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워커_국제정세] 중․러 군용기 5대가 어제 독도 영공 및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을 침범하는 일이 있었다. 이에 우리 공군 전투기는 360여 발의 경고사격을 했고, 우리 정부는 중국과 러시아에 영공침범 행위에 대해 항의하고 재발방지를 촉구했다. 중국은 해당 지역은 한국 영공이 아니라며 발뺌했고, 러시아는 오히려 한국 공군 전투기로부터 위협을 당했다며 적반하장식 태도를 보였다.

한편, 미국 언론들은 중․러의 KADIZ 침범에 대해 고의적 행위였을 가능성을 제기하고 나섰다. 그렇다면 중․러는 왜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한일을 방문하는 시기와 한․일이 정치․경제적으로 첨예한 갈등을 겪고 있는 이 시점에 영공을 침범했을까.

▲ 중․러 군용기 5대가 어제 독도 영공 및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을 침범하는 일이 있었다. 이에 우리 공군 전투기는 360여 발의 경고사격을 했고, 우리 정부는 중국과 러시아에 영공침범 행위에 대해 항의하고 재발방지를 촉구했다.<그래픽_황성환 뉴스워커 그래픽1담당>

◆ 중․러 군용기, 우리 영공 거리낌 없이 활보..이 상황에서도 독도 영유권 주장한 일본

23일 합동참모본부(이하 합참)의 설명에 따르면 중국 H-6 폭격기 2대가 오전 6시 44분쯤 이어도 북서쪽에서 KADIZ에 진입하여 KADIZ와 일본방공식별구역(JADIZ)을 자유자재로 넘나들었다. 이후 러시아 TU-95 폭격기 2대와 합류하여 KADIZ 재진입했다가 다시 벗어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곧바로 러시아 A-50 조기경보통제기 1대가 KADIZ와 독도 영공을 침범했고, 우리 공군 KA-16 전투기가 경고사격을 가하자 9시 37분에 영공을 이탈했다.

러시아 폭격기 2대는 오후 1시 이후에 또 KADIZ를 통과했다. 이때도 우리 공군은 F-15K와 KF-16 전투기 18대를 출격시켜 러 폭격기의 움직임을 감시하며 경고 통신을 보냈다.

이후 우리 정부는 중국과 러시아에 KADIZ 무단 침범 행위에 대해 항의하고 재발 방지를 촉구했다.

이에 중국은 “해당 지역은 한국 영공이 아니다”라며 책임을 회피했고, 러시아 국방부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처음으로 중국 공군과 장거리 연합 초계 비행을 한 것”이라면서 “임무 수행 과정에서 양국 공군기들은 관련 국제법 규정들을 철저히 준수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국 전투기가 러시아 항공기를 위협하는 위험한 작전을 수행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한편, 중․러 군용기가 KADIZ와 JADIZ을 넘나들 때 일본 정부도 항공자위대기를 긴급 발진했는데, 이 상황에서도 독도 영유권을 주장했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은 정례 브리핑에서 한국 군용기가 러시아 군용기에 경고사격을 한 것에 대해 “다케시마의 영유권에 대한 일본의 입장에 비춰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으며 극히 유감이라고 한국에 강하게 항의하고 재발 방지를 요구했다”고 말했다.

이에 우리 외교부는 “독도는 역사적․지리적․국제법적으로 명백한 우리의 고유영토로서 일 측의 주장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항의를 일축한 것으로 알려졌다.

◆ 美, 러 군용기 “한국 영공 고의 침범 가능성”

중․러 군용기의 독도 인근 한국 영공 침범과 관련해 미 국방부는 “한국과 일본 동맹국의 대응을 강력 지지한다”고 말했다. 데이브 이스트번 미 국방부 대변인은 “국방부는 한일동맹국들과 이번 사안에 대해 긴밀히 협력 중이며, 한․일이 외교 채널을 통해서 러시아와 중국 측 카운터파트너에 후속조치를 취함에 따라 그들의 행동을 지켜볼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미국 언론이나 전문가들은 볼턴 보좌관의 한․일 방문 시점과 절묘하게 맞아떨어진다는 점을 근거로 들어 중․러의 행태가 ‘고의적’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블룸버그 통신은 23일(현지시간) 보도를 통해 볼턴 보좌관이 일본․한국을 연쇄 방문해 한․미․일 안보협력을 논의하는 시점을 택해 러시아 군용기가 한국 영공을 의도적으로 침범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사실 중국과 러시아 군용기는 그간 KADIZ 침입을 빈번하게 해왔는데, 중․러가 연합으로 KADIZ와 JADIZ를 넘나들며 장거리 초계 비행 훈련을 한 것은 처음이다. 이수형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은 이를 두고 동해를 넘어 남중국해로까지 작전 반경을 넓히려는 목적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즉 중․러가 미국이 주도하는 인도․태평양 전략에 공동 대응하는 능력을 키우려 한다는 것이다. 이 연구위원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중․러는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에 맞서는 사실상의 동맹관계로 움직이고 있다”면서 “2014년 우크라이나 병합이후 미국과 유럽의 제재를 받고 있는 러시아는 남중국해, 무역, 기술 패권 문제로 미국과 대립하는 중국과 손을 잡았고, 2016년쯤부터는 두 나라의 군사적 협력 관계가 부쩍 강화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도 이 연구위원과 같은 견해를 가지면서도 한․일 갈등으로 인해 한․미․일 동맹마저 느슨해진 이 시점을 노린 것이라고 분석했다. 즉, “미국의 인도태평양전략에 대응해 중․러 양국이 협력을 강화하는 추세에 있었다”면서 “미국이 대이란 전선 구축에 주력하며 동북아에 관심을 두고 못하고 있고, 한․일 갈등은 격화됨에 따라 중․러가 이 시점에 동북아에서 공조를 강화하면서 미국을 견제하는 계기라고 판단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결론적으로 중․러 입장에서는 적절한 시기를 택해 합동훈련을 하면서 한국과 일본, 미국의 대응 태세를 가늠해보기 위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이렇게 중․러 군용기의 한반도 영공 이유들을 종합해봤을 때 한․일 갈등은 한반도 안보에도 치명적인 위험을 안겨 줄 수 있음을 명백하게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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