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래픽_황성환 뉴스워커 그래픽 1담당

[뉴스워커_김영욱 시사컬럼니스트] 한국과 미국은 지난 1961년부터 2018년까지 이른바 ‘독수리 훈련’(Foal Eagle)이라는 연합훈련을 실시했다.

국방백서와 시사상식사전등에 따르면 적군의 후방지역 침투에 대비해 실시한 연례 야외기동훈련이다. 한미 군 당국이 2019년부터 독수리 훈련을 실시하지 않기로 결정하면서, 이 훈련은 48년 만에 폐지됐다.  

특히 팀스피리트 훈련은 1975년 베트남 공산화 이후 급변하는 주변 정세와 북한의 도발 위협 고조에 따라 한·미 안보협력체제를 공고히해 전쟁을 억제하고 국민에게 국가안보에 대한 신뢰감을 주기 위하여 1976년 6월에 처음 실시됐다.

2008년부터 연습명칭을 ‘키리졸브’·‘독수리연습’으로 개칭하여 오늘에 이르고 있는데 어제 실시된 한미 연합지휘소훈련도 이 일환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 한미훈련은 ‘터무니없다’고 말하는 등 ‘동맹보다 북한 편’을 들고 나서 논란이 일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10일 뉴욕과 뉴저지로 여름휴가를 떠나기에 앞서 백악관 사우스론(남쪽 뜰)에서 취재진을 만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서 전날 친서를 받았다면서 “매우 아름다운 편지였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연합 군사훈련에 대해 “터무니없고 돈이 많이 든다(ridiculous and expensive)”며 원색적인 표현으로 노골적인 불만을 표시했다.

지난 6월말 판문점 회동 이후 북한의 5차 미사일 발사가 이뤄진 지 15시간여만인 이날 오전 트윗에서 김 위원장이 자신에게 보낸 친서에서 한미연합 군사훈련이 종료되는 대로 협상 재개를 희망한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공개하는 과정에서 나온 언급이다.

한미연합훈련에 대한 반발을 잇따른 미사일 발사의 명분으로 삼아온 김 위원장 달래기 차원이 있어 보이나 이에 더해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상을 앞두고 있는 시점에서 분담금을 대폭 늘리려고 압박하려는 ‘이중포석’도 깔린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마크 에스퍼 미 국방부 장관의 방한을 앞둔 지난 7일 방위비 분담금과 관련, ‘한국이 훨씬 더 많이 내기로 합의했다’고 기정사실화 한 바 있어 그 의중을 어느 정도 가늠할 수 있다.

특히 이날 발언은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의 잇따른 미사일 발사에 대해서는 ‘관대한’ 입장을 보인 반면, 정작 동맹인 한국에는 속셈을 보였다는 점에서 놀랍다.

워싱턴포스트(WP)는 ‘트럼프, 그 자신의 군과 동맹에 맞서 또다시 북한 편을 든 듯 보인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그는(트럼프 대통령은) 한국과의 연합 군사훈련에 대한 반대 입장을 재차 강조하는 과정에서 북한 독재자 김정은의 편을 드는 것처럼 보였다”고 보도했다.

뉴욕타임스(NYT)도 “트럼프 대통령 역시 70년 된 한미 동맹의 린치핀 역할을 해온 한미연합훈련을 공개적으로 비판하고 심지어 조롱해왔다는 것”이라고 보도했다.

또 북한도 11일 외무성 미국 담당 국장 명의로 담화를 내어 거친 말로 남한을 험담한 것은 매우 유감이다. 담화는 “청와대의 작태는 최근 북한 미사일 때문에  겁먹은 개가 짖는 것” 막말을 해됐다.

권정근 국장은 담화에서 “군사연습을 아예 걷어치우든지, 군사연습을 한 데 대하여 하다못해 그럴싸한 변명이나 해명이라도 성의껏 하기 전에는 북남 사이의 접촉 자체가 어렵다는 것을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전했다.

특히 “앞으로 대화에로 향한 좋은 기류가 생겨 우리가 대화에 나간다고 해도 철저히 이러한 대화는 조·미(북·미) 사이에 열리는 것이지 북남 대화는 아니라는 것을 똑바로 알아두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긴급 관계장관회의’를 소집한 것에 대해 “복닥소동을 피워댔다”고 하고 “새벽잠까지 설쳐대며 하는 꼴이 가관” “도적이 도적이야 하는 뻔뻔스러운 행태”라는 등의 망발을 늘어놓았는데, 최소한의 신뢰마저 의심케 하는 고약한 언사다.

어제 시작된 한미 연합지휘소훈련을 계기로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 방위비 분담금의 대폭 인상을 노릴 수 있고, 김 위원장은 한국을 배제하고 미국과 직접 소통하는 ‘통미봉남’(通美封南) 구도를 고착화하겠다는 의도라고 할 수 있다.

자칫 한국 배제를 통해 양측이 ‘윈윈’하는 구도가 만들어질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나온다.

남북 정상은 최근 1년 반 사이에 4차례나 만나 화해와 평화를 진지하게 논의한 사이다. 아무리 미국과 직접 대화로 북한의 국제적 위상을 높이겠다는 의도가 있더라도 기본적인 예의와 품위는 지켜야 한다.

남북은 한민족이자 동방예의지국의 후손이 아닌가 말이다. 트럼프와 김정은의 ‘꼼수’가 놀랍다.

저작권자 © 뉴스워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