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래픽_황규성 뉴스워커 그래픽 1담당

[뉴스워커_염정민 기자] 지난 10일 야생동물연합은 최근 아시아지역에서 아프리카 돼지열병이 확산되고 있는데 그 주요 요인으로 야생 멧돼지를 지목할만한 분명한 근거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북한과의 접경지역에서 야생 멧돼지 사살을 추진하는 것은 잘못이라는 내용의 성명서를 발표했다.

조범준 야생동물연합 국장은 비무장지대가 철책으로 차단되어 있고 야생동물은 병에 걸리면 움직이지 않기 때문에 한강 하구나 임진강을 건널 가능성도 희박하여 아프리카 돼지열병이 북한의 멧돼지로 인해 한국으로 확산될 가능성은 낮다고 주장했다.

또한 야생동물연합은 FAO(식량농업기구)도 아프리카 돼지열병의 확산을 차단하기 위해 농장 및 차량의 소독과 사육 및 생산 시설 관리 등을 권고했을 뿐 멧돼지 사살조치는 권고 사항에서 빠져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일부 포유류 전문가들은 질병확산을 이유로 비무장지대 남쪽의 멧돼지를 대량 포획할 경우 서식지에 세력 공백이 생길 수 있고 비무장지대 북쪽의 멧돼지를 이와 같은 서식지의 공백을 찾아 남하할 수 있기 때문에 오히려 질병확산 위험성이 더 증가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 아프리카 돼지열병 어떻게 발생하는가

‘아프리카 돼지열병(ASF, African Swine Fever)’은 바이러스성 질병으로 사람이나 다른 동물에는 전염되지 않고 돼지 과에 속하는 동물에게만 발병한다.

농림축산검역본부에 따르면 아프리카 돼지열병에 걸린 돼지는 심급성형일 경우 섭씨 41~42도의 고열이 발생하며 식욕결핍, 무기력, 피부 충혈 등의 증상을 보인 후 1~4일 만에 폐사한다.

가장 일반적인 유형으로 평가받는 급성형 아프리카 돼지열병에 걸린 돼지도 발열이 시작된 지 1주일 이내에 쇼크사 하는데 이때 돼지의 입과 코 주위에서 기포가 관찰되는 것이 보통이며 비장의 크기가 정상치의 6배만큼 커질 수 있는 충혈성 비장비대증상을 보이기도 한다.

아프리카 돼지열병은 병에 걸리는 비율이 높고 급성형에 감염될 경우 치사율이 거의 100%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현재 백신과 치료제가 개발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돼지에 대해서 아프리카 돼지열병 관련한 예방조치를 취하는 것은 불가능하며 일단 발병하면 감염된 돼지를 살처분하여 질병의 확산을 막는 것이 고작인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와 같은 치명적인 특징 때문에 OIE(세계동물보건기구)는 아프리카 돼지열병이 발생한 경우 이를 즉시 OIE에 보고하도록 하고 있고 발생국과 돼지 관련한 교역을 즉시 중단하도록 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아프리카 돼지열병을 가축전염병예방법상 제1종 법정전염병으로 지정하여 관리하고 있다.

◆ 아프리카 돼지열병 전파경로

농림축산검역본부는 아프리카 돼지열병의 전파경로로 3가지를 제시하고 있다.

첫 번째 전파경로는 감염된 동물과 정상 동물의 직접 접촉을 통한 전파로 바이러스를 포함한 침, 호흡기 분비물, 오줌과 분변을 통해 전파되는 것으로 알려진다. 또한 돼지의 사후에도 조직과 혈액에 바이러스가 잔존하여 이를 통해 전파되는 것이 가능한 것으로 평가되어 돼지 사체에 대해 열처리를 가하는 것이 권고된다.

