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 업계, 환경부, 산업부 등이 모여 근본적인 대책 마련해야

▲ 그래픽_뉴스워커 진우현 그래픽 2담당 / 이미지 출처_pixnio.com

[뉴스워커_기자의 窓] 지난 5월 7일 충청남도는 5월 2일 당진시, 환경단체 관계자 등으로 구성된 30명, 3개 점검반이 투입된 현대제철 등에 대한 합동점검을 실시했다고 밝혔다.

합동점검 결과 충청남도에 따르면 현대제철은 제2고로 정비과정 중에 발생한 먼지를 방지시설을 거치지 않고 대기로 방출했으며 연주공정에서 기타로를 설치, 운영하면서 대기오염물질 배출신고를 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와 관련하여 충청남도는 현대제철이 대기환경보전법 제31조와 제23조를 위반했다고 판단한 것에 더해 고체입자상물질 저장시설에서 방지시설 관련 기계, 기구류 고장, 훼손 방치 5건을 적발했으며 배출시설 오염물질 누출 방치 3건, 유기화합물 저장시설에서 변경신고 미이행사항을 적발하여 합계 9건의 추가 위반사항을 적발했다.

철강업계는 최근 충청남도, 전라남도, 경상북도로부터 비슷한 사례를 이유로 현대제철, 포스코가 행정처분 관련 통지를 받았다고 밝혔다.

 조업정지 10일 처분에 대해 철강업계 강력 반발

지자체들이 현대제철, 포스코에 대해서 조업정지 10일 처분을 내리자 철강업계는 산업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처분이라며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철강업계는 특히 정비과정 중 발생한 먼지를 방지시설을 거치지 않고 배출한 행위(고로 브리더 개방)는 안전을 위해 필요한 조치였으며 한국뿐 아니라 다른 나라의 철강회사들도 고로의 정비 중에는 동일한 조치를 취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철강업계는 조업정지 10일 동안 고로를 사용할 수 없다면 고로가 냉각되면서 고로 안에 있던 쇳물이 응고되기 때문에 고로를 재가동할 경우 천천히 온도를 높여 고로 안에 응고된 철강을 액체 상태로 녹여서 배출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때 고로 재가동까지는 일반적으로 수개월이 소요되며 최악의 경우 응고된 철강으로 인해 고로 내부가 손상을 입는다면 고로를 새로 건설해야하는 사태가 벌어질 수 있어 제강능력에 치명적 타격을 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즉 철강업계가 지자체의 조업정지 10일 처분에 대해서 강력하게 반발하는 이유는 대기오염물질을 배출한 행위가 안전을 위해 필요한 조치였으며 조업정지 처분을 수용할 경우 회사 뿐 아니라 지역, 국가에도 치명적인 손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고로 브리더를 개방하는 것이 안전을 위한 조치인가?

고로 브리더(furnace bleeder)란 고로 안팎에서 발생할 수 있는 압력 차이를 조절하기 위해서 설치하는 시설물로 이번에 문제된 대기오염배출 행위는 정비 중에 고로 브리더를 개방한 것과 관계가 있다.

고로의 정비 중에는 고로에 열풍(熱風)공급을 중단하는 이른바 휴풍 과정을 거친다.

이때 열풍공급이 중단되면서 고로 내부의 온도와 압력이 하강하여 고로 외부의 산소가 내부로 유입될 가능성이 존재한다. 고로 내부로 외부의 산소가 유입될 경우 내부에 있던 가연성(산소와 연소반응을 일으켜 화재와 폭발을 일으킬 수 있는) 가스와 연소반응을 일으켜 화재와 폭발 사고가 일어날 수 있다.

철강업계는 이를 방지하기 위해 고로에 불활성기체(반응성이 낮아 연소반응을 잘 일으키지 않는 기체)를 투입하는데 대표적인 것으로 수증기(H2O)를 꼽을 수 있다.

그런데 고로에 지속적으로 수증기를 공급할 경우 외부로부터의 산소 유입은 방지할 수 있지만 고로 내부에 수증기가 많아짐에 따라 고로 내부의 압력이 상승하는 것은 피할 수 없다. 따라서 고로 내부의 수증기와 기타 가스를 외부로 배출하지 않으면 내부 압력 상승에 의해서 고로가 폭발할 가능성이 존재한다.

결국 철강업계는 고로 브리더를 개방하여 수증기와 기타 가스를 배출하는 방식으로 고로 내부의 압력을 줄이고 폭발 가능성을 낮춰왔다.

물론 수증기와 함께 고로에 있던 대기오염물질이 같이 방출되므로 철강업계가 허가 없이 대기오염물질을 방출했다는 지자체의 지적을 부정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폭발, 화재 가능성 상승에 정량적인 수치를 제시하기는 어렵지만 외부 산소 유입, 내부 압력 상승 등 과학적인 설명이 가능하므로 고로 브리더를 개방하여 수증기와 고로 내부의 잔존 가스를 배출하지 않을 경우 화재, 폭발 위험이 상승한다는 제철업계의 주장도 근거가 없다고 볼 수는 없다.

 조업정지 10일 처분으로 인한 철강업계, 국가 타격 치명적인가?

현대제철은 이번 조업정지 10일 처분으로 8000~9000억 원대의 매출 손실이 발생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업계에 따르면 고로의 내부온도를 1500도 이상으로 유지하지 않고 3~4일만 조업을 중단해도 쇳물이 응고되어 재가동에는 3개월 정도의 시간이 필요하다.

