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워커_국제정세] 미․중 간 스마트폰 전쟁이 시작됐다. 미국이 화웨이를 겨냥해 국가안보에 위협이 되는 기업이 만든 통신장비를 사용하지 못하도록 한 것이다. 결국 화웨이의 운영 체제였던 구글을 사용하지 못하게 됨으로써 화웨이의 스마트폰 산업에 타격을 입게 됐다. 이로써 미국이 중국과 무역전쟁을 벌인 목적이 명백하게 드러났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중국도 보복 조치를 고려하고 있어 전 세계의 IT 산업에 미칠 악영향을 우려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 화웨이 5G 계획에 타격 있을 듯

▲ 미․중 간 스마트폰 전쟁이 시작됐다. 미국이 화웨이를 겨냥해 국가안보에 위협이 되는 기업이 만든 통신장비를 사용하지 못하도록 한 것이다. 결국 화웨이의 운영 체제였던 구글을 사용하지 못하게 됨으로써 화웨이의 스마트폰 산업에 타격을 입게 됐다. 이로써 미국이 중국과 무역전쟁을 벌인 목적이 명백하게 드러났다고 볼 수 있다.<그래픽_뉴스워커 황성환 그래픽 1다당>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15일(이하 현지시간) 중국 화웨이를 겨냥한 ‘미국의 국가 안보와 미국의 보안․안전에 용인할 수 없는 위험’을 끼칠 수 있는 기업의 장비를 구매 또는 사용할 수 없도록 금지하는 내용의 행정명령에 서명해 국가비상사태를 발동한 바 있다.

이에 구글, 퀼컴, 인텔 등 미국 기업들은 화웨이와 거래를 할 수 없는 상황이 됐고, 구글은 화웨이에 오픈소스를 제외한 소프트웨어나 하드웨어 이전, 기술 지원 등 중단키로 했다. 그러다 자국 내 충격 완화를 위해 화웨이 재제 조치를 90일 동안 유예하겠다고 미국 상무부는 지난 20일 밝혔다.

강경한 자세에서 한 발 물러난 셈인데, 이는 자국의 통신사를 위한 조치인 것으로 알려졌다. CNBC의 보도에 따르면 윌버 로스 상무부 장관이 “화웨이 장비를 사용하는 통신사들에게 대안을 마련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조치”라고 했다는 것이다. 이 조치는 이미 판매된 화웨이 기기나 장비에 한해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일 뿐 신규 거래는 어렵다. 결국 화웨이는 야심차게 밀고 있는 5G(5세대 이동통신) 계획에도 심각한 타격을 입게 됐다.

화웨이는 자국 내수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바탕으로 유럽, 중동․아프리카 등으로 시장을 확대하고 있었다. 올 1분기 세계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 17.9%로, 13%인 애플을 꺾고 1위로 올라선 상황이다. 그러나 미국의 조치로 반도체 공급이 중단될 뿐만 아니라 중요 기능인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와 앱 장터, 유튜브 등 핵심 소프트웨어도 장착할 수 없게 돼 올해 화웨이 판매량은 급감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시장조사 업체 스트래티지 에널리틱스(SA)는 올해 화웨이폰 판매량은 당초 예상했던 2억4110만대 보다 1억대 가량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 화웨이 창업자, “우리는 영향 받지 않는다”

미국의 조치에도 화웨이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인 런정페이 회장은 21일 관영 중앙방송(CCTV) 등과의 인터뷰를 통해 “화웨이의 5G는 절대 영향 받지 않을 것”라면서 “5G 기술면에서 다른 기업이 우리를 2~3년 안에는 결코 따라잡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화웨이가 미국기업으로부터 부품과 기술을 사지 못해 제품을 내놓지 못하는 공급 공단과 같은 극단적인 상황은 나오지 않을 것”이라면서 “이미 대비가 잘 돼 있다”고 말했다.

런정페이 회장이 이렇게 자신감 있게 말하고 있는 이유는 미․중 간 무역전쟁이 격화될 경우를 대비해 ‘흥멍’이란 자체 OS 개발 작업을 진행해 왔기 때문으로 보인다. 화웨이의 위청둥 컨규머비지니스부문 CEO는 “이르면 올 가을, 늦어도 내년 봄에는 자체 OS를 선보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미국 언론들은 화웨이가 자체 OS를 공식 출시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미국 IT 전문매체 디인포메이션은 21일 화웨이 OS 출시에 대해 “준비가 제대로 되지 않았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SA는 “화웨이가 최악의 상황을 맞았지만 침몰하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거래 중단을 장기화하면 미국이 손해 볼 것”이라고 전망했다. 즉, 화웨이가 1~2년은 고전하겠지만 연구․개발을 가속화해 한국이나 일본 등지에서 조달하던 스마트폰용 부품을 수년 내에 자체 개발하거나 중국 업체로 방향을 틀 것이라고 내다봤다.

◆ 미국은 타격이 없을까

SA는 이러한 상황이 장기화되면 미국이 손해 볼 것이라고 말했지만, 당장 애플이 위기에 처했다. 중국 소비자들이 애플을 외면하기 시작한 것이다.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22일 보도를 통해 중국 소비자들의 외면으로 애플의 중국 시장 점유율이 더욱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고 보도했다. 지난해 애플은 중국 시장 점유율이 9.1%를 기록하면서 전체 5위에 랭크됐지만 올해 1분기는 7%까지 떨어졌다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미국의 화웨이 공격에 대한 반발로 분석된다.

뿐만 아니라 중국이 전 세계 생산량의 95%를 차지하는 반도체나 첨단 제품에 쓰이는 핵심 광물 희토류에 대해 미국 수출량을 줄이는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는 등 보복 가능성을 언급했다는 점도 미국에게는 위기일 수 있다.

◆ “삼성전자 반사이익” 전망 나와, 장기적으로 글로벌 IT 산업 둔화될 수 있어

미․중의 스마트폰 전쟁으로 삼성전자가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시장에서는 화웨이의 급부상으로 타격을 받았던 삼성전자 스마트폰 사업이 반사이익으로 시장 점유율을 회복할 것이라는 분석하고 있다. 플래그십 모델급 스마트폰뿐만 아니라 저가 스마트폰 영역에서도 삼성전자가 반사 수혜를 입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유진투자증권은 삼성전자가 입을 반사이익을 8000~1조원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화웨이와 애플이 동시에 타격을 받으면 삼성전자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분석도 있다. 이들은 삼성전자의 5대 고객사에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글로벌 IT 산업 자체가 둔화될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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