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근호의 희노애락
육근호의 희노애락
  • 리웍스리포트
  • 승인 2011.07.03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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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 못 이루는 조합장

 
시계바늘은 자정을 넘긴지 오래이다.

물먹은 솜처럼 무겁기만 한 몸을 뒤척이지만 영 잠이 오지 않는다. 조합운영과 사업시행에 대한 수많은 걱정이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그때 갑자기 전화벨이 울린다. 집에 들어오자 마자 휴대폰을 꺼 놓았는데 꼭두새벽에 무슨 전화인가. 이런 시간에 집전화가 울리면 그 누구도 불안해하지 않을 사람이 없다.

꿈자리만 뒤숭숭하여도 걱정이 되던 연로하신 집안 어른들과 외국에 있는 자식들의 모습이 순간적으로 뇌리를 스친다.

짧은 시간에 많은 생각을 할 수 있는 사람의 기능이 오히려 자신을 괴롭게 한다.

갖가지 좋지 않은 상황이 예상되어 가슴을 졸이며 서둘러 전화기를 든다.

“조합장! 우리끼리 밤을 새워가며 대의원회를 하고 있는데 조합장은 편하게 자고 있는가? 조합장을 하려면 좀 똑바로 하시요.”

엉뚱하게도 대의원 한사람이 대뜸 혀꼬부라진 소리로 호통을 친다.

오랫동안 동기간보다 더 돈독한 정을 나누며 살던 이웃친구가 대의원으로 나서더니 어느 날부터 사사건건 시비를 건다. 울컥 화가 치밀지만 울렁거리는 마음을 가라앉히며 대꾸를 한다.

“술이 과한 것 같은데 내일 조합사무소에서 이야기 합시다.”

대의원 일부가 하나 둘 동조자를 모아 세력을 키우고 있다 하더니 이제는 밤을 도와 일을 꾸미는 것이 확인되어 마음이 착잡하기만 하다.

대부분의 조합장은 사생활까지 거리낌 없이 침범하는 몰상식한 인사들 때문에 그 누구도 짐작하지 못할 심적 고통을 겪는다.

노후돼 불량한 주거환경을 개선해야 한다는 여론이 조성되는 시기에는 모두들 개발의 필요성에 대하여 하나같이 협조적으로 입을 모으며 이견이 없었다.

주변지역에 신축 아파트가 속속 들어서고 있고 가로가 정비되는 등 새로운 초현대식 주거지가 형성되고 있으니 상대적으로 초라하기 그지없는 동네를 개발하겠다는데 그 누가 반대를 하겠는가.

그러나 기본계획이 고시되고 추진위원회를 구성하기 위한 사무소를 개설할 때 즈음 끼리끼리 패거리를 만들어 영향력을 행사하고자 하며 사업이 종료될 때 까지 합종연횡을 거듭하는 것이 마치 정치세계를 방불케 한다.

정비사업의 시행주체인 조합은 정관에 정하고 있는바에 따라 운영하여야 하며 조합장은 조합을 대표하고 조합의 사무를 총괄하며 총회와 대의원회 및 이사회의 의장이 될 뿐이다.

따라서 조합장은 의장으로써 개인적인 의견을 나타낼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만약 조합장의 생각이 어느 한쪽에 치우치는 것으로 보일 경우 역반응이 일어나기 일쑤다.

조합장이 의사봉을 쥐고는 있으나 결정의 권한은 공식기구의 구성원에게 있기 때문에 때로는 사전 모의에 의한 엉뚱한 결론에 도달하여도 돌이키기 어려우며, 만약 이를 바로잡고자 하면 기다렸다는 듯이 사실을 왜곡하여 결정된 사항을 인정하지 않는 조합장으로 매도당하게 된다.

끈질기게 조합을 통하여 일을 꾸미는 그들의 의도는 결국 협력업체 선정과정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협력업체를 선정하기 위하여 입찰방법을 정하고자 하나 공식기구의 구성원들끼리 타협의 여지가 없는 일방적인 의견만을 내세운다.

미리 약속을 하지 않았다면 어떻게 한목소리를 낼 수 있단 말인가.

공식기구의 구성원 중 일부가 끼리끼리 사전에 결정한 사항을 회의에 반영하여 결론을 얻고자 하니 생산적인 회의가 되지 못 할뿐만 아니라 숫자에 밀려 뜻을 이루지 못한 쪽은 회의결과를 인정하지 못한다 하며 트집을 잡게 되니 결국 회의를 다시 개최하는 등 또 다른 분란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조합은 분파를 이루어 일을 꾸미는 구성원의 다툼속에 시종일관 소란스러울 수밖에 없으며 그 중심에 조합장이 가슴앓이를 하고 있는 것이다.

도시및주거환경정비법 제24조 규정에 따라 총회의 결의를 거쳐 결정하여야 할 시공자 등 협력업체의 선정과정에서 조합원끼리 패를 갈라 서로 비방하며 반목하는 등 진통을 겪은 조합이 사업시행계획을 수립하기 위하여 협력업체를 선정할 시기가 되었다.

조합은 협력업체 선정을 위하여 매번 총회를 개최하기가 어렵다보니 협력업체 선정에 관한 사항을 총회에서 대의원회로 위임을 하였다.

따라서 조합은 협력업체 선정시기가 도래하면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을 준용하여 처리하면 된다.

사업시행계획 수립단계에 이르면 조합장을 찾는 이가 많아진다.

여러 경로를 통하여 접근하는 인사들의 의도는 하나같이 협력업체 선정을 위한 입찰에 참여하여 뜻을 이루고자 하는 것이다.

조합장이 탁월한 정치력을 발휘하여 탄력적으로 대처할 경우에는 그나마 큰 분란이 일어나지 않고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으나 대부분의 조합장은 이미 시공자 등의 선정과정에서 마음고생이 심하였던 터라 개인적인 만남을 단호히 거절하게 된다.

그러나 조합장과의 접촉에 실패한 업체관계자는 조합장이 이미 다른 업체를 마음에 두고 있는 것으로 오해를 하게 되어 또 다른 조합관계자를 물색하게 된다.

따라서 또다른 이권세력이 형성되게 되며 지금까지 반대세력으로 각을 세우던 무리가 입을 모으는가 하면 다시 서로 비방하는 사이가 되는 웃지 못 할 촌극이 벌어지기도 한다.

협력업체 선정을 위하여 대의원회를 열고자 소집통지를 하니 대의원 몇몇이 따로 모인다는 소문이 들리며 그 자리에 임원도 끼어있었다 한다.

물론 대의원 대부분은 건강한 생각으로 사적인 청탁에 흔들리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는 있지만 조합장은 공식적인 대의원회의가 아닌 대의원끼리의 모임이 걱정스럽고 불편하다.

공정하고 투명하게 입찰을 진행하여 보다 낮은 용역비로 업무를 수행할 우량업체를 선정하고자 하나 배가 산으로 갈 것만 같아 가슴이 답답해진다.

조합장이 잠을 이루지 못하는 불면증의 원인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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