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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워커_김영욱 시사칼럼니스트] ‘막말’의 사전적 의미는 ‘나오는 대로 함부로 하거나 속되게 말하는 것’이다. ‘막소리’라고 하기도 한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의 이른바 ‘민생투쟁 대장정’에 대한 소감으로 한 ‘지옥’(地獄) 발언이 ‘막말정치’로 급부상하면서 정국이 또다시 급냉되고 있다.

황 대표는 선거제·개혁법안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 등에 반발하며 지난 7일 부산에서 부터 시작한 18일간의 4080㎞ ‘장외 집회’을 마치고 24일 여의도로 돌아왔다.

황 대표는 어제 페이스북을 통해 “현장은 지옥과 같았고 시민들은 ‘살려 달라’ 절규했다”며 “우리는 지옥을 밟고 있지만, 국민에게는 꿈이 있었다”고 여야간 정쟁에 또 다시 불을 지폈다.

이어 “한국사회는 제2의 IMF 같다. 오직 국정의 초점은 김정은에게 있고 패스트트랙에 있다”며 “왜 (문재인)대통령은 국민을 보지 않느냐. 국민의 삶은 파탄이 났다”고 신랄한 비난을 쏟아냈다.

이에 더불어민주당은 대변인 브리핑을 통해 “국가 폄하이자 국민 모독”이라고 맞받았다.

그동안 황 대표는 빨강점퍼에 때론 백팩을 메고 430여 시간의 ‘장외 집회’를 감행하며 전국을 누볐다. 그는 가는 곳마다 ‘좌파 독재’ ‘운동권 정부’ ‘김정은 대변인’ 등 막말과 색깔공세를 반복했다.

야당 지도자가 장외에서 대중 집회를 열어 지지자들과 공감하는 것도 때로는 필요하다. 그러나 시대착오적인 색깔론으로 집회를 뒤덮은 것은 참으로 수준 낮은 공세다.

예초 국민들은 황 대표 체제 출범을 계기로 파행과 휴업으로 얼룩진 국회 정상화를 기대했다. 국정을 책임진 민주당이나 새 진용을 갖춘 한국당 모두 더 이상 국회를 공전시킬 수 없는 절박한 상황이었다.

민주당은 청와대가 요구하는 ‘성과’가 급하고, 한국당은 새 지도부가 약속한 ‘변화’를 보여줘야 할 처지였다.

지난 2월 28일 황 대표가 취임 인사차 국회의장과 여야 대표를 만난 자리에서 ‘막말정치’는 예고됐다.

덕담도 끝나기 전에 문희상 의장과의 면담 자리는 국회 파행의 책임 소재가 주제가 됐고, 이해찬 민주당 대표와는 북미 정상회담 문제로 신경전을 벌였다.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 상견례에선 5·18 역사인식이 도마에 올랐다.

구시대적 극우정당으로 퇴행하는 모습은 득보다 실이 더 많아 보인다.

황 대표로는 그간의 장외 투쟁에 대해 당 안팎에선 지지층 결집 효과가 있었을 모르지만 중도층 이탈 요인으로도 작용한 것은 분명해 보인다.

황 대표가 모내기를 하고 유림들에게 큰절을 하고 축구경기를 관람하며 군부대를 방문하는 등의 행보를 한 건 장외 투쟁이라기보다 ‘개인 행보’로 비쳤다.

특히 황 대표가 최근 부처님오신날 법요식 때 불교 의식을 따르지 않은 것을 불교계가 비판하고, 이를 또 보수개신교가 맞 비난하는 등 종교 갈등으로 비화되는 양상도 몹시 우려스럽다.

지금은 여야가 힘을 합쳐도 나라의 어려움을 헤쳐 나가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한데도 국민안전과 경기대책을 담은 추가경정예산안은 지난달 25일 국회에 제출된 지 한 달이 지나도록 상정조차 못하고 있다.

이러니 경제와 민생이 어렵다면서 국회를 내팽개친 채 장외 투쟁에 나선 한국당을 두고 국민들의 시선이 고왔을 리 없다. 더구나 색깔론을 덧칠한 막말 공세가 우리 사회 통합과 발전에 무슨 도움이 되었겠는가.

지금처럼 민생을 아랑곳하지 않고 ‘대선 행보식 장외 투쟁’을 계속한다면 국민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이런 가운데 황 대표와 당 지도부는 국민 절반가량이 장기화되고 있는 ‘국회 파행의 책임이 한국당에 있다’는 어제의 여론조사 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어야 한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가 지난 24~25일 전국 성인 1021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국회 파행사태와 관련해 ‘한국당에 책임이 있다’는 답변은 51.6%로 나타났다고 발표했다. 반면 민주당 책임이라는 답변은 27.1%를 기록했다.

여의도 정치 경험이 전혀 없는 황 대표가 대치정국을 풀어내는 정치력을 보여줘 제1 야당 대표의 위신을 세워할 때다.

황 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는 조건 없이 국회에 복귀하는 대승적 결단을 내리길 바란다. 황 대표가 정치 복원의 돌파구를 여는 ‘통 큰 리더십’을 보여줄 수 있을지 주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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