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트럼프 대통령은 27일 아베 신조 일본총리와 정상회담 직후 공동 기자회견을 통해 “지난 2년 간 핵실험이 이뤄지지 않았던 것에 만족하고 있다”며 “나는 (비핵화 협상을) 서두르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래픽_뉴스워커 황성환 그래픽 1담당>

[뉴스워커_남북정세] 도널드 트럼프 미국대통령이 북한 비핵화와 관련해 대북 제재 방침을 고수할 뜻을 분명히 하면서 북미 대화의 교착상태는 점점 격랑 속으로 빠져드는 모양새다.

트럼프 대통령은 27일 아베 신조 일본총리와 정상회담 직후 공동 기자회견을 통해 “지난 2년 간 핵실험이 이뤄지지 않았던 것에 만족하고 있다”며 “나는 (비핵화 협상을) 서두르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특히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대해 “현재로서는 장거리 탄도미사일이 발사되지 않았고 언젠가는 (북한과) 협상에서 합의를 이룰 수 있을 것”이라며 “나는 서두르지 않는다”고 거듭 강조했다.

◆ 트럼프 “김정은 매우 똑똑해…핵으로는 나쁜 일만 일어날 것임을 알아”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치켜세우기도 했다. 그는 “김 위원장은 강력한 경제국가를 만들고 싶어한다. 나도 김정은도 북한에 큰 경제적 잠재력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북한은 핵무기를 갖고서는 번영하지 못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핵으로는 나쁜 일만 일어날 것임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매우 똑똑한 사람"이라며 제재 방침을 지속할 뜻을 분명히 시사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같은 발언은 북한이 외무성 대변인 등을 통해 내놓고 있는 발언과 정면으로 부딪힌다.

북한은 지난 24일에도 외무성 대변인과 조선중앙통신 기자와의 문답 형식을 통해 “미국이 지금의 계산법을 접고 새로운 계산법을 가지고 나오지 않는 이상 조미대화는 언제 가도 재개될 수 없으며 핵문제 해결 전망도 그만큼 요원해질 것”이라고 비난한 바 있다.

외무성 대변인은 “미국은 현실을 바로 보고 대화하는 법, 협상하는 법을 새로 배우는 것이 좋을 것”이라며 새로운 계산법과 태도 변화를 촉구했다.

◆ 거듭 ‘새 계산법’ 강조하고 나서는 北…북미 입장 팽팽

북한은 미국을 향해 강하게 태도 변화를 주장하고 있다. 하노이 북미정상회담이 결렬됐던 책임이 미국에게 있기 때문에 다시 협상하기 위해선 새로운 계산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지난 21일 최근 북한을 방문했던 게오르기 불리초프 아시아태평양안보협혁회의(CSCAP) 러시아 국가위원회 연구위원도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북한 외무성 인사들을 면담한 내용을 토대로 미국의 태도가 바뀌지 않는다면 미국은 물론 한국과도 만나지 않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불리초프는 <연합뉴스>에 “북한 인사들은 자신들의 핵 프로그램 양보 의사가 제대로 평가받지 못한 데 대해 아주 큰 모욕을 느꼈다”며 “이 때문에 하노이 이후 북한은 문은 닫아 걸고 어떤 협상에도 참여하지 않으며 미국, 한국 등 누구와도 만나지 않기로 결정했다. (협상 재개를 위해선) 먼저 미국의 태도가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고 강조했다.

양보없는 신경전에 일각에선 또 한번 미사일 도발 가능성 제기도

북미가 한치의 양보없이 팽팽한 신경전을 지속하고 있자 전문가들은 북한이 또 한번 미사일 도발에 나설 가능성을 언급했다.

정세현 전 장관은 27일 교통방송 ‘김어준의 뉴스공장’과의 인터뷰에서 미국 민주당 유력 대선주자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을 북한이 비난한 것을 언급하며 “(북한이) 트럼프를 띄워주면서 ‘조 바이든이 권력을 잡기 전에 또는 지지도가 올라가기 전에 빨리 (비핵화 협상을) 끝내자. 그래서 당신의 지지도를 올려라. 도와줄게’(라고 한 것)”이라며 “이 때를 놓치지 말아야 된다. 그러니까 계속 작은 무기다, 별 거 아니라고 하면서 북한이 좀 더 굽히고 나오길 기다리면 북한은 미사일을 또 쏠 것”이라고 말했다.

정 전 장관은 “어차피 이 북핵 협상은 대통령이 직접 주도하는 탑다운으로 시작한 것”이라며 “문재인 대통령과 트럼프, 그리고 문 대통령과 김정은, 또 김정은과 트럼프 대통령 이 삼각구도가 다시 돌아가려고 하려면 이 때쯤 미국이 움직여줘야 된다”고 강조했다.

한편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지난 9일 미사일 발사 참관 이후 2주 넘도록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어 행보가 주목되고 있다. 하노이 회담 결렬 때보다 더 길게 ‘칩거’에 들어간 상태여서 일각에선 건강 이상설도 제기하는 등 보이지 않는 김 위원장의 행보에 눈길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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