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워커_국제정세] 오만해 유조선 피격, 미․이란 공방 속에서 ‘미국이 배후’에 힘 실려
[뉴스워커_국제정세] 오만해 유조선 피격, 미․이란 공방 속에서 ‘미국이 배후’에 힘 실려
  • 박경희 기자
  • 승인 2019.06.17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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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3일(이하 현지시간) 세계원유 수송로인 호르무즈해협 인근에서 노르웨이와 일본 유조선 2척이 피격당한 사건을 두고 미국과 이란의 공방이 치열하다.<그래픽_황성환 뉴스워커 그래픽 1담당>

[뉴스워커_국제정세] 지난 13일(이하 현지시간) 세계원유 수송로인 호르무즈해협 인근에서 노르웨이와 일본 유조선 2척이 피격당한 사건을 두고 미국과 이란의 공방이 치열하다. 미국은 관련 영상을 공개하며 이란을 지목하고 있는 반면, 이란은 걸프해역 긴장을 높여 이익을 얻기 위해 미국이 벌인 자작극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그러나 일본 선원들의 증언을 비춰봤을 때 미국의 발언은 설득력이 떨어지고, 오히려 이란의 발언에 힘이 실리고 있다.

◆ 미국이 먼저 이란 배후설 주장

세계 원유 물동량의 30%가 지나는 호르무즈 해협 인근 오만해에서 유조선 피격사건이 일어나자 미국은 즉각 이란을 배후로 지목하고 나선 바 있다. 먼저 미 중부사령부는 13일 사건 직후 “이란의 혁명수비대가 피격된 일본 기업 소유의 선박에 접근하여 선체에 붙은 미폭발 기뢰를 제거하는 모습”이라면서 영상을 공개하며 이란을 공격 주체로 지목했다.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도 같은 날 “관련 정보, 사용된 무기, 작전 수행에 필요한 전문 지식, 최근 유사한 선박 공격”을 근거로 들면서 “이란에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 트럼프 미국 대통령까지 합세해 14일 폭스 뉴스 인터뷰를 통해 “이란이 했다”고 단정지었다.

이러한 미국의 발언은 이란은 반발하면서 오히려 ‘미국의 중앙정보국(CIA), 이스라엘 모사드가 배후’라고 주장했다.

◆ 피격당한 일본, 미국 주장 반박

미국과 이란이 서로 상대를 공격 배후로 단정하며 공방을 벌이고 있는 상황에서, 피격 당한 유조선 고쿠가 코레이저스호를 운영하는 일본 해운사 고쿠카산교가 14일 미국의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고쿠카산교가 그 자리에 있었던 승무원들의 목격을 토대로 밝힌 바에 따르면 13일 정체불명의 공격은 3시간 간격으로 모두 두 차례 있었는데, 오전에 포탄으로 보이는 물체가 고쿠카 코레이저스호 우현 기관실로 날아왔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기관실 내에 화재가 발생해 선원들이 불을 끈 후 상황을 조사했고, 이후 3시간 만에 다시 공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두 번째 공격 역시 우현으로 포탄이 날아와 박혔다는 증언이다.

이러한 선원들의 증언을 미뤄보면 미국측이 주장하는 ‘기뢰에 의한 공격’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기뢰는 수중에 설치해서 함선이 접근하거나 접촉했을 때 자동으로 또는 원격조작으로 폭발하는 수중 병기이기 때문에 ‘날아오는 것’과는 거리가 멀다.

이 때문에 아베 내각도 “트럼프 행정부에 확고하게 이란 범행을 뒷받침할 근거를 제시하지 않으면 일본은 이란 소행으로 단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일본이 이렇게 미국의 주장에 반박하고 나선 것은 사실 관계를 명백하게 밝혀 아베 총리의 ‘외교 실패’ 논란을 피하고자 하는 의도라는 분석이다. 유조선이 피격 당한 시각에 아베 총리는 1979년 이란 이슬람 혁명 이후 일본 총리로서는 처음으로 이란을 정상 방문해 미국과 이란의 중재를 위해 이란 지도자 하메네이를 만나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만일 이란이 일본 유조선을 공격한 것이라면 아베 총리는 면전에서 이란으로부터 모욕당한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에 자국 내에서의 ‘외교 실패’ 논란을 피할 수가 없게 된다.

◆ 이란, “중동 긴장으로 이익 얻으려는 미국이 배후”

앞서 언급했듯 이란은 유조건 피격 사건에 대해 미국이 배후라고 주장하고 있다.

16일 이란 정부는 보도자료를 통해 이번 사건의 발생 배경을 설명했다. “유조선 피격으로 중동의 긴장이 고조하면 유가가 상승해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와 같은 중동의 산유국에 이익이 돌아간다”고 주장했다. 이어 “중동의 긴장이 커지면 미국은 걸프 지역의 아랍 국가에 무기를 더 팔아 돈을 더 벌 수 있다”고 밝혔다.

또 이란과 갈등을 구실로 아랍권이 이스라엘과 접근할 수 있게 돼 미국이 이스라엘을 위해 추진하는 팔레스타인 해법을 더 쉽게 실현할 수 있고 이란에 대한 압박을 강화하는 명분이 생긴다며 비교적 상세하면서도 분석적으로 이번 사건 발생 배경을 설명했다.

호세인 아미르 압돌라히언 이란 의회 외교위원회 특별고문은 자신의 트위터에서 “미국의 정보기관(CIA)과 이스라엘 모사드가 페르시아만(걸프해역)과 오만해를 통한 원유 수출을 불안케 하는 주요 용의자다”라고 말했다.

이란 반관영 메르흐통신도 지난 13일, 호세인 특별고문과 같은 맥락에서 “‘누가 오만만 유조선 피격과 페르시아만 긴장으로 이익을 얻는가’라는 기사를 통해 셰일가스 개발로 에너지 수출국으로 전환한 미국이 이란의 시장 점유율을 빼앗기 위해 혐의를 뒤집어씌우려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중국과 일본, 유럽연합(EU) 등 경쟁 국가와 인도와 같은 신흥 경제국을 억누르고자 에너지를 통제한다고 주장하면서, 페르시아만의 긴장은 세계 시장에서 에너지 가격 인상을 촉발하고 미국의 부를 늘리며, 중동 지역에 개입할 구실을 제공한다고 지적했다.

이란측의 주장처럼 호르무즈 해협 인근이 불안해지면 공급차질에 따른 유가 상승, 운송비용 증가가 예상되기 때문에 국제 석유 시장과 산업계에 긴장 요소가 된다. 실제로 유조선 피격 후 국제시장에서는 최근 내림세를 거듭하던 원유 선물가격이 큰 폭으로 올랐다.

또 이란의 발언대로 중동의 긴장에 따라 이익을 얻게 되는 사우디아라비아는 이란을 비난하고 나섰다. 16일 로이터에 따르면 모하메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는 현재 매체 ‘아샤르크 알 아왓’과의 인터뷰에서 이란을 비난하면서 “국제사회는 결정적 입장을 취해야 할 것”이라면서 이란에 대한 경고 수위를 높이라는 뜻의 발언을 했다.

그러나 미국 내에서 뿐만 아니라 동맹국인 독일과 유럽연합(EU) 등에서도 일본 선원들의 증언을 들어 미국의 주장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는 상황이다. 미국이 이익을 위해 벌인 자작극이라는 이란의 발언에 힘이 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