두 번째 전파경로는 바이러스에 오염된, 차량, 도구, 사료 및 인간 등에 의한 간접 전파로 아프리카 돼지열병의 원인 바이러스는 환경에 저항성이 강하기 때문에 해당 경로에 의한 전파도 무시할 수 없는 수준으로 알려진다. 특히 덜 조리된 돼지고기, 훈연 혹은 염장 처리된 돼지고기 등을 돼지에게 사료로 제공할 경우에도 바이러스 전파가 일어날 수 있다.

세 번째 전파경로는 매개체에 의한 전파로 ‘물렁진드기’가 아프리카 돼지열병 바이러스에 감염된 돼지를 흡혈한 후 정상적인 돼지를 흡혈하는 과정에서 바이러스가 전파될 수 있다고 평가받고 있고, 물렁진드기 외에 모기, 진드기에 의한 전파 가능성이 제기되기도 하지만 전파 사실이 확인된 바는 없다.

◆ 아프리카 돼지열병 전문가의 조언

OIE내 ‘ASF(아프리카 돼지열병) 표준연구소’의 ‘산체스 비스카이노(Sánchez-Vizcaíno)’ 소장은 최근 한국을 방문하여 아프리카 돼지열병에는 No Vaccine, No Treatment이므로 Early Detection과 Fast Response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산체스 소장의 주장은 현재 아프리카 돼지열병에는 상용화된 백신, 치료제가 없으므로 조기에 질병을 발견하고 그에 따른 빠른 대응이 필요하다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산체스 소장은 아프리카 돼지열병에 대응하기 위해서 농장 특히 야생 멧돼지들이 출몰할 수 있는 농장과 장소에 대한 생물학적 보안(Bio Security)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하여 소장은 구체적으로 농장에 드나드는 차량에 대한 방역과 통제, 파리 등 곤충의 조절, 육류 제품이 포함된 음식물 쓰레기를 활용한 돼지사료(Swill Feed)의 조절, 오염된 음식물의 외부 유출 방지 등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한편 산체스 소장은 긴급하게 야생 멧돼지의 개체 수를 조절하는 것이 필요하며 사냥꾼을 투입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도 필요하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이 외에도 그는 아프리카 돼지열병 바이러스를 보유한 채로 생존하고 있는 야생 멧돼지에 대한 추가적인 연구가 수행될 필요가 있고, 백신과 좀 더 나은 의학적 대처방안을 마련하기 위한 연구개발이 이뤄져야 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산체스 소장 외에 OIE도 아프리카 돼지열병에 대응하기 위해서 각국은 ‘생물학적 보안 절차(Biosecurity measures)’, ‘돼지의 이력추적과 이동통제(Pig traceability and movement controls)’, ‘효율적인 공식 모니터링(Effective official monitoring)’, ‘야생 멧돼지 개체 수 조절(Management of wild pig populations)’ 등에 관련한 기준 마련이 필요하다고 권고했다.

아프리카 돼지열병 전문가인 산체스 소장과 OIE도 구체적인 수치를 제시하지는 않았지만 야생 멧돼지 개체 수 조절에 대한 필요성을 언급하고 있기 때문에, 정부와 환경단체, 전문가들이 모여 디테일한 면에서 협의를 할 필요성은 인정되지만 야생 멧돼지 개체 수 조절이 전면적으로 무의미하다거나 필요 없다는 주장이 보편적이라고 평가하기는 어렵다.

현재 국내에서는 아프리카 돼지열병 바이러스가 검출된 바 없어 세관, 공항을 통해 중국 등 발병국가로부터 바이러스가 유입되는 것을 방지하는 조치가 취해지고 있고, 최근 북한의 돼지 농장에서 아프리카 돼지열병이 발병했다는 보고가 OIE에 보고되었기 때문에 접경 지역에서 야생 멧돼지 사살을 포함한 방역 조치 등이 이뤄지고 있다.

아프리카 돼지열병에 대한 백신, 치료제가 없는 상황에서 방역 망이 뚫리면 국내 양돈 농가뿐 아니라 국내 경제 전체에 미치는 영향이 상당할 것으로 전망되므로 이에 대한 높은 주의가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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