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인력시장이 형성되는 서울 남구로역 사거리
한국사람 뿐 아닌 조선족·한족 출신의 인력들 줄이어

국내 최대 인력시장이 형성되는 서울 남구로역 사거리
한국사람 뿐 아닌 조선족·한족 출신의 인력들 줄이어

“왜요! 아저씨도 인력 하시게요? 저쪽에 가서 알아보세요.”(김한수씨, 49세)
이것저것을 묻고 다니는 기자에게 던진 첫 번째 질문이었다. 새벽공기를 마시며 이곳저곳을 묻고 다니니 이상하게 보는 사람도 있고, “생초보가 인력일 하러 왔구나!”하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었다.
5월이라고는 하지만 아직 새벽공기는 차가웠다. 인력을 나온 사람들 대부분이 겨울용 웃옷을 들춰 입고 있었다.

새벽 4시 30분 지하철 7호선 남구로역 사거리에는 빼곡히 들어선 봉고차며, SUV차량들이 시동을 켠 채 갓길에 차를 대고 있는 모습이 보였고, 어떤 사람들이 차창을 열고 담배를 피워 무는 사람도 있었다.

새벽 5시가 되니 사거리에는 온통 건설인력을 나온 사람들로 가득 찼다. 사람들이 많아질수록 뭉게뭉게 피어오르는 담배연기 또한 짙어지고 있었다.

새벽녘의 담배 맛은 달콤하다고 해야 할까. 수개월 전 담배를 끊은 기자에게도 새벽 찬공기 속에서 마시는 담배연기의 향수를 견디어내기 어려울 정도였다.

담배연기아래에는 여기저기 이야기꽃이 피어나는 곳도 생겨나기도 했다.
“어제는 어디로 갔었어”
“말도 마요, 공그리(콘크리트)치는 곳에 갔는데 다시는 안가야 겠어요.”
“그러게 뭐 하러 그런 곳을 가”
“2만원 더 준다기에 따라갔더니 아주 사람을 죽이드만요”

이런 저런 이야기, 전날 술을 마셔 일어나기 어려웠다는 이야기, 지난 주말에 경마장에 갔는데 돈을 땄다는 둥 잃었다는 둥 하는 이야기가 여기저기서 들려왔다.

기자는 그 중 한 사람에게 다가가
“요즘은 어디를 많이 가세요” 물의니, 빤히 쳐다보고는 대답을 하지 않고 웃기만 한다.
다시 물으니 들리는 말이 “아! 이사람 조선족이구나!”를 느끼게 한다.

남구로역 4차선으로 이뤄진 사거리를 기점으로 한쪽은 중국에서 넘어온 한족사람들이 많으며, 다른 쪽은 조선족, 그리고 일종의 명당자리라 할 수 있는 곳에는 한국인이 포진해 있다. 이곳을 명당이라고 부르는 것은 이유가 있다. 새벽 5시면 가톨릭 관련단체가 식당차를 몰고 와 무료로 아침식사를 제공한다. 육개장 비슷한 국과 김치 2~3가지를 제공하며 무료급식을 실시하는데, 삼삼오오 이곳 간이 테이블에 앉아 식사하는 사람이 눈에 띈다.

식사하는 모습을 보면서 그 옆에 일을 기다리는 사람에게 물었다.
“여기는 밥도 주네요! 식사는 하셨어요?”
“나요? 아직 안 먹었지”
“여기서 식사하시면 되자나요?”
“이 사람들 요? 일 안 나갈 사람들에요”
“아니 왜요”
“생각해봐요. 일 나가면 시작하기 전에 한밭 집에서 따듯한 밥 주는데, 여기서 왜 밥을 먹어요. 여기 밥 먹는 사람들은 그냥 밥 먹으로 나온 거에요.” 하며 퉁명스럽게 대답하고는 담배를 입에 물고 라이터를 켰다.

지난 2008년 미국발 서브프라임모기지사태가 발생한 이후 국내 부동산경기는 하락에 하락을 거듭하면서 날로 건설경기가 바닥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건설현장이 급격히 감소했고, 건설일용근로자들은 하루 벌어먹기도 힘든 상황이 도래하고 있다. 현장이 감소하면 하루 벌어 먹고사는 이들에게는 일할 곳이 사라지고, 결국 그나마 생활을 견디게 해주는 날품팔이 일당도 사라지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현장을 수차례 돌고 나서야 문제의 핵심은 그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이들에게는 일이 없는 것이 아니라 꿈이 없는 것이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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