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 중국의 춘추전국시대, 이 시대에는 강대국인 진(秦)나라와 약소국으로 분류되는 한(韓), 위(魏), 조(趙), 연(燕), 초(楚), 제(齊)나라가 중국의 거대 대륙을 나누어 지배한 때다. ‘합종연횡’은 이 때 제시된 외교방식 중 하나다.
소진(蘇秦)이라는 외교정책가는 약소국의 군사동맹을 통해 강대국인 진나라와 대적해야 한다는 외교술을 주장했는데 이 때 소진의 주장이 ‘합종책’이었다. ‘합종’은 중국 전국시대에 종으로 이어진 약소국을 연결해 강대국인 진나라를 견제하자는 주장으로 15년간 6개국의 재상을 역임한 바 있다. 이 때 합종책으로 연결된 한, 위, 조, 연 ,초 ,제나라는 강대국 진나라와 맞서 백성의 안위는 물론 대등한 외교적 지위를 확보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후 진나라의 재상인 장의(張儀)가 연횡설을 주장했고, 합종으로 연결된 6개국의 외교정책은 깨어지고 강대국 진나라와 연결하는데 성공했다. 장의의 연횡책이 원인이 되어 진나라가 중국통일이라는 대업을 달성하는데 성공한 것도 사실이다.

국내 재건축·재개발사업에서 중요한 절차 중 하나를 든다면 시공을 담당할 건설회사를 선정하는 일일 것이다. 특히 서울·경기지역은 시공사를 선정할 단계에 임박해 있는 사업지가 많다. 경기 광명시의 뉴타운지역이 추진위원회 승인을 마치고 조합설립 인가를 받은 곳이 상당수며, 조합설립 인가를 신청하는 단계에 이른 사업지 또한 많다. 뿐만 아니라 경기 안양의 임곡3지구재개발, 진흥아파트재건축, 덕현지구재개발, 호원초교재개발, 융창아파트주변지구재개발 등이 조합인가단계 또는 건설업체를 선정하는 단계에 임박해 있다.
경기 의왕에서도 이와 유사한 단계로 내손가·나·다·라 재개발구역 등이 조합인가를 목적에 두고 있어 조합원 뿐만 아니라 시공업체에서도 높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경기 구리, 남양주, 용인, 부천 등도 사정은 유사하다.
여기서 야기되는 문제가 건설사와의 밀접함이다. 막강한 자본력이 뒷받침되는 건설사에서는 조합원 또는 조합집행부와의 밀접한 관계를 형성해 사업지를 수주하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앞서 ‘합종연횡’책을 예로 든 이유가 여기에 있다. 작금의 사태를 보자면 조합집행부와 건설사, 또는 조합원과 건설사간의 ‘연횡책’이 만연해 있다는 느낌이 든다. 조합이 ‘갑’이며, 시공사는 ‘을’의 입장이지만 자본력 앞에서의 조합은 ‘을’이 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이에 조합원 또는 조합집행부는 건설사와 ‘연횡책’으로 이어져 반대를 주장하는 조합원들의 주장을 외면하고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는 데 힘쓰는 것 같아 안타깝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연횡책은 앞서도 본 바와 같이 약자의 입장인 조합이 분열을 낳는 일일 수 있다. 이는 결국 조합의 손실을 가져오는 결과를 초례하게 될 것이 분명하다.

반대로, 연횡책을 주장하는 조합도 있다. 공사비 인상을 주장하는 시공사에게 조합집행부와 조합원이 하나 돼 ‘시공사 계약해지’라는 강수를 들고 나온 조합들이 그 예이다.

최근 홍은12구역이 그랬으며, 용산사태로 알려진 용산4구역(용산국제빌딩주변4구역), 그리고 고덕시영, 고덕3단지, 홍은1구역, 왕십리3구역 등이 현재 합종책을 통해 막강한 자본력을 앞세운 시공사에 유리한 고지를 확보하고자 노력하는 사업지들이다.

이들의 연횡책이 분명 성공할 것이라는 보장은 장담하기 어렵다. 재건축·재개발 등 주택정비사업은 시간과의 싸움이라 할 만큼 빠른 사업추진이 성공을 보장하는 키워드라 할 만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분명 조합원 또는 조합집행부와 시공사가 만드는 연횡책보다는 조합과 조합원이 구성되어 이루는 합종책이 보다 현실적인 공사단가 인하책으로 보인다.

이 보다 더 중요한 것은 조합집행부라 불리는 임·직원과 절대다수를 차지하는 조합원 그리고 자본력이 풍부한 건설회사가 ‘삼위일체(三位一體)’되어 해당 사업지가 맞닥트린 위기를 슬기롭게 대처해가는 것이 더 큰 이익을 대변하는 일일 것이다.

하지만 모든 사업에는 이익실현이라는 당면과제가 주어지듯 주택 정비사업도 이익을 실현해야하는 만큼 앞서 언급한 ‘삼위일체’는 요원하기만 한 일이다.

이에 조합의 이익, 즉 조합원의 이익을 대변하고자 한다면, 전국시대 6개국 재상 소진이 주장하는 ‘연횡책’을 지금의 재건축·재개발조합이 취해야 하는 최고의 방식이 아닐까.

[당신의 의견은 어떻습니까]
중국의 춘추전국시대의 '합종연횡'책은 지금 시대에 많은 의미를 낳고 있습니다. 위의 글에서 보듯이 조합집행부와 조합원 간의 합종책은 성공을 담보할 수는 없지만, 조합이 하나되어 거대세력과 맞선다는 것에 의미를 부여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조합원과 조합집행부가 아닌 조합과 조합, 즉 동일 지역 내에 거대 자본세력을 견제하는 조합연합체를 구성해 세를 논하는 것은 어떻다고 보십니까. 자본세력에 의한 분열은 예상할 수 있지만 적어도 특정 지역내에 자본세력이 판을 치는 일을 없을 않을까요? 당신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의견은 아래 댓글이야기에 적어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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