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워커_시사의 窓] 인보사 사태, ‘황우석 거짓말’ 반면교사 해야
[뉴스워커_시사의 窓] 인보사 사태, ‘황우석 거짓말’ 반면교사 해야
  • 김영욱 시사칼럼니스트
  • 승인 2019.06.03 12: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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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_황성환 뉴스워커 그래픽 1담당

노무현 정권시절인 2005년 12월, 황우석 박사의 줄기세포 배아복제 논문 조작 사건은 나라를 발칵 뒤집으며 큰 파문을 일으켰다.

당시 과학계의 실세 4인방인 황 박사, 김병준 청와대 정책실장, 박기영 청와대 정보과학기술 보좌관, 진대제 정보통신부 장관 등이 ‘황우석 논문 조작’ 사건의 핵심인물로 지목됐다. 이들의 이름 성을 은유한 이른바 ‘황금박쥐’는 사회의 큰 지탄을 받았다.

최근 최초의 골관절염 유전자 치료제로 개발된 ‘인보사케이주(이하 인보사)’의 조작·은폐된 ‘인보사 사태’가 ‘제2의 황우석 사태’로 비유되는 양상이다. 

인보사 주성분 가운데 하나가 허가 당시 제출한 데이터에 적힌 연골세포가 아닌 신장세포로 드러났다. 

사람의 난자에서 체세포 복제 배아줄기세포를 세계 최초로 추출했다는 거짓 논문 조작 사건인  ‘황우석 사태’도 데이터 조작·은폐가 본질이다.

코오롱생명과학은 약 20여 년간 1100억 원 이상을 투입해 인보사를 개발했다. 인보사는 1회 주사에 600만~700만원이 드는 비싼 약제다. 이 회사는 세계 퇴행성관절염 시장이 수조원대에 이르는 만큼 이를 선점하려 했다.

인보사는 하나(1액)에는 순수한 연골세포가, 다른 하나(2액)에는 세포 성장을 돕는 유전자가 장착된 연골세포가 들어있는 두 가지 주사제로 구성된다. 

근데 2액의 주성분이 연골세포가 아닌 신장세포로 바뀐 사실이 확인되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코오롱생명과학이 2017년 7월 국내 판매허가를 받기 전에 이 사실을 알았느냐가 그동안 논란의 쟁점이었는데, 허가 전에 알고도 이를 숨긴 것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 전에 인보사 주성분이 바뀌었다는 코오롱생명과학은 그동안 올해 2월 말께 유전학적 계통검사(SRT) 검사 결과를 받았고, 이때 처음으로 성분이 바뀌었다는 사실을 알았다고 해명해왔다. 이 해명은 결국 거짓으로 드러났다. 

‘황우석 사태’는 한국 생명과학계가 국제적 신뢰를 잃게 했으며, 관련 연구는 퇴행됐다.

‘황우석 사태’는 논문 조작으로 일단락됐지만, ‘인보사 사태’는 현재까지 등록된 피해 환자만 1000명(주사 투약 3707건)이 넘는다는 점에서 더 심각하다.

지금까지 인보사는 438개 병·의원에서 3707건이 투약됐다. 그러나 정확히 몇 명에게 투약됐는지 아직 파악되지 않고 있다. 현재 1040명 정도가 역학조사 시스템에 등록돼 있는 데 식약처는 만약의 부작용에 대비하기 위해 투약환자에 대해 15년간 장기 추적조사를 할 계획이라고 한다.

또 인보사의 80억 원에 이르는 정부 연구개발(R&D) 자금도 논란거리다. 코오롱생명과학은 인보사 R&D 지원금으로 2015년부터 3년 동안 모두 82억 원을 지원받았다.

사업은 지난해 7월 종료돼 올해 상반기 평가를 앞뒀다. 정부는 평가에서 R&D 성과를 내지 못하고 과제 수행이 불성실했다는 결론이 나면 지원금을 환수할 수 있다.

이로 인한 코오롱그룹의 부정직성과 도덕적 해이는 지탄을 면키 어렵다. 

증시에서는 티슈진의 시가총액이 3조 원대에서 한꺼번에 곤두박질친 데 이어 관련사들의 주식 매매가 정지됨으로써 투자자들이 날벼락을 맞게 됐다. 

240여명의 투약자가 즉각 집단소송에 나섰으나 비난이 빗발치는 분위기로 미뤄 소송 규모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가짜 의약품’을 판 코오롱생명과학은 수사기관의 조사를 거쳐 아무리 무거운 처벌을 받더라도 할 말이 없을 것이다.

식약처도 의약품 안전관리에 심각한 허점을 드러냈다는 점에서 책임을 면할 수는 없다. 우선 허위 자료를 걸러내지 못한 것에 대한 해명이 필요하다.

문재인 대통령은 최근 바이오산업에 대한 과감한 규제완화와 함께 연구·개발에 매년 4조 원을 투자하겠다고 굳게 약속했다.

이번 사태가 바이오산업 육성에 찬물을 끼얹고 신뢰를 훼손하지 않도록 철저한 대비책이 강구돼야 한다.  ‘황우석 거짓말’을 반면교사(反面敎師)로 삼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