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장애 질병 분류가 규제 강화로 바로 이어진다고 보긴 어려워

현지시각으로 5월 25일 세계보건기구(WHO)는 국제질병분류 개정판(ICD-11)에서 게임장애(Gaming Disorder)를 질병으로 분류했다. 질병 코드가 부여되면 각국 보건당국은 질병 관련 보건 통계를 작성해 발표하게 되며 질병 예방과 치료를 위한 예산을 배정할 수 있게 된다.

◆ 게임장애 질병 분류 논란

ICD-11은 게임장애로 진단할 수 있는 기준을 3가지로 제시하고 있다.

▲ 그래픽_황성환 뉴스워커 그래픽 1담당

먼저 게임 플레이 시간, 게임 횟수 등을 스스로 통제할 수 없으며, 학업이나 직장생활보다 게임을 하는 것에 우선순위를 두고, 게임 조절을 하지 못해 실직하거나 학업성적이 나빠져도 게임하는 것을 멈추지 못해야 한다.

게다가 의사가 특정 환자에 대해 게임장애로 진단을 내리기 위해서는 환자에게서 위에 언급한 증상이 최소 12개월 이상 지속되어야 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와 같은 세계보건기구의 움직임에 대해 국내에서는 찬반양론으로 나뉘어 대립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으며, 정부 부처도 질병 등재에 찬성하는 입장인 보건복지부와 WHO에 질병 등재에 반대한다는 의견서를 보낸 문화체육관광부로 나눠져 통일된 입장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게임장애를 질병으로 등재하는데 찬성하는 입장에서는 소수지만 게임장애 현상을 보이는 환자들이 있고 이에 대한 치료와 진단기준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논거를 들고 있고, 반대하는 입장에서는 게임장애를 질병으로 정의할 과학적 근거와 기준이 명확하지 않으며 게임을 즐기는 사람들에게 환자라는 낙인을 찍어 종국에는 게임 산업의 위축을 가져올 수 있다는 주장으로 팽팽히 대립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세계보건기구의 권고사항을 받아들여 국내에서도 게임장애 진단법과 치료법 등의 기준 마련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 게임 중독세 논란과 게임 규제 강화 우려

최근 한 언론에서 보건복지부가 게임 중독세 도입을 검토하고 있는 중이라고 보도한 것에 대해 보건복지부는 해당 언론보도를 부정한 일이 발생했는데, 보건복지부가 게임 중독세 도입 검토를 적극적으로 부정했지만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게임 중독세란 수익자로 볼 수 있는 게임업체에게 게임에 과도하게 몰입하는 환자를 치유하기 위한 재원 마련을 위해 부담금 등을 부과하는 것을 의미한다.

국내에서는 2013년에 손인춘 새누리당 국회의원이 ‘인터넷게임 중독 치유지원에 관한 법률안’을 발의한 적이 있는데, 발의안의 제12조에서 “여성가족부가 연매출액 1% 이내의 범위에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비율에 해당하는 인터넷게임중독치유 부담금을 부과, 징수할 수 있다.”고 규정하여 게임 중독세 도입을 추진한 적이 있다.

세계보건기구에서 게임장애를 질병으로 분류하는 것과 맞물려 국내에서도 게임 산업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는 것은 아닌지 하는 우려감이 팽배하여 보건복지부가 게임 중독세 도입을 검토하려고 한다는 보도에 산업계가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보건복지부가 단독으로 게임 중독세 도입을 추진하기는 어려운 점을 고려한다면 게임 중독세 관련한 게임 산업계의 걱정은 잠시 내려놓아도 좋다는 평가가 많다.

이는 게임 중독세가 일종의 부담금으로 평가받기 때문에 업체에 부과하기 위해서는 헌법 제59조의 “조세의 종목과 세율은 법률로 정한다.”는 조세법정주의의 적용을 받아 국회가 근거 법률을 마련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2013년에 여성가족부가 아니라 국회가 근거법률을 제정하려고 시도한 것도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으로 해석할 수 있으며, 국회에서 게임 중독세 관련 법률안이 발의되고 통과되지 않는 한 보건복지부 단독으로 게임 중독세를 도입하기는 어렵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한편 현재 국내 게임 산업 관련한 대표적인 규제로는 ‘셧다운제’, ‘온라인게임 결제한도’를 언급할 수 있다.

