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무역 분쟁, 한국 능동적 대처 필요

▲ 그래픽_황성환 뉴스워커 그래픽 1담당

[뉴스워커_오피니언] 현지시각으로 지난 5월 15일 미국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정보통신 기술을 보호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으며, 이 명령에 근거하여 5월 16일 미국 상무부는 미국 기업이 미국 정부의 허가 없이 화웨이와 68개의 관계사와 거래할 수 없도록 조치했다.

 미국 화웨이에 대한 거래제한과 추가 제재 움직임

이 조치에 따라 인텔, 퀄컴, 자일링스, 브로드컴 등의 미국 반도체 업체가 화웨이에 대한 반도체 공급을 중단했으며, 구글 또한 화웨이 스마트폰에 탑재되는 안드로이드 기반 서비스 제공과 협력을 중단한다고 외신들이 보도했다.

그러나 지난 20일 윌버 로스 미 상무부 장관이 “임시 일반 면허는 업체들이 다른 조치를 취할 시간과 화웨이 장비에 의존하는 미국과 해외 통신사들에게 적절한 장기적 조치를 결정할 시간을 제공할 것이다”며 화웨이에 대한 제재를 90일 동안 유예하는 조치를 발표했다.

이에 구글은 임시면허가 발급되는 90일 동안 기존 안드로이드 사용자에 한해 보안 업데이트 서비스 등을 제공할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제재 유예조치에 대해 무역전쟁에서 미국이 일보 양보하는 모양새를 취하는 것으로 해석하기도 하지만 유예조치 기간 중에도 기존 제품의 관리, 유지의 범위 내에서만 미국 기업들의 부품이나 기술 제공을 허용하며 화웨이의 신규 제품에 제공하는 것은 불허하는 점을 고려하면 그 같은 해석에 동의는 어렵다.

게다가 영국 파이낸셜 타임즈는 현지시각으로 지난 20일 미국 국토안보부 산하 CISA가 미국 기업의 구매담당자들에게 중국 무인기에 의한 데이터 훼손과 정보 유출 위험성에 대한 경고문을 발송했다고 보도해 중국 드론 제조회사인 DJI가 화웨이에 이어 2번째로 거래 제한 대상에 오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또한 뉴욕 타임즈는 현지시각으로 지난 22일 미국 상무부가 중국의 CCTV 제작업체인 ‘하이크비전(Hikvision)’에 대한 거래제한 조치를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하이크비전은 세계 감시카메라 시장에서 1위의 점유율을 차지하는 기업으로 중국정부의 위구르 지역 감시에 협조한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에 미국 정부가 인권침해와 보안우려를 이유로 감시와 견제를 거두지 않던 기업이다.

현재 시점에서 DJI, 하이크비전에 대한 공식적인 행정조치가 이뤄지지 않은 점을 고려할 때 미국 행정부의 정확한 의도를 단언하기는 어렵지만, 적어도 미중 무역협상이 순조롭게 이뤄지지 않을 경우 추가제재가 나올 수 있으며 그 준비를 위한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기 때문에 거래제한의 일시 유예를 미국이 양보한 것으로 해석하기는 어렵다.

 화웨이, 제재로 인한 타격을 극복하기 쉽지 않을 전망

미국 정부가 거래제한 조치를 발동하자 화웨이는 비축된 부품 재고가 많으며 장기적으로는 부품, OS의 국산화 등을 통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시장에서도 화웨이가 짧게는 2~3개월 길게는 1년 가까이 사용할 수 있는 부품을 비축해 두었을 것으로 예측하고 있어 당장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은 낮다고 보고 있다.

또한 화웨이는 자회사인 하이실리콘을 통해 독자적인 반도체를 설계, 제작할 수 있으며 스마트폰의 OS 또한 자체 개발한 ‘훙멍(Hongmeng)’으로 안드로이드를 대체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시장의 전망은 화웨이의 것과 조금 다르다.

화웨이가 비축한 부품의 재고가 소진될 때까지 국산화 혹은 부품 공급처의 대체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생산 자체가 정지될 수 있으며, 부품을 국산화한다고 하여 부품 성능이 만족할만한 수준까지 도달하지 의문을 제기하는 시각이 존재한다.

게다가 독자적인 반도체 제작을 위해 화웨이가 적극 활용할 자회사인 하이실리콘이 팹리스 기업으로 분류되는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팹리스 기업이란 반도체 설계 기술만을 보유한 기업으로 생산능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반도체 생산을 위해서는 위탁생산 전문 기업인 파운드리 기업과 협력이 필수적이다.

하이실리콘 또한 과거 화웨이 독자의 AP칩인 기린 시리즈를 설계하기도 하여 반도체 설계능력은 인정받고 있지만 이를 생산했던 것은 대만의 파운드리 기업인 TSMC로 알려져 하이실리콘이 반도체를 설계한다고 해도 생산까지 담당하는 것은 무리란 것이 대체적인 평가다.

