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워커_시사의 窓] 한일경제전쟁...탈일본화의 국제 명분을 쌓아주는 일본
[뉴스워커_시사의 窓] 한일경제전쟁...탈일본화의 국제 명분을 쌓아주는 일본
  • 염정민 기자
  • 승인 2019.07.25 17: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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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성환 뉴스워커 그래픽 1담당

현지시각으로 지난 7월 24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WTO 이사회에서 한국과 일본은 경제보복 조치에 대해서 정면으로 충돌했다.

이번 이사회에서 특히 눈여겨 볼 점은 이사회에 한국 수석대표로 참석한 김승호 산업통상자원부 신통상질서전략실장이 일본 수석대표인 야마가미 신고 외무성 경제국장에게 이번 사안에 대하여 고위급 대화를 전격적으로 제안했다는 사실이다.

◆ 한국의 외교적 노력을 일본이 홀대할수록 국제적 명분 쌓기에 좋아

하지만 일본 대표는 예상대로 각국 대표들이 보는 앞에서 한국의 대화 제안을 거절함으로써 대화로 이 문제를 해결할 의지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한국 측으로서는 일본 대표가 대화 제안을 수락해도 협상을 이어가면 그만이고 대화 제안을 수락하지 않는다면 WTO 이사회 기록에 일본이 대화를 원하지 않는다는 기록이 남을 것이며 각국 대표들이 일본의 태도를 알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되었기에 손해 볼 것이 없는 전략이었다.

결국 일본 대표가 명시적으로 대화 제안을 거절하여 일본이 이번 사태를 외교적인 방법으로 풀 의사가 없다는 것을 WTO 이사회에서 공개적으로 천명한 것이기 때문에 향후 한국이 경제보복 조치에 대해 강경한 대응조치를 취해도 일본이 한국을 비난하기 어려운 명분을 쌓은 셈이 됐다.

또한 일본이 대화로 문제를 해결할 의지가 없다는 점을 적극적으로 홍보할 필요가 있는데 지난 7월 12일에 개최된 한일 과장급 회담에서 일본 정부가 한국 대표를 홀대한 점 등을 부각시킬 필요가 있다.

과장급 회담은 경제산업성 별관에서 개최되었는데 창고를 급히 개조했는지 사진 상으로만 봐도 한쪽에는 의자들이 쌓여있고 정리 안 된 전선이 노출되어 있는 등 회담에 대한 일본의 태도는 무례에 가까울 정도로 성의가 없었다.

또한 한국 대표단에 의하면 일본은 이번 조치가 협의의 대상이 아니며 회담은 그간의 경위를 설명하는 설명회라는 점을 분명히 밝혔기 때문에, 앞서 열린 과장급 회담에서도 일본은 경제보복 조치를 철회할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고 볼 수 있다.

게다가 고노 다로 외상은 남관표 주일대사를 초치한 자리에서 한국의 제안을 절대 수용할 수 없다면서 무례하다는 발언까지 남겨 오히려 고노 외상이 무례하다는 평가를 받기까지 했다.

이와 같은 일련의 사건들은 일본의 무례함을 여실히 보여주는 것이지만 동시에 대화로 해결하고자 하는 한국의 노력을 일본이 얼마나 적극적으로 배제하고 있는지 여실히 보여주고 있기 때문에 향후 한국이 다소 강경한 대응을 할 수 있는 명분이 쌓이고 있다고 볼 수 있다.

◆ 기업 맞춤형 지원과 개별기업의 요구사항에 빠른 대응할 수 있는 체제 구축 필요

일본의 경제보복 조치와 화이트리스트 제거 등 추가적인 조치에 대해서 외교적 노력을 통해 명분을 쌓고 문제 해결을 위한 노력이 지속되어야 하지만 피해를 볼 수 있는 기업들에 대한 실질적인 지원책 마련도 필요하다.

이와 관련하여 기업들이 사용했던 일본산 소재, 부품 등을 국산품, 일본을 제외한 외국산 제품으로 대체하도록 유도하기 위해서는 일본산 소재, 부품 등이 가졌던 가격 경쟁력을 인위적으로 떨어뜨릴 필요가 있다.

일본산 소재, 부품 등에 관세를 부가하는 방법은 일본의 보복 관세를 불러올 수 있다는 점에서 관세 감면 조치를 검토하는 방안이 기획재정부를 중심으로 논의되고 있는데, 품목별 관세 감면을 실시할 경우 일본산 소재, 부품에도 그 효과가 미칠 수 있기 때문에 일본산 제품에 관세 감면 효과가 미치지 않도록 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와 관련해서는 국회에서 관세법, 조세특례제한법 등의 관련 법 규정을 개정하여 탈일본화를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

또한 재원을 마련하여 일본산 소재, 부품을 다른 대체재로 대체하고자 하는 기업들에게 저리의 금융지원을 해주는 방안도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결국 일본의 경제보복 조치에 대해서 탈일본화 조치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예산의 확보가 절실한데 이와 관련한 논의가 국회에서 행해질 필요가 있다.

한편 정부는 기업들을 측면 지원하는 것에 집중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그 어떤 전문가도 개별 기업들이 일본산 소재, 부품을 대체할 수 있는지, 어떤 제품으로 대체하는 것이 좋은 지는 각 기업들보다 더욱 잘 파악할 수는 없기 때문에, 일반론에서 기업들의 탈일본화를 유도하는 것과는 별개로 디테일한 면에서는 기업들의 의사결정을 존중해줄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또한 탈일본화 대책을 추진하되 대책의 세부내용은 개별 기업들과 정부의 지원팀 등 최소한의 인원만 공유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정부가 구체적인 대책을 발표하여 국민들을 안심시키는 것이 결코 나쁜 조치라고는 볼 수 없지만 기업에 행해지는 지원이 구체적으로 공개될 경우 그에 대한 일본 정부의 방해 조치가 나올 수 있으므로 개별적인 지원 내용은 최소한의 인원들만 공유함으로써 방해 조치가 발동되는 것을 미연에 방지해야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한편 현재 일본 정부의 화이트리스트 제거 조치가 현실화될 가능성이 적지 않아 초기에는 정부 지원을 필요로 하는 기업들의 수가 방대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

그러나 이번 사태를 한꺼번에 해결하려는 조급함을 버리고 미리 작성된 리스트에 따라 우선  순위를 정하여 점진적으로 일본에 대한 의존도를 낮춰간다면 이번 사태를 전화위복의 기회로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최근 한국 기업들 스스로 EUV용 포토레지스트를 국산화하려는 시도, 미국 등 다른 나라의 업체와 개발 협력을 강화하려는 시도, 불화수소를 국산제품으로 대체하려고 시도하는 소식이 들려오고 있는데 정부는 기업들이 쏟는 노력의 효과가 배가될 수 있도록 이와 같은 움직임을 적극 지원하는데 역량을 집중할 필요가 있다.

이와 관련하여 고용노동부는 주 52시간 근무제의 특례를 확대 적용할 예정이며 환경부는 경제보복 조치와 관련한 화학물질 인허가 기간을 단축하기로 하는 등 탈일본화 하려는 한국 기업들의 지원을 위해 범정부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한편 일본의 추가 경제보복 조치가 실행될 경우 파급력이 상당할 것으로 전망되므로 현재 시점에서 적극적인 지원이 행해지는 것과는 별개로 개별기업들의 요구사항을 실시간으로 파악하여 빠른 시간 안에 지원책을 결정할 수 있는 체제를 미리 구축해야 할 필요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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