피쳐폰과 모뎀 중심 사업에서, 스마트폰과 커넥티비티 콤보로 역량 확장을 꾀하고 있다. 이는 Wifi, Bluetooth, GPS, NFC 등 여러 종류의 무선 커넥티비티를 하나의 콤보 칩으로 제공하거나 AP나 모뎀에 통합하는 최근 글로벌 모바일 SoC의 트렌드에도 부합한다.

한편 가장 흥미로운 부분은 10달러 미만 가격대의 초저가 AP 업체들이다. 기존에 DSP, 또는 PMP, Navigation용 염가 프로세서 제조사인 Rockchip, Allwinner, Amlogic 등이 저가 모바일 AP 솔루션을 내놓으면서, 중국 내 white box4 업체들이 이를 바탕으로 $50~150대의 태블릿을 제조, 판매하고 있다. 이러한 중국 white box 업체들의 초저가 태블릿은 선진국 시장뿐 아니라, 컴퓨팅 기기 보급이 거의 안되어 있는 신흥시장에서 PC/노트북 대용의 간단한 엔터테인먼트, 학습, 사무용 기기로 폭발적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또한 자동차, 헬스케어 뿐 아니라, 기존의 다양한 산업용 디스플레이 패널에 저렴한 가격으로 Intelligence와 Interactivity를 부여할 수 있어, 여러 산업에 걸쳐 파괴적 혁신을 가져올 수 있는 발판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모바일 AP와 모뎀 외에, 디스플레이/터치 IC, 카메라 CMOS5 이미지 센서, 무선 커넥티비티, 오디오 등 모바일 SoC 대부분의 영역에 걸쳐 중국 솔루션만으로도 공급체인 완결 및 제품 구성이 가능한 수준으로, 최근의 성장세가 돋보인다. 이러한 성장세에 가장 큰 위협을 느끼는 기업들이 Qualcomm, MediaTek, Broadcom, Marvell 등 선진국 반도체기업으로, 레퍼런스 디자인 프로그램(12페이지 참조) 확대, 현지 비즈니스 인프라 확충 등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며, 2013년 더욱 이에 전념할 것으로 예상된다. 선진 기업들과 중국 기업들이 각자 어떠한 전략으로 어떤 성과를 거둘 수 있을 지가 관전 포인트라 할 수 있다.

◆ 중국 LED 산업, 대만 수준의 경쟁력을 확보했다

국내 일반인들에게 중국 LED 기업들은 생소할 것으로 생각된다. 국내 LED 산업에 종사자들 조차도 산난, 3E, 동방 등의 기업 이름은 다소 낯설 수 있다. 하지만 이 기업들은 현재 세계 주요 LED 기업과 비슷한 수준의 생산 Capa를 보유하고 있고 일정 부분 정상 가동을 하고 있는 기업들이다.

2010년에 일부 언론들은 중국 LED 기업들이 정부의 지원을 통해서 2010~2014년 동안 LED 칩 생산에 핵심이 되는 고가(약 25억원 수준)의 장비인 MOCVD를 약 1,000대 가량 투자하게 될 것이라고 발표하였다. 이후 MOCVD를 운영할 수 있는 엔지니어가 부족하고 LED가 공급과잉 상황으로 치닫으면서 투자 규모가 축소되기는 했지만 다수의 장비가 투자되어 운영되고 있는 현실이다. 중국 정부가 LED에 과도해 보이는 정도의 투자를 진행한 배경에는 자국 내 에너지, 오염 이슈 등에 관한 해결 노력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중국 정부는 2011년에서 2015년까지를 대상으로 하는 제 12차 5개년 규획(十二五規劃) 하에서 에너지 절약 및 환경 산업을 육성하고 있으며, LED 산업 서플라이 체인 중 특히 MOCVD 장비 투자에 주요 지방 정부의 보조금이 집중되고 있다.6

이렇듯 강력한 지원 아래 중국 LED 기업은 대만 등으로부터의 LED 엔지니어 확보를 통해서 제품 기술력 확보와 공정 안정화를 꾀하였다. 이런 과정을 통해서 중국 LED 기업들은 짧은 기간에 산업 내 주요 기업으로 발돋움 할 수 있었다. 현재 상용화된 산난 등 주요 중국 LED 기업의 제품 기술력은 에피스타, 포레피 등의 대만 LED 제품에 비해서 크게 떨어지지 않는 것으로 파악된다. 일부 기업들은 회사 설립, 장비 입고 이후 1년 이내에 대만 기업들 수준의 제품 경쟁력을 확보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것이 가능했던 것은 대만 내 주요 LED 기업의 엔지니어들이 중국 기업으로 이직을 해서 제품 개발, 장비 Set-up을 주도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와 함께 중국 내 LED 수요 시장 성장도 중국 LED 기업 발전에 큰 몫을 했다. 2011년 이후 중국 내 LED TV의 폭발적인 성장은 중국 LED 기업에게는 중요한 발판이 되었다. LED TV 성장 속도가 어느 정도 완만해진 현 시점에서도 LED 조명 시장이 정부 주도로 성장하고 있다. 이러한 수요 시장의 견인은 중국 기업들에게는 큰 버팀목이 되어 주고 있다.

