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건설근로자 100만 명 추산, 학원은 고작 전국에 70곳

건설근로자가 이수해야하는 기초안전교육에 대해 볼멘소리가 많다. 실제 20일 영등포시장에서 건설인력소개업체를 통해 현장에 배치된 근로자 2명이 교육을 이수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근로를 하지 못하고 쫓겨나는 사태가 발생했다. 이런 사례는 전국에서 빈번히 일어나고 있으며, 근로자의 권리보호를 위해서도 개선되어야 하는 목소리가 많다.

정부는 건설근로자들이 현장에서 빈번하게 겪게 되는 안전사고를 사전에 대비하기 위해 의무적으로 이수해야 하는 ‘건설업기초안전보건교육’을 단계적으로 실시하고 있다. 기초안전교육은 지난 2009년부터 2011년까지 시범교육을 진행하였으며, 2012년부터는 건설공사 규모별로 전국을 대상으로 실시하고 있다. 이 교육은 건설근로자들이 안전보건공단에서 지정하는 교육기관을 통해 4시간 교육을 이수해야 해야만 이 건설현장에 취업이 가능하다.

건설근로자가 받아야 하는 안전교육은 건설현장에서 실시하거나, 그렇지 않을 경우 안전보건공단이 지정한 교육기관을 통해 이수해야 한다. 이수 받아야 하는 교육시간은 4시간이며, 평생 단 1회만 받으면, 더 이상 교육을 받을 필요는 없다.

이점 때문인가. 정부 측인 고용노동부나 교육기관을 선정하는 보건공단에서 교육 이수의 효율성을 위해 큰 신경을 쓰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상황은 교육기관에서도 마찬가지다. 1회성으로 추가 교육이 필요치 않기 때문에 지속적 수요가 없다는 이유로 법적 규모나 자격을 갖추려는 교육기관이 적다는 평이다.

■ 100만 명에 이르는 일용건설근로자
전국적으로 일용건설근로자 수는 100만 명에 이른다. 이는 통계청과 건설근로자공제회 측의 자료를 토대로 나온 수이며, 건설관련노조 측에서는 200만 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건설근로자공제회 측에 따르면 현재까지 퇴직공제부금에 가입한 일용건설근로자 수는 350만 명에 달한다. 즉, 한 번이라도 건설현장에서 근로를 한 사람의 수를 모두 합한 숫자가 350만 이라는 것이며, 이중 1개월을 기준으로 한 근로자는 100만 명이며, 1일을 기준으로 하면 30만 명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 교육해야 할 학원의 숫자는 고작 70곳
여기서의 문제는 전국에 분포된 100만 명에 이르는 일용건설근로자가 70곳에 불과한 학원에서 교육을 이수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학원 한 곳당 1만5000명에 이르는 건설근로자 교육생을 수용해야 한다는 의미다. 이 중에는 건설현장에서 실시하는 건설근로자를 감안하지 않은 수이지만, 실제 건설현장을 통해 교육을 이수했다는 근로자는 극히 일부로 알려져 있다.
서울 구로의 K인력업체는 “현장에서 교육을 실시 할 수 있게 하고 있지만, 실제 건설사가 실시하는 교육은 일부에 불과하다”며 “어느 누가 하루 8시간 일을 시키는데 그 중 4시간을 따로 빼 교육을 시키겠냐”고 말했다. 일용직의 특성상 다음 날이면 다른 현장으로 갈 수도 있고, 또 다음 날 일을 나오지 않을 수도 있는데, 현장에서 무엇 하러 일하는 시간을 빼 가면서 교육을 시키겠냐는 얘기다.

■ 교육이수 기관 지역 안배에도 문제 있다.
전국에 걸쳐 70곳에 이르는 교육기관(학원)에 대한 지역적 안배도 지적사항으로 나오고 있다.

서울 경기는 그나마 상황이 나은 편이다. 서울은 25개 구 중 20곳에서만 실시되고 있으며, 경기는 18곳이다. 하지만 지방으로 갈수록 사태는 더욱 심각하다. 행정구역 별로 상황을 점검해 본 결과 일개 도 단위에 단 한곳의 교육기관도 없는 경우도 있었다.

기초안전교육을 실시하는 학원은 지역별로 서울에 20곳으로 가장 많으며, 경기 18곳, 부산 9곳, 경남 4곳, 대구 3곳, 인천 3곳, 전남 3곳, 강원 3곳, 광주 2곳, 대전 3곳, 충북 1곳, 울산 1곳, 경북 1곳 등이다.

전북은 현재까지는 없지만 안전보건공단에 따르면 전주지역 1곳이 신청 접수한 상태라고 했다. 그 외 충남의 경우는 기초안전교육기관은 전혀 없는 상태다.

