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워커_한일경제전쟁] 이번 주가 한․일 갈등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에 대한 일본 정부의 전략물자 수출우대국(백색국가) 배제 의견 수렴 시한이 24일이며, 23~24일(이하 현지시간) 스위스 제네바에서는 일본의 수출 규제 의제를 놓고 세계무역기구(WTO) 일반이사회가 열리기 때문이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9일 한․일 관계 중재에 나설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존 볼턴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한국과 일본 방문에 나섰다. 26일에는 한․미․일 의원 20여명이 워싱턴에서 의원회의를 갖는다. 이렇게 대화 채널은 충분한데 이 기회를 통해 과연 한․일 갈등이 풀릴 것인지, 더욱 심화될 것인지 주목되고 있다.

▲ 한국에 대한 일본 정부의 전략물자 수출우대국(백색국가) 배제 의견 수렴 시한이 24일이며, 23~24일(이하 현지시간) 스위스 제네바에서는 일본의 수출 규제 의제를 놓고 세계무역기구(WTO) 일반이사회가 열릴 예정으로 이번주가 한일 갈등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뉴스워커 황성환 그래픽 1담당>

◆ 日, 24일까지 한국 백색국가 제외 의견수렴 마감

일본은 지난 1일 반도체 소재 3개 품목에 대해 한국 수출을 규제하는 조치를 발표하면서 한국을 백색국가에서 제외하는 법령 개정안도 함께 고시한 바 있다. 그리고 법령 개정을 위한 의견 수렴 마감 시한을 24일로 정했다. 의견 수렴이 끝나면 이달 말이나 다음 달 초 각료회의에서 한국에 대한 백색국가 배제 여부를 최종 결정하고 공식 발표된다. 백색국가에서 제외되면 식품과 목재를 제외한 대부분의 품목의 수출이 제한되며, 되돌리기도 어려워진다.

따라서 우리 정부는 오늘(22일) 일본 정부에 수출 규제의 부당함을 알리는 의견서를 전달한다는 방침이다. 21일 정부 부처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는 22일 주일 한국대사관 등을 통해 일본 경제산업성에 일본의 수출 규제와 백색국가 배제의 부당성을 알리는 내용의 의견서를 전달할 계획이라는 것이다. 정부뿐만 아니라 일본의 수출규제로 피해가 예상되는 반도체 업계의 협회와 단체들도 의견서 전달에 참여할 것으로 알려졌다.

산업부 관계자는 “일본에 보내는 의견서는 수출 규제 조치의 부당성을 집대성한 내용이 될 것”이라면서 “한국 정부의 입장을 뒷받침할 수 있는 근거와 증거를 모두 넣어 보낼 예정”이라고 밝혔다.

◆ WTO에서 국제여론전 벌인다

오는 23일과 24일 이틀간 열리는 WTO 일반이사회에서는 일본의 수출규제 문제를 놓고 한일이 치열한 국제여론전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우리 정부는 ‘관세 및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GATT)’ 조항을 가지고 의견을 개진할 가능성이 높다.

일본은 당초 GATT 제21조에 해당하는 안보상 필요할 경우 수출 제한을 허용과 관련해 발언한 바 있다. 일본 정부는 한국의 수출관리에 부적절한 사안 발생해 국가 안보를 위해 수출 규제를 한다고 말은 했지만 지난 12일 도쿄 지요다구 경제산업성 별관에서 열린 한․일 과장급 회의에서 수출규제 이유로 든 ‘부적절한 사례 발생’에 대해서 “제3국으로의 반출은 아니다”라고 말을 바꿨다. 그러다 이제는 “수출 물자를 관리하는 시스템을 바꾼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우리 정부는 수입․수출에서 수량제한을 금지를 명시한 GATT 제11조를 내세울 것으로 보인다. 또한 일본 수출로 우리 기업에 직접적인 피해를 줄뿐 아니라 나아가 글로벌 공급망을 무너뜨리는 결과를 초래한다는 주장을 펼치겠다는 계획이다. 또 160개국이 참여하는 일반이사회에서 일본의 조치가 WTO가 지향하는 자유무역 정신에 위배된다는 것을 알릴 방침이다.

일본 경제 전문지 도요게이자이도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는 GATT 11조를 위반한다고 지적했다. 일본 수출규제는 포괄적으로 수출을 허가하던 것을 개별 건당 허가를 받도록 절차를 까다롭게 했기 때문에 사실상 수출 수량제한에 해당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이 신문은 안보상 우방국가인 화이트국가 리스트에서 한국을 제외하는 것도 WTO 회원국간 평등한 대우를 규정한 GATT 1조를 위반할 수 있다고 밝혔다.

우리 정부도 만약 일본이 한국을 백색국가에서 제외하면 WTO 공식 제소 등 실질적 대응에 나서겠다는 방침이다.

◆ 美, 한일 갈등 중재 본격적으로 나서나

한편, 볼턴 보좌관이 일본과 한국 방문에 나섰다. 일본을 거쳤다가 내일(23일) 서울에 도착해 1박 2일 동안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을 비롯해 외교, 국방 장관을 잇따라 만날 것으로 보인다.

이로써 미국이 한․일 간 갈등 중재에 나선 것 아니냐는 추측과 적극 개입은 아닐 것이라는 추측이 동시에 나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 직후에 볼턴 보좌관이 일본과 한국 방문에 나서기는 했지만, 한․일 양자 해결을 먼저 촉구했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19일 아폴로 11호의 달 착륙 50주년을 기념하는 백악관 행사에서 기자들에게 “한국의 대통령이 내게 관여해달라고 요청해왔다”고 말하면서 “아마도 한․일 양쪽이 모두 원한다면 개입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나는 두 정상을 좋아한다. 바라건대 그들이 스스로 해결할 수 있길 희망한다”고도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이 그동안의 긴 침묵을 깨고 중재 가능성을 시사한 것은 문 대통령의 요청보다는 한․미․일 안보 공조의 핵심인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파기 우려 때문으로 보는 시각이 일반적이다. 정의용 실장의 지난 18일 ‘GSOMIA 재검토’ 발언한 이후 미 국무부가 “미국은 한․일 GSOMIA를 전폭 지지한다”는 입장을 내놓았기 때문이다.

미국은 우선 한․미․일 외교장관 회담 개최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21일 아사히신문은 외교소식통의 말을 인용해 “미국이 우선 다음 달 한․미․일 3국간 대회 개최를 모색하고 있다”고 보도한 것이다.

미국 주선의 한․미․일 외교 장관 회담이 있기 전인 오는 26일에는 한․미․일 의원 20여명이 워싱턴에서 의원회의를 갖는다.

이렇듯 이번 주에 한․일이 어떤 형식으로든 소통할 수 있는 채널이 다양하게 열려 있는 만큼, 향후 한일 관계 향방도 정해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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