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워커_국제경제] 화웨이가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거센 압박을 받는 상황에서도 그 기세가 꺾이지 않고 있다. 세계 5G망의 3분의 2가 화웨이 기술로 구동되고 있는가 하면, 미국에서는 화웨이 사용 금지 행정명령에도 불구하고 주요 반도체 기업들은 화웨이에 반도체를 공급해 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화웨이를 비롯한 중국 기업들은 기술 자립에 더욱 속도를 내고 있는 모습이다.

◆ 딩원 화웨이 통신 네트워크 그룹 CEO “세계 50건의 5G망 구축 계약 성사”

딩원 화웨이 통신 네트워크 그룹 최고경영자(CEO)는 25일(이하 현지시간) 상하이에서 열린 한 행사에서 현재까지 화웨이는 세계 50건의 5G망 구축 계약을 성사시켰다고 밝혔다. 이를 보도한 중국 관영 영자지 글로벌타임스에 따르면 5G 통신장비 출하량은 이미 15만개를 넘어섰고, 한국․스위스․영국․핀란드 등 국가와 5G 공급계약을 맺었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이는 세계 5G망의 3분의 2가 화웨이 기술로 구동되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 화웨이가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거센 압박을 받는 상황에서도 그 기세가 꺾이지 않고 있다. 세계 5G망의 3분의 2가 화웨이 기술로 구동되고 있는가 하면, 미국에서는 화웨이 사용 금지 행정명령에도 불구하고 주요 반도체 기업들은 화웨이에 반도체를 공급해 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화웨이를 비롯한 중국 기업들은 기술 자립에 더욱 속도를 내고 있는 모습이다.<그래픽_진우현 뉴스워커 그래픽 2담당>

화웨이 5G망 구축과 관련해 지난 24일 파이낸셜타임스(FT)는 중국이 이달 초 통신업체들에게 5G 영업 허가를 내주며 상용화를 서두르는 것은 허세에 가깝다고 평가한 바 있다. 미국이 지난달 15일 화웨이 사용금지 행정명령을 내렸기 때문에 미국산 부품 및 소프트웨어를 비롯해 미국 기술이 들어간 해외 기업의 부품 수급 통로가 막혔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지금은 화웨이가 비축하고 있는 재고로 버티고 있지만 내년부터는 부품 수급난에 시달릴 것이며, 따라서 화웨이 의존도가 압도적인 중국의 5G 상용화 계획에도 차질이 있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FT의 보도와 관련해 딩 CEO는 “화웨이는 이미 메모리 반도체나 카메라 모듈 등 자체 기술능력을 갖춘 상태”라면서 “12개월 만이 아니라 앞으로 계속 성장해나갈 수 있다”고 밝혔다.

◆ 세계 각국, 화웨에 5G망 배제하기 어려워

화웨이가 미국의 제재에도 성장에 자신감을 내비친 데는 세계 각국은 여전히 화웨이 제품에 호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우선 스위스, 영국, 태국, 필리핀 국가들이 화웨이의 5G망을 완전히 배제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미국의 오랜 동맹 필리핀도 5G 건설에서 화웨이를 배제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필리핀 정보통신부는 지난 11일, 화웨이 장비가 에릭슨 등 유럽 기업들보다 성능은 더 뛰어나면서 가격은 30% 가량 저렴하다는 이유로 화웨이를 채택할 의사를 보였다는 것이다. 실제로 필리핀의 최대 통신사인 글로브텔레콤은 지난 20일 화웨이 장비를 채택하기로 결정했다. 이외에도 캄보디아, 인도네시아, 태국 등 미국의 오랜 우방의 통신사들이 이미 화웨이와 5G 계약을 체결했다.

심지어 미국 내 통신사들조차도 화웨이를 배제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미국 10여 개 지역 이동통신사들이 노키아와 에릭슨 등 다른 업체로 갈아타는 방안을 고려하고는 있지만 비용 문제 때문에 쉽지 않다는 것이다. 26일 SCMP는, 장비 교체를 어렵게 하는 이유로 노키라와 에릭슨이 최근 수년 간 재정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에 장비 가격을 화웨이 수준처럼 낮추기 쉽지 않다고 보도했다.

게다가 미국의 대형 반도체 제조사들은 화웨이와의 거래를 재개한 것으로 알려졌다. 25일 뉴욕타임스(NYT)보도에 따르면 인텔과 마이크론 등 미국 반도체 기업들이 약 3주 전부터 화웨이 측에 미국 기업의 반도체를 다시 공급 재개를 했다는 것이다. 미 반도체기업들은 화웨이에 대한 거래제한 조치 이후 일단 거래를 중단했다가 전문가 검토 등을 통해 미국에서 생산되지 않은 부품들이 모두 미국산으로 취급되지 않는다는 점을 이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화웨이는 미국의 압박에 맞서 본격적인 반격에 나서는 모습도 보였다. 자사 특허를 사용하는 미국 기업들에 더 많은 특허 사용료, 즉 로열티를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25일 미국 CNBC 방송 등 언론들은 화웨이가 5G 이동통신 관련 특허를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는 강점을 활용해 자사의 특허를 사용하는 미국 화사들에 로열티 인상을 압박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화웨이가 미국 통신업체 버라이즌에 특허 230여 건에 대해 10억 달러의 로열티를 내라고 요구했다는 것이다.

◆ 기술 자립에도 박차 가하는 화웨이

미국의 제재로 화웨이는 오히려 기술 자립을 위해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대중(對中) 압박 무용론까지 나오고 있다.

미 외교전문지 포린어페어스(FA)는 최근호 “화웨이 블랙리스트가 역효과를 낳을 수밖에 없는 이유”를 통해 “중국 기업들이 머지않아 미국산 부품과 소프트웨어를 자국산으로 대체할 것”이라며 “미 기업과 거래가 끊긴 중국 기업들이 필연적으로 자체 기술 개발에 몰두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화웨이는 미국 구글의 안드로이드를 대신한 독자 운영체제(OS)를 개발 중이다. 25일 블룸버그에 따르면 화웨이는 늦어도 내년 초까지 자체 OS를 탑재한 스마트폰을 출시할 계획이라는 것이다.

또한 거대 정보기술(IT) 회사 알리바바도 인공지능(AI) 전용 반도체 칩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으며, 올해 하반기에는 첫 AI칩을 출시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NYT는 이런 평가를 한 바 있다. 미 반도체기업들이 화웨이에 부품을 판매하기 시작했다는 소식을 전하면서 “국제화되고 자유화된 세계 경제 시스템 아래에서 한 기업에 대한 판매를 금지 시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보여주는 삽화”라고.

그래서 화웨이의 기세는 쉽게 꺾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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