중국 LED 기업들은 이미 생산 규모, 제품 기술력 면에서 주요 기업들을 바짝 쫓아 오고 있다. 산난과 같은 중국 1위 LED 기업은 기존에 140대 수준의 MOCVD를 확보한 데 이어 올해 시장 상황에 따라 100대 수준의 추가 투자 여부를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2~4위 기업들도 이미 50~100대 사이의 MOCVD 생산 규모를 갖추어 놓은 것으로 파악된다. 국내 1, 2위 LED 기업들의 MOCVD 장비 규모가 100~200대 수준임을 감안 할 때 중국 기업들의 생산 규모는 이미 상당한 수준임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차세대 기술 수준은 어떠할까? 차세대 기술로는 수직형 LED, 플립칩, 실리콘 기판 LED 등을 꼽을 수 있다. 주요 중국 기업들은 이미 플립칩, 수직형 LED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고 일정 부분 기술력 측면에서 진보해 온 것으로 알려진다. 이것이 가능했던 것은 선진국에서 유학을 하고 오스람, 필립스 등의 LED 전문 기업에서 근무를 했던 수많은 중국인 기술인력들이 중국 기업으로 다시 영입되어 두터운 연구인력 층을 형성하고 있는데 따른 것으로 추정된다. 중국 LED 기업들도 차세대 기술에 대해서도 준비를 하고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 이런 맹 추격의 중국을 보면서 대한민국은 어떻게 해야 하는가?

중국의 로컬 전자 기업들은 점점 커지고 있는 내수 시장을 장악해 가고 있고, 이를 발판으로 세계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중국 정부는 이들 기업들을 더욱 강력한 글로벌 강자로 육성하기 위해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중국 정부가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전자 산업의 구조조정을 유도하고 있는 것도 전자기업의 대형화와 이에 따른 규모의 경제 효과를 확대시킬 가능성이 있다. 이 밖에도 셀 수 없는 신흥 기업들이 생겨나고 성장하고 있다. 중국의 IT산업은 거대하면서도 가장 역동적인 곳이기도 하다.

IT 산업에 있어서 국가 간 혹은 기업 간 산업 주도권 경쟁에서 고려해야 할 점 중의 하나는 해당 기술의 특성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기술력을 통한 진입 장벽 구축이 얼마나 가능한가?’ 혹은 ‘경쟁자가 빠르게 진입하여 관련 기술 역량을 확보했다고 해도 해당 기업은 차세대 기술 확보를 통해 새로운 진입 장벽 구축이 가능한가?’ 등이 그 질문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기술의 발전이 지속적일 것으로 예상되는 산업, 다시 말해서 차세대 기술의 변곡점이 지속적으로 예상이 되는 산업에서는 한국 기업들의 주도권 유지 가능성이 그렇지 않은 산업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높을 수 있다. 이러한 산업인 경우 연속적인 기술 발전도 이루어 나가야겠지만 변곡점에서의 기술 혁신을 바탕으로 시장을 개척해 나가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변곡점들이 있는 부문이라고 하더라도 우리가 기술적인 우위를 얼마나 오래 지속할 지는 장담하기는 어렵다. 2,3년이 될지 5년이 될지 단언하기 어렵다.

IT 산업은 특히 변화의 속도가 빠르고 부침이 심해서 현재의 선두그룹이라고 해도 미래가 보장되지 않는다. 불과 얼마 전까지 확실한 선두였던 애플의 위상이 매우 짧은 기간에 도전 받고 있는 것이 한 예다. 단일 제품 모델로 시장을 휩쓸고 엄청난 마진을 챙겼던 애플의 모델이 자칫하면 큰 약점으로 전락할 수도 있는 상황이다.

현재 우리나라에게 중국은 70년대 미국에게 일본, 90년대, 2000년대 일본에게 한국과 같은 존재일 지 모른다. 더구나 중국은 70년대 일본과 90년대 2000년대 한국과는 비교가 안될 정도로 덩치가 크면서도 역동적이다. 현재도 중국에는 수많은 기업들이 생성되고 자라나고 있고, 선두권 다툼도 치열하다. 전자 산업에 관한 한 우리기업들의 위상은 거의 세계 선두 그룹에 속해 있지만 그 위상을 만끽 할 수 만은 없는 상황이다. 우리나라에는 역동적인 신생기업들을 점점 찾기가 어려워지고 있고 젊은이들은 점점 더 안정적인 일자리를 찾는 경향 또한 중국의 위협이 더 크게 느껴지는 이유이다.

단선적인 기술 혁신은 언젠가는 따라 잡힐 것이다. 이제는 보다 창의적인 혁신이 점점 더 긴요해지고 있다. 그 혁신이 해당 기술을 한 단계 더 레벨업 하는 것이 될지, 핵심역량을 중심으로 사업을 확장하는 것이 될지, 제품메이커에서 토탈 솔루션 제공 기업으로의 변화가 될 지, 보다 고부가가치 부문으로의 변화가 될 지, 기업마다 해당 산업 영역마다 모양은 다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제까지와는 다른 보다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레벨 업이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다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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