만약, 충남지역의 근로자가 안전교육을 받으려면 대전까지 차를 타고 이동하거나, 기타 지역으로 원정을 가야하는 실정이다. 이 경우 하루 벌어 하루를 살아야 하는 건설근로자에게 큰 불편이 아닐 수 없다.

보건공단은 교육을 실시할 교육기관에서 요건에 맞춰 신청이 들어오면 내주는 편이라고 말했다.

안전보건공단 관계자는 “현재 추가 신청의 경우 전북 전주에서 1건이 들어왔다”며 “요건을 갖춘 곳에서 신청이 접수되면 특별한 사항이 없는 한 내주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추가 신청은 적극적으로 들어오고 있지 않은 상황이다.

■ 부족한 교육기관 해법은 없나
100만 명의 근로자가 받아야 할 의무교육은 제도상으로 신설해놓고, 실상 교육을 받아야 할 기관의 부족으로 정부 측은 나몰라라 하고 있는 실정이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건설현장에서도 실시하고 있고, 이번 교육은 의무적이지만 단계적으로 진행되고 있어 학원부족으로 교육을 못 받는 경우는 없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점차적으로 건설공사규모별로 시기를 나눠 대상을 정하고 있기 때문에 한꺼번에 몰리는 병목현상 등은 없다는 판단이다.

하지만 이에 대해 한 건설관계자는 “이것이야 말로 대표적인 탁상공론이다”며 “근로자가 자기 돈 내고 교육받기도 어려운 상황에 멀리 떨어진 곳까지 원정을 가 교육을 받겠냐”고 반문했다.

■ 교육기관 추가 지정 어려울 수도…법을 개정하지 않는 한 현재로선 난항
안전교육을 위한 교육기관을 지정하기 위해서는 ‘산업안전보건법’ 시행규칙에 따른 요건에 맞는 기관이어야 가능하다.
현, 산업보건법 시행규칙 37조의 3에 따르면 ‘교육기관으로 등록을 하려는 자는 규정에 맞는 서류를 첨부하여 공단에 제출하여야 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규정은 대표적으로 인력기준을 들 수 있다. 교육기관으로 인정을 받으려면 ▲사업안전지도사, 산업위생지도사, 건설안전기술사, 산업위생 기술사를 두어야 하거나, ▲건설안전기사 자격 소지자로서 건설안전 분야 실무경력 7년 이상인 사람 ▲대학의 조교수 이상으로서 건설안전 분야에 관한 학식과 경험이 풍부한 사람 ▲5급 이상 공무원, 산업안전`보건분야 석사학위 이상 소지자 등을 상시근로자로 두어야만 적격 교육기관으로 가능하다.

문제는 기초안전교육이 1회성으로 지속적인 교육생이 발생하지 않는다는데 있다. 이 때문에 공간적 요건을 갖추었다하더라도 부담이 큰 전문기술인을 고용해야 한다는 문제가 남아 추가 교육기관의 신청이 발생하지 않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에 대해 본지는 안전보건공단 측에 인터넷을 통한 원격교육이나 추가 교육기관선정의 용이성을 위해 다른 방안 등을 취재했지만 현재로서는 뚜렷한 대안이 나오고 있지 못하다.

이유는 인터넷 원격교육의 경우 기존 선정된 교육기관과의 조율이 필요한 것이 하나이며, 다른 하나는 교육시스템을 갖추기 위해서는 용역업체를 선정하고 개발하는데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만 올해 12월까지 20억 원 이상의 사업장에서는 모두 교육이수증을 가진 근로자만이 취업을 할 수 있어 도저히 시간상으로 맞지 않은 이유에서다.

그렇다면, 교육기관의 강사를 상시 근로자가 아닌 자격을 갖춘 시간제 근로자를 활용한 방안이 있을 수 있지만, 문제는 산업보건법 상에 명시된 사항이라 이럴 경우 법을 개정해야 만이 가능한 부분이다.

법 개정은 짧게는 6개월 길게는 몇 년이 소요되는 절차이다 보니 현재로서는 달리 건설근로자를 구제할 수 있는 또렷한 방안이 나오고 있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안전보건공단의 건설실 이우광 차장은 “건설근로자가 의무적으로 이수해야 하는 교육에 대해 아직까지 제도 기반 등 미비 된 점이 많은 것 같다”며 “차후 이 문제 놓고 좀더 심층적인 논의를 통해 개선해 나가겠다”고 약속했다.

기초안전교육은 여러 가지 측면에서 바람직한 제도로 보인다. 빈번하게 발생하는 때로는 소중한 목숨을 앗아가기도 하는 건설현장 안전사고를 미연에 방지한다는 측면과 건설근로자의 정확한 현황파악을 위해서도 이번 제도는 반드시 성공적으로 안착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주무기관인 고용노동부와 주제하고 있는 안전공단의 적극적인 방안 마련의 태도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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