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워커_국제정세] 미․중 무역 전쟁, 이제는 WTO다. 한국에 타격 있나?
[뉴스워커_국제정세] 미․중 무역 전쟁, 이제는 WTO다. 한국에 타격 있나?
  • 박경희 기자
  • 승인 2019.07.29 15: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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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중 무역전쟁이 WTO로 확대되는 모양새를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그래픽_황성환 뉴스워커 그래픽 1담당>

[뉴스워커_국제정세] 미중 무역전쟁이 이제는 WTO(세계무역기구)로 확대되는 분위기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 등 일부국가가 WTO에서 개발도상국 지위로 부당한 특혜를 받고 있다며 개발도상국 지위 개혁을 본격적으로 요구하고 나섰다. 이는 미국과 무역전쟁을 치르고 있는 중국을 정조준한 것이라는 분석이지만 WTO 개도국 부당사례로 한국도 언급하고 있어서 일본과의 경제 전쟁이 이어 또 다른 통상압박을 받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 트럼프 , WTO 체제 흔들어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6일(이하 현지시각) 트위터를 통해 무역대표부(USTR)에 WTO 개도국 지위 규정의 개혁을 지시했다고 밝혔다. 그는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나라들이 WTO 규칙을 피하고 특혜를 받기 위해 개도국이라고 주장하면서 WTO가 망가졌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표적인 국가로 중국을 지목했으며, “중국이 입은 특혜로 미국을 희생시켰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시한 문서에는 중국뿐만 아니라 구매력 평가 기준 1인당 국내총생산 10위 중 브루나이, 홍콩, 쿠웨이트, 마카오, 카타르, 싱가포르, 아랍에미리트(UAE) 등 7개국이 개도국이라고 주장하고 있고, 주요 20개국(G20) 회원국이면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인 한국, 멕시코, 터키도 개도국이라고 주장한다고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올 2월 WTO 이사회에서 자국선언 방식의 개도국 지위 결정에 문제를 제기했다. WTO 체제에서는 개별국가가 자국을 개도국이라고 선언하면 개도국 지위를 인정받는데, 개도국으로 분류되면 협약 이행에서도 더 많은 시간이 부여되고 각종 규제도 느슨하게 적용받을 수 있다.

미국은 이러한 개도국 우대 축소를 골자로 하는 개혁안을 제출하면서 OECE 회원국이나 회원 가입 절차를 밟고 있는 국가, G20 국가, 세계은행이 분류한 고소득 국가(2017년 기준 1인당 국민총소득 1만2056달러 이상), 세계 무역량의 0.5% 이상을 차지하는 국가 등은 개도국에서 제외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리고는 WTO 체제를 개편하지 않으면 미국은 불공정한 WTO에서 탈퇴할 수 있다며 엄포를 놓았으며, 동시에 WTO 상소기구 위원(재판관) 지명에도 제동을 걸었다.

상소기구는 WTO에 제소된 분쟁사건을 1차로 심리하고 판결하는 패널 사안에 대한 상소를 담당한다. 모두 7명으로 구성되고 최소 3명이 있어야 결정을 내릴 수 있는데, 현재 4명이 공석이다. 이중 2명은 오는 12월 10일에 임기가 끝난다. 이때까지도 트럼프 대통령이 지명을 거부하면 상소기구는 1인 체제로 남기 때문에 그 기능을 상실하게 된다. 결국 WTO는 설립이후 최대 위기에 처하게 됐다.

◆ WTO에 개도국 개혁 압박, 중국과의 무역전쟁 카드인가?

사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016년 대선 과정에서도 “WTO는 재앙”이라면서 불만을 터뜨린 바 있다. 또한 2001년 중국의 WTO 가입 이후 WTO가 중국의 불공정 무역 관행을 제어하는 데 비효율적이었다고 판단하고 있다. 여기에 미국이 WTO 분쟁 해결 절차를 통해 미국이 피소돼 미국의 국내법이 수정 또는 철폐돼야 하는 상황이 자주 발생하자, 다자무역체제에 대한 미국의 불만은 계속 쌓여 왔다.

그래서 WTO 체제 개편을 요구해왔던 것인데, 이번에 개도국 지위 개혁을 본격 압박하기 시작한 이유는 오는 30~31일 재개되는 미중 무역협상을 의식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간 중국과의 무역전쟁에서 관세카드를 쥐고 중국을 협박해 왔다. 그런데 지난 16일 WTO가 반덤핑 상계관세 부과 관련 소송에서 중국의 손을 들어주면서 미국이 불공정 무역의 당사자로 전락하게 됐고, 중국은 이를 무역전쟁 반전 카드로 활용할 태세를 취하고 있기 때문이다.

USTR은 2007~2012년 자체 조사를 거쳐 중국이 국유기업을 통해 낮은 가격에 부품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중국 기업에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중국에 반덤핑 상계관세를 부과해왔었다. 이에 중국은 버락 오바마 행정부 시절인 2012년 WTO에 미국이 중국산 태양광 제품, 종이, 철광 등 22개 품목에 반덤핑․반조보금 상계관세를 부당하게 부과해 총 73억 달러(8조6000억 원)에 이르는 피해를 봤다며 소송을 제기했고, WTO는 분쟁 7년 만에 미국이 잘못된 결정을 했다고 지난 16일 판결했다.

그러자 미국은 이번 판결에 강한 불만을 제기하면서 다시한번 WTO 체제 개편을 요구하게 됐고, WTO가 90일 이내로 이 문제와 관련해 실질적인 진전을 이뤄내지 못할 경우 미국 독자적으로 이들 국가에 대한 개도국 대우를 중단하겠다고 선언했다.

◆ 한국에 타격 있나?

트럼프의 개도국 개혁 압박은 중국을 겨냥한 것이라는 분석이지만, 개혁 대상에 한국이 포함돼 있어 타격을 입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그 중 농산물에 대한 타격을 우려하고 있다. 한국은 이미 공산품과 서비스 분야에서는 개도국 지위를 주장하고 있지 않지만 농업 분야에서만 지위를 인정받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쌀 관련 16개 제품을 특별품목으로 지정해 수입쌀에 관세 513%를 부과하고 있으며, 변동직불금 지급 등 농업 보조금도 지난해 최대한도인 1조4,900억 원을 지원했다. 그런데 개도국 지위를 포기하고 선진국이 되면 이런 혜택에 사라져 관세를 154%까지 낮춰야 하며, 농업보조금도 상한액이 8195억 원까지이다.

물론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미국이 한국의 개도국 대우를 인정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당장 쌀 관세율을 낮추는 등의 조치를 해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개도국 유지 여부를 떠나 앞으로 미국의 양자․다자 간 협상에서 통상압박을 해올 가능성이 있다며 이에 미리 대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렇게 한국은 지금 통상 분야에서 한일과의 경제 분쟁을 비롯하여 미중 무역전쟁에서 오는 타격까지 막아내야 하는 힘겨운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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