따라서 파운드리 산업에서 50% 이상의 점유율을 기록할 정도로 독보적인 존재인 TSMC가 미국의 제재에 동참할 경우 중국내 기업이 생산물량을 소화하기도 어렵고 TSMC만큼의 생산수율로 경제성을 확보하기도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즉 화웨이가 독자 반도체를 생산하여 거래제한 조치를 피할 수 있다고 주장했지만 하이실리콘이 인텔, 퀄컴 등에 버금가는 설계능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보기도 어려우며 TSMC가 화웨이와 협력 관계를 청산할 경우 생산단계에서도 문제가 생길 수 있어 화웨이의 주장이 실현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거래제한이 장기화되지 않아도 화웨이 스마트폰에 대한 타격은 치명적일 것으로 내다보는 시각이 많은데 그 이유는 바로 구글이 화웨이와 협력 중단을 선언했기 때문이다.

안드로이드에서 훙멍으로의 OS 교체는 심각한 문제가 발생하지 않을 수 있지만 구글 플레이, 유튜브 등을 포함한 구글의 앱 생태계에서 화웨이 스마트 폰이 배제되는 점은 해외 스마트폰 시장에서 화웨이에게 치명적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구글 플레이란 안드로이드 폰에서 제공되는 디지털 콘텐츠 스토어로 앱 개발자들에게 비교적 개방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어 광범위한 앱이 존재하는데 구글 플레이를 사용할 수 없는 스마트 폰 소비자는 앱 사용에 있어서 제한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해 화웨이가 독자적인 스토어를 제작하면 되지 않겠냐는 반론이 나올 수 있다.

그러나 한국 앱 마켓 시장을 보면 이와 같은 반론에 동의하기는 쉽지 않다. 한국모바일산업협회가 조사한 자료에 의하면 2018년 기준 한국 앱 마켓 시장 점유율은 구글 플레이가 61.1%, 애플의 앱스토어가 21.7%, 한국 토종 원스토어는 13.5%를 기록할 정도로 구글 플레이의 점유율은 압도적이다.

전문가들은 구글 플레이의 점유율이 토종 앱 마켓인 원스토어의 4배 이상일 정도로 기록하는 가장 주요한 이유로 콘텐츠 부족을 꼽고 있다.

즉 화웨이가 독자적인 스토어를 제작한다고 해도 이미 광범위한 콘텐츠를 보유하고 있는 구글 플레이에 필적하는 콘텐츠나 앱을 단기간 내에 확보하는 것이 쉽지 않아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볼 수 있다.

게다가 구글이 화웨이 스마트폰에서 구글 플레이의 구매내역 등을 연동하는 것을 허가하지 않는다면 기존 안드로이드 폰에서 구매했던 앱을 재차 구매해야 하는 상황까지 벌어질 수 있다. 

따라서 소비자들이 유튜브나 지메일 등의 사용제한을 기꺼이 감수할 것이라고 예상하기도 어렵지만 기존 앱을 재구매해야 하는 불이익까지 감수하고 화웨이 스마트폰을 선택할 것이라고 예상하는 것은 정말 쉽지 않은 일이다.

이와 관련하여 시장조사업체인 SA는 미국 정부의 제재로 올해 화웨이 스마트 폰의 합계 출하량이 2억 4110만대보다 1억대 가까이 감소한 1억 5600만대까지 하락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는데 이는 구글 서비스에서 제공되는 앱 생태계를 이용할 수 없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

실제로 최근 니혼게이자이 신문 등 일본 언론들이 일본 통신사인 KDDI와 소프트뱅크가 화웨이의 신형 스마트폰 판매를 무기한 연기했으며 NTT 도코모 또한 판매 중단 여부에 대한 검토에 들어갔다고 보도했을 정도로, 부품의 비축량, 국산화 가능 여부와 관계없이 스마트폰 시장은 화웨이 제재에 대해 비교적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우리는 우리가 갈 길을 꿋꿋이 갈 필요 있어

미국이 화웨이에 대한 제재를 발동하는 등 미중 무역 분쟁에 있어서 초강수를 두고 있고 중국 또한 미국에 대한 저항의지를 다지고 있어 단기간 내에 무역 분쟁이 해결될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화웨이에 대한 미국의 제재로 반사이익을 얻는 업체도 있겠지만 미중 무역 분쟁 자체로 세계 무역량이 감소할 가능성도 적지 않기 때문에 반사이익만을 기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오히려 한국의 주요 수출 시장인 미국과 중국의 무역량 감소로 인한 충격이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어 이전부터 대비책으로 시행됐던 R&D 역량집중, 수출활력 제고, 수출시장 다변화, 국제협력 강화 등을 통해 한국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힘을 모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과 중국이 한국 경제에 있어서 비중이 작다고 볼 수 없어 좋은 성적을 기대하기 쉬운 일은 아니지만 적어도 상황의 악화를 조금이라도 줄이는 것은 가능하기 때문에 대외여건이 좋아지기를 기다리거나 반사이익을 기대하기 보다는 능동적으로 상황에 대처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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