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워커_시사의 窓] ‘적대감 드러낸 아베 총리’ 한국, 일본 의존도 줄여야 강해진다
[뉴스워커_시사의 窓] ‘적대감 드러낸 아베 총리’ 한국, 일본 의존도 줄여야 강해진다
  • 염정민 기자
  • 승인 2019.07.03 11:3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일본이 노골적인 불만을 드러내면서 한국에 대한 반도체 소재 수출을 제한시키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일본 아베총리가 드러낸 적대감이 어떻게 국제정세에 영향을 미칠지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그래픽_황성환 뉴스워커 그래픽 1담당>

[뉴스워커_시사의 窓] 지난 7월 1일 일본의 경제산업성은 반도체 등의 핵심소재인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포토레지스트, 에칭가스(고순도 불화수소)에 관한 포괄적 수출허가 제도에서 한국을 제외한다고 발표했다.

제외조치가 7월 4일부터 적용되면 그간 일본 정부의 허가가 없이도 진행되었던 개별 수출 계약에 수출 허가를 받는 절차가 추가될 예정이며, 업계에서는 앞으로 수출허가를 받기 위해 통상 90일 정도의 대기기간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했다.

소제목 : 일본의 수출 규제강화 조치

표면적으로는 수출에 허가를 요구하는 절차상의 규제이지만 요미우리신문은 한국의 징용판결에 대한 문제 해결이 없을 경우 일본 정부가 수출 허가를 내리지 않을 것으로 파악하여 사실상의 금수조치라는 판단을 내놓았다.

지난 레이더 갈등 사건에서 보듯이 일본 정부는 공식 발표 전 언론에 미리 흘려 동향을 파악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요미우리신문의 전망을 근거 없다고 일축하기는 어렵다.

그렇다면 대화채널을 통해 해결 노력을 기울여야 하겠지만 최악의 경우 일본 정부가 한국으로 해당 소재의 수출을 금지하는 상황까지 상정하고 대응계획을 마련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볼 수 있다.

이번에 항복하면 다음엔 더 큰 것을 요구할 가능성 높아

이번 상황을 외교적으로 풀어낼 수 있는 것이 최선이라는 점은 이론의 여지가 없지만, 한국 정부가 일본 정부의 조치에 대해서 항복하는 모양새를 취할 경우 앞으로 외교적인 협상에서 일본 정부는 사사건건 이와 같은 무역제한 조치를 무기로 꺼낼 가능성이 크다.

이번에는 징용판결이지만 다음에는 독도 문제 같은 영토문제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외교부를 주축으로 사법부의 판단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대안을 모색하여 일본 정부와 협상할 필요는 있지만 마지노선을 정해 일본 정부가 오판하지 않을 정도의 양보만 대안으로 제시할 필요가 있다.

그간 한일 관계는 정치, 외교적인 면에서는 갈등과 대립이 있었어도 경제면에서는 우호관계를 유지하는 측면이 강해 기업들 특히 한국의 반도체 기업들이 일본발 리스크를 너무 과소평가한 면이 없지 않았다.

그러나 이번 아베 총리는 공식적으로 한국을 우대하는 조치를 해제하고 한국과의 신뢰관계가 깨어졌다고 공언하는 등 전통적인 경제 연합 체제를 부정하고 경제면에서 한국의 잠재적 적성국이 될 수 있음을 분명히 하였다.

뭐든지 첫 번째가 어렵지 그 이후는 그다지 어렵지 않다는 점에서 앞으로도 일본은 정치, 외교 문제를 경제 문제와 결부시킬 가능성이 크며, 일본 정부의 이번 조치에 대해 현명하게 대응하지 못한다면 이번 정부뿐 아니라 차기 정부까지 수세에 몰릴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상황을 엄중하게 인식하고 대응에 나설 필요가 있다.

기업과 정부가 합심하여 일본 의존도를 낮출 필요 있어

누구를 비난할 의도는 아니지만 한국 기업과 정부는 그동안 경제면에서 적어도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 주력 수출 산업에서 일본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는 것에 역량을 덜 투입한 것이 사실이다.

품질이 좋다는 이유, 물류비용 등 가격이 싸다는 이유로 일본산 소재와 장비를 70%에서 90%까지 사용하여 종속적이라는 평가를 받을 정도로 의존도를 높인 것에 경각심을 덜 가진 것은 부정할 수 없다.

물론 최소한의 비용으로 이윤을 극대화하는 것이 기업의 유일한 목적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본질적인 목적이기에 이를 비난하는 것이 무리인 점은 지극히 공감한다.

그러나 아베 총리가 한국에 적대적인 행위를 해온 이상, 적어도 경제적인 면에서 언제든 잠재적 적성국이 될 수 있는 국가의 호의에 기대어 한국의 산업을 운영하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를 이번 기회를 통해 깨닫는다면 교육비용이 비쌌지만 성과가 없다고 볼 수는 없다.

즉 이제부터라도 품질이 좋아서, 가격이 싸서 타국 특히 언제든 한국에 적대감을 드러낼 수 있는 국가의 호의에 기대어 부품 등을 종속 수준으로 구매하는 것에 대해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고 볼 수 있다.

한편 무역협회의 자료에 의하면 에칭가스의 경우 일본 제품 비중이 2012년 기준 77.3%에서 2019년 1~5월 기준으로 43.9%까지 하락했다.

이와 관련하여 적어도 에칭가스 부분에서는 일본 제품을 대체하려는 기업들의 노력이 결실을 맺었고 지난해 11월에 일본 정부가 이미 한국을 향해 에칭가스 관련 제재를 취하려고 하다 취소하는 해프닝이 벌어졌을 때에도 일본 제품 비중이 상대적으로 낮은 점이 적지 않게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한다.

즉 쉽지 않은 일이지만 일본에 대한 의존도를 낮췄을 때 일본의 협상력 혹은 일본 정부가 비정상적인 조치를 한국에 취할 수 있는 가능성도 낮아지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렇다면 한국 기업과 정부가 앞으로 취해야할 행동은 분명해 보인다.

쉽지 않겠지만 국산화, 수입선 다변화를 통해 일본에 대한 의존도를 낮춰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국산화, 수입선 다변화로 인해 새로운 물질을 투입하면 단기적으로 불량률과 비용이 증가하는 문제는 매우 높은 확률로 발생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가 일본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지 않으면 이번에 아베 총리가 한국에 대해 적대감을 여과 없이 드러내고 정치, 외교 문제를 경제 문제로 확대하는 비정상적 행위를 한 것처럼 차후에도 일본이 어떤 무리한 청구서를 한국에게 내밀지 모른다.

한 번 당했을 때에는 가해자가 전적으로 책임을 져야하지만 두 번, 세 번 당한다면 피해자도 책임이 없다고 보기 어려우며, 한국 기업, 정부, 국민들이 그 정도로 바보일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따라서 이번 기회에 일본이 어떤 태도 변화를 보이건 국산화와 수입선 다변화를 통해 일본에 대한 의존도를 낮출 필요가 있으며, 이를 위해 한국 기업뿐만 아니라 한국 정부, 한국 국민 모두가 합심하여 계획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

언제든 적성국이 되어 이빨을 드러낼 수 있는 국가의 호의에 기대어 한국의 운명을 맡기는 것만큼 우둔한 행위는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