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로서는 조기 타결 최선이지만 플랜B 검토하고 준비해야

[뉴스워커_산업 기획] 무역협상의 결렬로 미국 행정부의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관세부과와 중국기업 화웨이에 대한 제재가 현실화되자 중국은 희토류 수출제한 가능성을 꺼내들었다.

지난 5월 20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장시성(江西省) 간저우(贛州)의 희토류 생산시설을 방문하여 희토류가 전략자원임을 언급하자 5월 28일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는 성명을 통해 희토류 수출제한을 보복조치로 사용할 수 있음을 언급했다.

◆ 희토류 압박을 중심으로 한 중국의 반격

▲ 그래픽_뉴스워커 황성환 그래픽 1담당

희토류는 원소번호 57번 란타넘(La)부터 71번 루테늄(Lu)까지 15종류 원소와 21번 스칸듐(Sc), 39번 이트륨(Y)를 함께 지칭하는 단어로 전기자동차의 배터리, 전투기의 조준장치 등 첨단산업에서 쓰임새가 많다.

중국은 2010년 일본과 센카쿠(중국명 댜오위다오) 열도 영유권 다툼을 벌이던 중에 희토류 수출제한 조치를 취해 일본의 외교적 항복을 받아낸 적이 있을 정도로 희토류의 가치는 높다고 평가받고 있으며, 환구시보, 신화통신 등 중국 언론이 희토류 수출제한 가능성을 자주 언급하고 있어 중국정부가 미국에 대해 희토류 수출제한 조치를 실제로 취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다만 미국에 대한 희토류 수출제한 효과가 2010년 일본의 항복을 얻어낼 수 있었던 정도만큼 큰 파급력을 가질 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린다.

이는 미국 정부가 중국의 희토류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조치를 취하고 있으며 애초에 희토류 의존도가 높지 않다는 평가마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현지시각으로 지난 5월 29일 로이터 통신은 미국 국방부가 보조금을 지급하는 등의 경제적 인센티브를 포함한 미국 국내 희토류 생산 확대 방안을 담은 보고서를 미 의회에 제출했다고 보도했다.

보고서에 담긴 구체적인 방안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미국 국방부는 중국의 희토류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의회와 업계, 국방부가 함께 고민하고 있다고 공식 발표했다.

최근 월스트리트저널(WSJ)의 보도에 따르면 미국 화학업체인 블루라인이 호주의 희토류 정제회사인 라이너스(Lynas)와 제휴하여 미국 텍사스에 희토류 정제 시설 건설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하여 1960년~1990년대 미국은 마운틴패스 광산을 중심으로 세계 희토류 주요 산지로 평가받을 정도였기 때문에 이번 조치로 미국 국내의 희토류 생산이 일정 수준 회복된다면 중국의 희토류 수출제한 조치가 큰 위력을 발휘할 것으로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편 지난 6월 5일 로이터 통신은 미국 국방부가 ‘음캉고 자원’을 포함한 아프리카 광물업체로부터 희토류를 공급받는 안을 각 업체들과 논의 중이라고 보도했다.

이는 미국 국내 희토류 생산 확대 외에도 외국 희토류 채굴, 정제회사들과 협력을 통해 미국이 중국의 희토류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시도를 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한편 미 투자은행인 ‘레이먼드제임스’는 중국의 희토류 수출제한으로 미국이 받는 영향 자체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어놓았다.

현지시각으로 지난 6월 3일 CNBC 보도에서 레이먼드제임스는 2018년 기준 세계 희토류 생산량의 70%를 중국이 생산했지만, 미국은 전 세계 희토류 수요량 중 단지 9%를 차지한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게다가 희토류가 많이 사용되는 PC, 전기 자동차 배터리 등의 제품은 미국 국내에서 많이 생산되지 않으며 2018년 기준 미국의 희토류 수입액 규모는 1억 6000만 달러(약 1900억 원)에 불과했다고 덧붙였다.

중국 언론인 환구시보도 5월 20일 중국 정부가 희토류 수출제한을 전략적 무기로 사용할 수 있지만 세밀한 전략 없이 성급하게 사용할 경우 자충수가 될 것으로 언급한 적이 있다.

이런 사정을 감안했는지 중국정부는 희토류 수출제한 가능성을 언급하고 있지만 실제로 수출제한에 나서는 것은 자제하고 있으며 미국산 대두 수입을 중단하는 등의 추가 조치를 통해 미국의 관세부과, 화웨이 제재에 대한 반격을 가하고 있다.

◆ 대만을 국가로 인정하는 뉘앙스를 풍기는 등 연일 초강수를 두는 미국

중국이 희토류 수출제한 가능성을 언급하는 등의 강수를 두자 미국은 ‘하나의 중국’ 원칙을 부정하는 뉘앙스를 풍기는 등의 강경한 조치를 취하며 대응에 나서고 있다.

하나의 중국이란 ‘대만은 독립국가가 아니며 중국과 대만은 하나’라는 중국 정부의 외교 원칙으로 미국은 1979년에 중국과 외교관계를 맺을 때 이에 동의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실제로 미국과 중국의 수교 후 미국은 주중대사관을 대만 타이베이에서 중국의 베이징으로 이전했으며, 그동안 미국이 대만에 무기를 수출했을 때에도 최신예 무기 수출은 제한하는 등 중국 정부를 자극할 수 있는 조치는 피해왔다.

그런데 지난 6월 7일 홍콩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미국 국방부가 6월 1일에 발표한 ‘인도, 태평양 전략 보고서’의 내용을 언급하며 미국이 ‘하나의 중국’ 원칙을 폐기했다고 보도했다.

SCMP는 미국 국방부가 인도양, 태평양에서 자유로운 항행을 확보하기 위해 협력강화 대상 국가 중의 하나로 대만을 언급했으며 이는 대만을 하나의 국가로 인정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만약 미국이 하나의 중국 원칙을 폐기한다면 과거 중국의 입장을 고려하여 판매되지 않았던 F35 등 미국의 최신 무기가 대만에게도 판매될 수 있어 향후 상황 전개에 따라 무역 질서뿐만 아니라 국제 외교 질서까지 크게 흔들릴 가능성이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 협상이 결렬된 이후 미중 각국으로부터 추가관세 부과, 희토류 수출제한 언급, 하나의 중국 원칙 폐기 가능성까지 나오면서 미중 무역 분쟁이 협상으로 조기에 타결될 것으로 기대하는 분위기는 거의 사라졌다.

물론 최근 시진핑 국가 주석이 트럼프 대통령을 내 친구라고 부르며 미중 관계의 붕괴를 원치 않는다고 SCMP가 보도하는 등 유화적 제스처를 취하고 있기 때문에, 오는 29일~30일 일본 오사카에서 열리는 G20 회의 중 두 정상 간의 회담에서 무역 분쟁의 돌파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협상 결렬로 인해 최근 미중 양국이 서로를 향해 강경책을 쏟아놓은 점, 관련 소식을 접한 양국 국민이 다소 감정적으로 변해 각국 정부의 양보가 더 어려워졌다는 점 등을 고려한다면 조기 타결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하기는 어려워 그에 대한 대비가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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