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워커_한일경제전쟁] 일본이 한국을 백색국가에서 제외할 가능성이 커지면서 우리 측에서는 대응 카드로 한일 군사정보호호협정(GSOMIA․지소미아)을 활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지소미아는 한․미․일 안보협력체제의 연결고리이기 때문에 신중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한편, 한․일 외교장관은 내일(1일) 태국 방콕에서 막판 담판이 추진될 예정이다. 그러나 일본이 백색국가 제외에 대해 강경한 태도를 보이고 있어 접점을 찾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우리 정부는 일본의 백색국가 제외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종합대책을 마련하고 있고, 여야 5당은 초당적 기구인 ‘민관정협의회’를 지난 29일 출범시키고 오늘(31일) 첫 회의를 열게 된다.

▲ 일본이 한국을 백색국가에서 제외할 가능성이 커지면서 우리 측에서는 대응 카드로 한일 군사정보호호협정(GSOMIA․지소미아)을 활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그래픽_황성환 뉴스워커 그래픽 1담당>

◆ 지소미아 파기, 한․일 담판 카드로 활용할 듯

일본이 수출심사를 면제해주는 국가 명단, 즉 백색국가에서 한국을 제외할 것인지 최종결정하는 날짜가 이틀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우리 정부도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일각에서는 우리도 일본에 경제보복으로 맞대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지만 이렇게 되면 국내 기업도 피해가 커지는데다가 한국에 대한 국제여론도 악화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이다. 문병기 한국무역협회 수석연구원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우리 입장에서는 (경제보복은) 상응 조치지만 결국 한․일이 서로 치고 받는다는 인상을 남길 것”이라면서 “맞대응은 곧 사태 장기화를 뜻하기 때문에 경제적 피해도 크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정치권에서는 지소미아 카드를 활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그렇다면 지소미아가 일본에 대응할 카드로 떠오른 이유는 무엇일까. 지소미아는 동맹이나 친한 나라가 제3국에 정보를 유출하지 않고 군사 비밀 정보를 공유하기 위한 협정이다. 지난 2011년 일본이 한․일 군사협력을 강화하자는 발언을 먼저 했고, 2015년엔 일본이 지소미아 체결을 요청해 2016년 11월 체결됐다. 사실 지소미아는 미국 주도로 만든 한․미․일 안보협력시스템이라고 볼 수 있는데, 일본이 적극 나섰던 것은 북한의 핵과 미사일 정보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지소미아의 유효 기간은 1년으로 자동갱신 되며, 기한 만료 90일 전인 8월 24일 어느 쪽이라도 협정 종료 의사를 통보하면 종료된다.

이렇게 지소미아는 일본의 요청으로 체결된 군사협정이기 때문에, 일본의 경제보복에 대한 맞대응 카드로 활용하자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이다. 지소미아 파기 입장을 내고 있는 국회의원은 더불어민주당 일본경제침략대책특별위원회 최재성 의원(위원장)으로 “일본이 화이트리스트에서 한국을 제외하면 지소미아 파기를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심재권 민주당 의원은 “한국을 믿지 못하는 상대와 군사 정보를 공유하는 협정을 유지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반면 이해찬 민주당 대표나 문희상 국회의장은 신중론을 제기하고 있어 파기론과 맞서고 있는 분위기다.

그런데 일본은 안보를 이유로 경제보복을 한다면서 군사협력은 유지할 뜻을 비쳤다. 스가 요시히데 일본 관방장관은 29일 정례 브리핑에서 “2016년 체결 이후 매년 자동 연장돼 왔다”면서 “한일 관계가 어려운 상황이지만 협력해야 할 과제는 협력해 나가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일본의 이러한 이율배반적인 태도 때문에 파기론을 주장하는 쪽은 양국의 신뢰가 깨진 상태에서는 안보와 관련된 협정도 유지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신중론 쪽은 지소미아를 파기할 경우 일본은 미국과의 동맹 관계를 더욱 공고히 할 것이고, 그렇게 되면 한국의 외교적 고립이 심화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우리 정부는 지금으로서는 협정 유지 입장이지만 상황에 따라 검토할 수 있다고 밝혔다. 즉, 지소미아 파기 문제는 일본의 백색국가 제외 결정 전까지 정부의 협상력을 높이는 카드로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지소미아를 카드로 활용할 수 있는 기회는 내일(1일) 태국 방콕에서 있을 한․일, 한․미․일 외교장관 회담 자리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어제 국회에 출석해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이 열리는 방콕에서 미국 국무장관, 일본 외무상과의 회담 가능성이 크다고 말한 바 있다. 만약 ARF 외교장관회의에서 양국이 접점을 마련할 경우 극단적인 상황은 피할 수 있다는 전망도 있지만, 일본이 우리가 기대하는 백색국가 배제 방침을 철회할 가능성은 그리 크지 않다는 게 외교부 시각이다.

◆ 정부, 일본의 백색국가 제외 대응 종합대책 곧 발표할 듯

따라서 우리 정부는 일본의 백색국가 제외에 대응하기 위한 중․단기, 장기 대책 마련에 나섰다. 우선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19일 반도체, 디스플레이, 조선업계를 대상으로 수출규제 설명회를 개최한 것으로 시작으로 다음 달 9일까지 일본이 타깃으로 하는 분야를 중심으로 설명회를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또 단기적 대책으로 주요 품목의 수급 대응에 필요한 정보를 기업에 제때 제공하고 국내 생산 확대, 조기 국산화 등을 위한 애로사항을 신속하게 해결할 방침이며, 중장기적으로는 핵심 품목의 국산화는 물론 수입 다변화 등을 통해 해당 산업의 체질을 근본적으로 개선해 나갈 계획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반도체 등 부품 소재 장비 경쟁력 강화를 위한 종합 대책’도 마련하고 있으며, 이에 대한 발표 시기는 일본의 결정 직후가 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지난 18일 문재인 대통령과 여야 5당 대표가 청와대에서 회동한 자리에서 합의한 대로 ‘민관정협의회’를 지난 29일 발족시키고, 오늘(31일) 첫 회의를 열기로 했으며, 기업들도 시나리오별 대책을 마련하고 매일 현황을 점검하는 등 비상체제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게 향후 한일 관계를 결정지을 운명의 날이 다가오면서 정․재계가 모두 비상사태다.

저작권자 © 뉴스워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