최악의 경우 고로 내부가 손상되었다면 고로의 재건설에 2년 이상의 시간이 필요하며 정상 조업까지 추가로 수개월의 시간이 필요한데, 이에 따른 철강 생산차질은 1200만 톤에 육박하고 연간 9조원 이상의 매출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업계는 전망했다.

게다가 현대제철 단일 기업이 입는 피해도 크지만 철강공급에 문제가 생긴다면 철강업계를 넘어 건설, 자동차, 조선 등 철강 관련 제조업이 입을 수 있는 피해가 클 수밖에 없어 해당 처분의 영향력이 전체 산업으로 확산될 우려가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환경기준 위반은 부정하기 어렵지만 산업현실 고려하여 근본적 대책 마련해야

충청남도, 전라남도, 경상북도 등 지자체의 합동점검으로 현대제철과 포스코가 환경기준을 위반한 행위를 했다는 것은 부정하기 어렵고, 고로 브리더 관련 문제 외에는 철강업계가 지자체의 결정에 강력하게 반발하지 않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따라서 고로 브리더 문제에 집중하면 지자체는 철강업계의 대기오염물질 배출 문제에 대해서 처벌과 개선이 필요하다는 입장이고, 철강업계는 정비 중 고노 브리더 개방은 안전을 위한 조치이며 현재로서는 기술적으로 대체 가능한 것이 없다는 입장으로 정리할 수 있다.

개인적으로 지자체와 철강업계가 강 대 강 국면을 형성할 필요는 없으며 강 대 강 국면을 형성할 경우 지자체, 철강업계 뿐 아니라 국가적으로도 큰 손해만 발생할 뿐이라고 생각한다.

따라서 이번 문제를 강경하고 서둘러 해결할 것이 아니라 냉정하고 차분히 시간을 갖고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먼저 조업정지 처분의 근거가 된 대기환경보전법 제36조는 처분의 행정주체가 시, 도지사로 규정되어 있다.

2019년 1월 15일에 개정된 규정에는 환경부 장관도 조업정지 처분을 내릴 수 있는 것으로 규정되어 있지만 해당 규정은 2019년 7월 16일에 발효되므로 개정된 규정이 발효되기 전이라면 환경부 장관은 조업정지에 관한 권한을 가지고 있지 않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현재 시점에서 조업정지 처분에 대해서는 1차적으로 처분의 당사자인 지자체와 철강업계가 머리를 맞대고 논의를 지속할 필요가 있다.

또한 대기환경보전법 제36조 6호에서 동법 제31조를 위반한 경우 제36조 본문에서 “해야 한다.”가 아닌 “배출시설 조업정지를 명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어 행정청인 시, 도지사가 의무적으로 조업정지를 내릴 사안으로 규정하지 않고 행정청의 재량에 의해 조업정지를 내릴 수도 아닐 수도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즉 환경기준 위반이 인정되더라도 행정청의 재량행위가 인정되므로 시, 도지사는 조업정지가 아닌 다른 처분을 내리거나 심지어 처분을 내리지 않아도 위법이라고 볼 수 없어 산업 현실을 고려한 처분 변경을 검토하는 것이 위법하다고 볼 수 없다.

다만 이번 고로 브리더 개방에 대해 일각에서 제기되는 조업정지가 아닌 과징금 등의 처분으로 변경되어도 그것은 일시적인 해결방법에 불과할 가능성이 높다.

철강업계에서는 고로 정비 작업 중 고로 브리더 개방을 안전조치로 인식하고 있으며 다른 대체 기술이 존재하지 않아 다음 번 고로 정비 작업 중에도 고로 브리더 개방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즉 과징금 등으로 이번 고로 브리더 개방행위에 대해서 1회적 행정처분을 내린다고 해도 다음 고로 정비 작업 중에 고로 브리더 개방이 재차 발생할 수 있어 이번 사태와 동일한 상황이 차후에도 그대로 재연될 수 있다.

따라서 이번 기회에 처분권한을 가지고 있는 지자체와 제철업계뿐만 아니라 환경부, 산업부 등을 포함한 이해관계인들이 함께 모여 근본적인 해결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볼 수 있다.

고로 브리더 개방으로 잔존 가스와 대기오염물질이 배출되는 것을 부정할 수 없지만 안전을 위해서 고로 브리더 개방을 일정부분 수용할 필요성이 제기되며 현재 시점에서 세계제철업계가 고로 정비 작업 시에 고로 브리더 개방을 대체할만한 방안을 갖고 있지 않다고 평가하는 것도 부정할 수 없다.

그렇다면 고로 브리더 개방 문제에 집중하지 않고 제철소 주변에서 발생하는 대기오염물질을 총량으로 제한하는 방안을 업계와 협의해 보는 것이 어떨지 하고 조심스럽게 주장해본다.

정비 작업 중 고로 브리더 개방은 인정하더라도 여러 환경정화 시설을 구축하도록 유도하여 제철소 전체에서 방출되는 대기오염물질 총량을 제한하는 방향으로 지자체, 제철업계, 환경부, 산업부 등의 이해관계자들이 협의하여 구체적인 안을 제시할 수 있다고 본다.

물론 협의가 쉽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환경, 국민 건강을 지켜야 하는 지자체, 환경부와 국가 경쟁력을 유지해야 하는 기업, 산업부가 1차적으로 추구하려고 하는 가치는 일견 서로 충돌하는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자체, 기업, 환경부, 산업부 모두 대한민국 국민의 이익을 추구한다는 궁극적인 목적은 동일하다고 보므로 시간이 걸리더라도 하나의 합의점을 찾기 위한 노력을 지속해야 할 것으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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