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 ‘혼란유발자’ 노릇만

11월부터 시행될 ‘전국호환교통카드’ 사업이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다. 대립하던 서울시와 정부가 기존 T머니 카드 사용을 3년간 유예하기로 합의한 것이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김관영 의원(민주당, 전북군산)은 “사실상 국토부의 항복 선언이다. 그러나 기존카드 수용은 또 다른 문제의 시작이며, 여전히 전국호환교통카드는 문제가 많은 사업”이라고 전했다.

김의원에 따르면 11월에 전국호환교통카드를 출시하는 사업자는 이비카드와 철도공사이다. 이 카드로 전국의 버스·지하철을 이용할 수 있지만, 충전인프라는 호환되지 않는다. 다시 말해 철도공사의 레일플러스 카드로 서울 지하철을 탈 수는 있어도, 역 내 티머니 충전소에서 충전은 불가능하다는 이야기이다. 결국 반쪽짜리 카드다.

이것뿐만이 아니다. 기존 카드를 소지한 수도권 시민은 버스와 지하철, 그리고 택시를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지만, 전국호환카드로는 택시요금 지불이 불가능하다. 택시도 이용 가능하다던 당초 홍보와는 다른 상황인데다 오히려 기존교통카드보다 사용 범위가 좁아지는 셈이다.

이와 관련하여 김의원은 “국토부가 기존 카드의 사용을 유예해주는 대신, 신규 발행은 전국호환카드로만 발행할 것을 요구했다”며 “기존 카드를 사용할 때 아무런 불편을 느끼지 못했던 소비자들이, 정부의 강제에 의해 당장 택시 결제도 할 수 없는 신규 카드를 구입하게 되는 굉장히 불합리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기존 카드 수용 문제도 불씨는 여전히 남아있다. 국토부와 서울시의 합의로 전국호환카드 연내 시행의 물꼬가 트였지만, 이번 타협은 단지 시행 시기를 맞추기 위한 미봉책일뿐 근본적인 문제는 여전히 미해결 상태이다.

김의원에 따르면 기존 카드를 철도나 고속도로에서 사용하기 위해서는 수억원의 인프라 개선비용이 필요한데다 아직까지 비용 산정과 부담자에 대한 이견이 있어 시행 시기를 담보할 수 없다.

김의원은 “시행일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도 국토부에게 어떤 카드를 언제부터 사용할 수 있는지 물어보면 돌아오는 것은 지금 협의중이라는 답변뿐”이라며 “100억 이상을 투입한 대형 사업을 추진하면서 소비자는 뒷전인 채 순전히 관중심적 사고로 문제를 접근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김의원은 “협상 과정에서 노출된 정부와 사업자, 그리고 관계기관의 입장 차이를 보니 소비자들이 엉뚱한 부메랑을 맞을까 걱정이 앞선다”며 “기술표준만을 노리며 성급히 추진할 경우 쓰지도 버리지도 못하는 기술이 될 수 있고 시장엔 혼란만 발생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전국호환교통카드 사업은 2007년부터 추진되어왔으며 전국의 철도, 도로, 지하철, 버스 등 모든 교통수단을 한 장의 카드로 사용하기 위한 목표 아래 현재까지 국비만 약 100억원 가량이 투입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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