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다가 아프면, 그게 바로 산재!

 10월 18일, 또 한 명의 기관사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혼자 어두운 터널에서 차량을 운행하는 것에 대한 부담감이 컸고 스스로 우울증임을 알고 진료를 받고 있는 상황이었다. 서울도시철도공사에서만 2년간 벌써 세 번째, 모두 기관사들의 죽음이다.

 장하나 의원실이 입수한 <서울시 도시철도공사 기관사 임시건강진단 및 업무관련성 조사 최종보고서>를 보면, 기관사 직군의 경우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는 일반인구집단보다 5.6배, 공황장애의 경우 10배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정 직군인 기관사들에게 일반 인구보다 꾸준히 높은 수준의 정신질환 유병률이 관찰되는데 이는 기관사 업무와 정신질환의 관계가 높음을 증명한다.

더불어 서울도시철도 기관사들의 정신건강 위협은 직무스트레스와 낡은 조직문화 때문이라는 것이 밝혀졌다. 8개의 직무스트레스 영역 중 물리환경, 직무자율, 관계갈등은 높은 수치를 보였고, 직무자율, 조직체계, 직장문화 등이 전국 평균에 비해 높았고 그 중 관계갈등 영역이 가장 높은 사분위수 범위(상위25%)에 포함되어있어 높은 수준의 관계갈등이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는 직장 내의 동료, 상사들과의 관계갈등으로 인한 직무스트레스가 심하다는 의미이다. 또 직무요구 영역은 2007년 전국 평균 이하였으나 2013년에는 전국 평균을 넘어서는 정도로 증가하였다. 이는 직무에 대한 부담 정도를 평가한 것으로 시간적 압박, 업무량 증가, 과도한 책임, 휴식시간 부족 등과 관련이 있다.

현행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시행령으로 정신질환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로 한정하고 있고 근로기준법 시행령으로 업무 연관성으로 인한 것이 밝혀질 경우 업무상 질병으로 볼 수 있다고 열어두고 있다. 그러나 최근 2년간 철도기관사들의 자살사고 사례를 보면 특정한 사건의 발생으로 인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의 경우만 산재승인이 되고 있다.

2012

한국철도공사

적응장애

불승인

서울도시철도공사

공황장애

불승인

2013

한국철도공사

여러장기의 손상(자살)

승인

한국철도공사

우울증에피소드

불승인

서울도시철도공사

다발성 골절 및 좌상(자살)

승인


장하나 의원실에서 근로복지공단을 통해 받은 <최근 3년간 철도 기관사의 정신질환으로 인한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 심의안 및 심의 결과>자료에서 5개 케이스를 분석해 본 결과 일정한 경향성이 나타났다.

산재로 인정받은 ③의 경우에는 오산대 역을 정차하지 않고 통과하다 열차승무원이 비상제동에 의하여 정치위치로부터 312m 지나 정차, 사고 발생 당일 직위 해제되는 특정 사건이 있었고 ⑤의 경우에도 출입문에 손님 가방이 끼는 사고 발생하였고 이후 지속적으로 재해자의 사례가 교육 자료로 반복적으로 전파되면서 재해자의 심적 부담이 가중된 사례이다. 이 두 가지 사례는 질병판정위원회의 판정경향이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라고 하는 뚜렷한 사건사고가 발생한 것을 인정하고 있다. ①,②,④의 경우에는 장기간 근무를 하며 만성적인 정신질환을 앓아온 경우로 특별한 사건, 사고가 발생하지 않았다.

 민주당 장하나 의원은 국정감사에서 “근로기준법 시행령에 의거하여 업무와의 연관성만 밝혀진다면 사망사고가 아닐지라도 업무상 질병만으로도 산재승인이 되어야 한다.”고 밝혀 산업재해가 폭넓게 인정되어야 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또 “기존의 급성 스트레스성 장애로 인한 자살사고만이 산재로 인정받던 것에서 업무와 연관성이 있는 만성적인 정신질환에 대해서도 산재를 인정해야”한다며 “이번에 돌아가신 정 모 기관사님의 경우 누가 봐도 업무 연관성으로 인한 정신질환인데도 불구하고 특별한 사건, 사고를 통한 외상 후 스트레스성 장애가 없다고 하여 산재 불승인을 하는 경우가 발생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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