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달 30일 판문점에서 깜짝 개최된 남북미 정상 3자 회동은 과거 남북정상회담의 ‘전례’를 참고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져 눈길을 끌고 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이 유튜브 계정에 공개한 판문점 회동 당시 영상을 보면, 김 위원장은 북미 정상 간 양자 회담을 마친 후 문재인 대통령을 만나 남북미 3자 정상이 함께 자유의 집에서 걸어 나오면서 발언을 했다.

김정은 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을 가운데에 두고 걸어나오면서 문 대통령에게 “나와 트럼프 대통령도 장소와 형식에 구애되지 않고 이렇게 원한다면 아무 때나 만날 수 있다는 그런 전례를 참고하였다"고 웃으며 말했다. 

이에 문 대통령은 “그 사실 자체가 중요한 일입니다”라고 답변했다. 

▲ 그래픽_뉴스워커 황성환 그래픽 1담당

과거 5.26 남북정상회담 당시 속전속결 준비 경험이 도움된 듯

‘장소와 형식에 구애되지 않고’, ‘원한다면 아무 때나 만날 수 있다는 전례’라는 표현으로 미뤄볼 때 이는 지난해 5월 26일 판문점 북측 통일각에서 진행된 제2차 남북정상회담을 지칭한 것으로 보인다. 

당시 5월 26일 개최됐던 남북정상회담은 전날 오후 김정은 위원장이 ‘일체의 형식 없이 만나고 싶다’는 뜻을 보내왔고, 이를 문 대통령이 수락하면서 급박하게 이뤄진 바 있다. 당시는 북미간 정상회담을 앞두고 있던 때로 취소될 위기에 놓여있었다. 

남북정상의 갑작스런 만남은 하루 만에 급히 이뤄졌고, 의전도 축소화 되는 등 ‘원 포인트’ 정상회담을 가지게 됐다. 청와대 내에서도 극 소수의 인원만 회담을 준비했고, 국내 언론 역시 취재에 참여하지 못한 채 청와대 전속 촬영팀이 보내온 영상에 의존했다. 

5.26 남북정상회담의 이런 특수한 성격은 이번 판문점 북미 양자 회동과 상당히 닮았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이 이틀 전 트위터로 만남을 제안하고, 5시간만에 북한이 이에 응답하면서 판문점 회동 당일까지도 긴급한 논의가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탁현민 “의장기 높이 맞지 않아 바닥에 끌려…전혀 준비 안된 것”

청와대 행정관으로 있었던 탁현민 대통령 행사기획 자문위원도 지난 1일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과의 인터뷰에서 “의전과 기획이 없었다”며 “만남 자체는 (준비 시간이) 불과 24시간 정도밖에 없었다. 전혀 준비가 안된 것으로 보이지 않느냐”라고 말했다. 

탁 자문위원은 “(양자 회담 영상을 보면) 뒤쪽에 인공기와 성조기가 나란히 배치됐는데 이 의장기가 바닥에 다 끌렸다. 깃발 높이가 건물과 안 맞은 것 때문에 의장기가 바닥에 끌리는 초유의 사태가 생겼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일각에선 남북이 판문점에서 두 차례의 남북정상회담을 준비했던 경험이 있고, 특히 5.26 정상회담에서는 단 시간에 회담을 치뤘던 경험이 있었던 만큼 단시간에 축소된 의전과 경호 등을 준비할 수 있었던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日도 북한에 지속 러브콜…한반도 비핵화 협상판에 등판할까

판문점 남북미 3자 회동을 통해 북한이 ‘언제든, 원한다면’ 대화에 나설 용의가 있음을 전 세계에 확연히 밝히면서 일본도 북한을 향해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이에 대해 김정은 위원장이 “유의하고 있다”고 한 것으로 알려지며 북일관계에도 변화가 생길지 주목된다. 

NHK는 5일 중국과 일본 소식통을 인용해 G20 정상회의 당시 시진핑 주석이 김정은 위원장과의 회담에서 북일정상회담 개최 목표에 대한 중국 정부의 생각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보도에 따르면 시 주석은 이 자리에서 ‘전제조건 없이 김 위원장과의 대화를 목표로 한다’는 아베 총리의 발언을 전했고, 김 위원장은 “유의하고 있다”고 답변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 주석은 이를 다시 아베 총리에게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위원장이 일본 측의 회담 제안을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도 해석할 수 있는 부분인데, 만약 북일정상회담이 성사된다면 ‘패싱’ 우려가 일고 있는 한반도 비핵화 협상판에 일본도 목소리를 낼 수 있게 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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