셧다운제란 청소년보호법 제26조에서 “인터넷게임의 제공자는 16세 미만의 청소년에게 오전 0시부터 오전 6시까지 인터넷게임을 제공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하여 심야시간대에 있어서 16세 미만의 청소년들에게 온라인 게임을 제공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게임 산업계 일부에서 셧다운제를 놓고도 규제완화를 요구하는 움직임이 있지만 16세 미만의 청소년이란 특정 연령층과 0시부터 6시까지 심야시간대에 제한되는 규제라는 점에서 학부모 등의 규제완화 반대 목소리도 강하고 청소년 보호목적을 강조하고 있기 때문에 규제 완화를 추진하는 것은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많다.

한편 온라인게임 결제한도는 PC기반의 온라인 게임에서 월간 결제할 수 있는 한도를 정한 것으로 현재 성인은 50만원, 청소년은 7만원이 상한이다.

이와 관련해서는 지난 5월 9일 박양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판교에서 가진 게임업계 관계자들과의 간담회에서 성인에게까지 결제한도를 둔 것은 비합리적이라면서 올해 상반기 안에 결제한도를 풀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발언한 것으로 알려져 규제완화 기대감이 커진 상태다.

이 외에도 박양우 장관은 관계부처와의 협의를 통해 게임 산업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발언한 적이 있어 세계보건기구가 게임장애를 질병으로 분류했다고 하여 향후 게임 산업에 대한 규제가 강화하는 방향으로 진행될 것으로 전망하기는 쉽지 않다.

◆ 수출 효자인 게임 산업, 하지만 개선점도 있다

▲ 출처: 한국콘텐츠진흥원

한국콘텐츠진흥원(KOCCA)의 자료에 의하면 2018년 상반기 기준 콘텐츠산업 수출액은 34억 4918만 달러를 기록하여 전년 동기(27억 1635만 달러)대비 27% 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수출비중은 게임 산업이 62.1%로 1위를 차지했으며 캐릭터(8.4%), 지식정보(8.1%), 음악(5.9%), 방송(5.6%), 출판(2.9%) 순을 기록하여 한국 콘텐츠 수출에서 게임 산업의 비중이 큼을 다시 한 번 입증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한국 게임 산업 사정이 그리 좋지 않다는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엔씨소프트는 별도재무제표 기준 2019년 1분기 매출 3208억 원, 영업이익 963억 원을 기록했는데 이는 전년 동기에 기록한 매출 4284억 원. 영업이익 2013억 원보다 각각 25.1%, 54.2% 감소한 수치다.

넷마블 또한 별도재무제표 기준 2019년 1분기 매출 2704억 원, 영업이익 127억 원을 기록하여 전년 동기에 기록한 매출 3112억 원, 영업이익 236억 원에 비해 각각 13.1%, 46.2% 감소한 수치를 기록했다.

이와 관련하여 2년이 넘도록 한국 게임에 대한 중국 정부의 허가 제한이 유지되고 있는 점과 한국 게임이 MMORPG 게임 장르에 편중된 것이 문제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해 넷마블이 모바일 RPG이지만 카드 배틀 형식을 도입한 ‘일곱 개의 대죄:그랜드 크로스’를 오는 6월 4일 출시할 예정인데, 일본의 유명 애니메이션을 기반으로 만든 이 게임은 사전예약자가 한국과 일본을 합하여 500만을 넘어섰을 정도로 주목을 받고 있다.

한편 엔씨소프트는 한국과 대만에 이어 일본 시장에 ‘리니지 M’을 출시할 예정으로 있어 수출 다변화 전략을 가동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중국이 한국 게임에 대해서 허가 제한을 유지하고 있어 판로를 뚫기 쉽지 않지만 다양한 장르의 게임을 개발하고 수출 지역을 다변화하는 전략을 취한다면 최근 게임업계가 입은 타격을 어느 정도 회복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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