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워커_남북정세]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0일 정상회담을 통해 비핵화 문제에 대해 공조 방침을 이어갈 것을 적극적으로 시사하면서 북중 관계발전에 더욱 힘을 쏟겠다고 밝히며 남북미중 4자 구도로 비핵화 협상 판이 복잡하게 움직일 것으로 전망된다.

20일과 21일 중국 중앙방송(CCTV)를 비롯한 중국 매체들의 보도에 따르면 김정은 위원장은 금수산 영빈관에서 시진핑 주석과 정상회담을 통해 “과거 1년간 조선은 정세 긴장을 완화하기 위해 많은 적극적인 조치를 했지만 유관국의 적극적 호응을 얻지 못했는데 이는 보고싶은 것이 아니었다”고 미국을 겨냥했다.

김 위원장은 “조선(북한)은 인내심을 유지할 것”이라며 “유관국(미국)이 조선 측과 마주보고 서로의 관심사를 해결해 (한)반도 문제가 해결돼 성과가 있기를 원한다”고 미국과의 대화를 통해 비핵화 문제 해결에 나시겠다는 의지를 여전히 강조했다.

▲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0일 정상회담을 통해 비핵화 문제에 대해 공조 방침을 이어갈 것을 적극적으로 시사하면서 북중 관계발전에 더욱 힘을 쏟겠다고 밝히며 남북미중 4자 구도로 비핵화 협상 판이 복잡하게 움직일 것으로 전망된다.<황성환 뉴스워커 그래픽 1담당>

◆ 김정은, 시진핑에게 中과의 소통·협력 강조…“경제 발전, 민생 개선”

이 자리에서 김 위원장은 중국과의 관계에 대해 “계속 중국과 소통하고 협력해서 한반도 문제를 정치적으로 해결하는 과정에서 새 진전을 거두고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유지하도록 할 것”이라면서 공조를 적극적으로 해 나갈 것임을 강조했다.

이같은 방침은 김 위원장이 중국과 경제를 연결시키는 부분에서도 다시 강조된다. 김 위원장은 시 주석의 방문에 대해 “이번 방문은 외부에 북중 관계가 떼려고 해야 뗄 수 없는 관계임을 보여줄 수 있다”며 “북한은 중국의 경험을 배우려 하며 경제를 발전시키고 민생을 개선하려 한다”고 말했다.

이에 시 주석도 화답했다. 시 주석은 “중국은 계속해서 (한)반도 문제의 정치적 해결을 지지한다”며 “중국은 조선이 자신의 합리적 안보 및 발전에 관한 관심사를 해결할 수 있도록 힘이 닿는 한 도움을 주겠다”고 북과의 공조 방침을 약속했다.

시 주석은 또한 “조선 및 관련국들과 협력을 강화해 (한)반도 비핵화 실현과 지역의 장기 안정에서 적극적이고 건설적인 역할을 하겠다”고 덧붙이면서 비핵화 문제에 있어 적극적인 자세로 문제 해결에 나설 것을 시사했다.

◆ 4자구도로 비핵화 협상 전환된다면…복잡해질 방정식

북한이 중국과의 밀월 관계를 과시하며 비핵화 협상에 중국의 적극적 개입이 불가피할 경우 4자 구도로 전환된 한반도 비핵화 문제는 복잡하게 풀어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북한이 중국과의 밀착 관계를 적절한 시점에 활용할 것이라는 관측은 꾸준히 제기됐었다. 김정은 위원장이 언급한 ‘새로운 길’에 있어서도 중국이라는 선택지가 있을 수 있다는 전망은 지속됐었다.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도 21일 tbs 교통방송 ‘김어준의 뉴스공장’과의 인터뷰에서 “(북한은 미국에) 선거도 있고 하니 급할 텐데 ‘나는 중국과 손을 잡고 미국의 대북 압박에 저항하겠다’는 메시지가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4자 구도로 가기 전에 3자 구도에서 끝내야 된다는 판단을 빨리(하게 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정 전 장관은 “내심 북한도 안달이 나 있고 중국은 중국대로 미국의 대중 압박을 무역 문제, 대만 문제, 남중국해 문제로 (압박을) 당하고 있다”며 “그것을 뚫고 나가는 하나의 돌파구로서 미국의 대외 정책에 있어서 우선 순위가 높은 중요한 문제인 북핵 문제에 끼어들어서 힘을 분산시키려고 하는 계산”이라고 덧붙였다.

◆ 정부는 한미회담 전 남북대화 원하지만…北, 트럼프 방한 이후로 미뤄놨을 것

북한과 중국이 정상회담을 통해 비핵화 문제에 공조해 나가겠다는 뜻을 서로 확인하면서 우리 정부는 비핵화 협상의 ‘중재’를 위해 한미정상회담 개최 전 남북정상회담이 열려야 한다고 강조하고 나섰다.

김연철 통일부 장관도 이날 국회에서 열린 좌담회에서 거듭 남북정상회담의 개최를 촉구하며 한미정상 간 만남 이전에 남북 대화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북한의 입장에서 한미정상회담 이전 보다는 이후에 남북대화를 하는 편이 더욱 이롭지 않겠느냐는 주장이다.

정 전 장관은 “시진핑을 불러들이고 판을 조금씩 키울 수 있는 것처럼 액션을 취한 뒤 바로 남북정상회담으로 내려오기가 조금 앞뒤가 안 맞는 측면이 있다”며 “한미정상회담에서 대북 메시지가 어떻게 나오느냐를 보고 그 뒤에 만나려고 순서를 미뤄놨다고 보면 된다”고 전망했다.

그는 “노동신문에 기고문까지 대서특필하고 미국과 한국이 어떤 움직임을 보이느냐에 따라 남북정상회담에 나오든지 아니면 북미정상회담 준비를 위한 실무접촉에 나오든지 이렇게 나오리라고 본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뉴스워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