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워커_국제정세] 불과 물의 싸움인가 한․일 경제전쟁 ‘좁혀지지 않는 양국’

[뉴스워커_국제정세] 한일 관계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예측됐던 문재인 대통령의 광복절 메시지는 ‘대화와 협력’이었다. 그러나 일본은 여전히 강제징용 문제의 시정 조치가 우선돼야 한다면서 강경한 자세를 보이고 있어 한․일간의 경제 전쟁은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 일본에 ‘대화와 협력’ 메시지 보낸 문 대통령, 지소미아는 재연장에 무게

▲ 한일 관계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예측됐던 문재인 대통령의 광복절 메시지는 ‘대화와 협력’이었다. 그러나 일본은 여전히 강제징용 문제의 시정 조치가 우선돼야 한다면서 강경한 자세를 보이고 있어 한․일간의 경제 전쟁은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황성환 뉴스워커 그래픽 1담당>

한․일 경제 전쟁이 벌어지고 있는 가운데, 문 대통령의 광복절 축사 메시지에 촉각이 모아졌었다. 문 대통령의 일본에 대한 발언 강도에 따라 향후 한․일 관계의 방향성이 정해질 것이라고 예상했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발언 수위를 조절하여 일본에 대한 날선 비판보다는 ‘경제 자강’을 강조하고 일본에 대해서는 대화와 협력의 뜻을 전했다.

즉 책임있는 경제강국, 대륙과 해양을 아우르는 교량국가, 평화와 번영을 이루는 평화경제 구축 등으로 대표되는 ‘경제 자강’을 강조한 것이다. 문 대통령은 “우리 경제구조를 포용과 상생의 생태계로 변화시키겠다”며 “대․중․소 기업과 노사의 상생 협력으로 소재․부품․장비 산업의 경쟁력 강화에 힘을 쏟겠다”고 밝혔다. 또한 “과학자와 기술자의 도전을 응원하고, 실패를 존중하며 누구도 흔들 수 없는 경제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그리고 일본에 대해서는 “지금이라도 일본이 대화와 협력의 길로 나온다면 우리는 기꺼이 손을 잡을 것”이라면서 일본과의 대화의 문이 열려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렇게 문 대통령의 일본에 대한 메시지에 따라 오는 24일로 다가온 지소미아(GISOMIA․한일군사비밀정보보호협정) 재연장과 관련해서는 폐기보다는 연장 쪽에 무게를 둔 것이 아니냐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정부 내에서는 지소미아가 한․일 간의 관계가 얽혀 있는 문제이기도 하지만 한․미, 한․미․일 안보 공조 등과도 맞물려 있는 만큼 일단은 1년 더 연장한 뒤 한․일 관계가 더욱 악화하면 실질적인 정보 교류를 잠정 중단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여전히 강경자세 보인 일본

문 대통령이 일본에 대화와 협력을 강조하는 유화 메시지를 보냈음에도 불구하고 일본의 태도는 여전히 강경하다. 고노 다로 일본 외무상은 “태평양 전쟁 중에 있었던 강제징용 문제의 시정 조치가 우선돼야 한다”면서 “문 대통령은 지도력을 발휘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국제법 위반을 해결하라”고 촉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노 다로 외무상의 발언을 비춰보자면 일본의 경제보복은 강제징용 배상 판결 문제를 빌미로 삼은 것이 명백하다. 그럼에도 일본 정부는 한국에 대해 수출관리(수출규제)를 강화한 조치가 강제징용 소송과 관련한 대항 조치가 아니라는 내용의 답변서를 15일 각의를 통해 결정했다. 각의 직후 세코 히로시게 경제산업상은 기자들의 한일 양국 간 수출 규제 문제에 대한 협의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협의에 나설 생각이 전혀 없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과 협의해서 뭔가를 결정하거나 내용을 바꾸거나 할 성질이 아니다”면서 어디까지나 일본 정부 내 조치임을 강조했다. 세코 경산성의 이러한 발언은 일본 총리관저의 입장을 대변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다.

즉, 강제징용 배상 판결을 빌미로 한국에 경제 보복을 가하고, 강경한 자세를 취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아베 신조 총리의 입장이라는 것이다. 미국 전문가들도 일본의 대(對) 한국 수출 규제 조치는 아베 신조 총리의 정치적 포석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지적을 하고 있다. 정치컨설팅 업체 유라시아그룹의 스콧 시맨 아시아연구실장은 14일(현지시간) 열린 ‘한일 무역전쟁의 과제’라는 세미나에서 “이번 사태는 ‘아베노믹스’에 대한 일본인들의 부정적인 시선을 외교적 이슈로 분석하려는 포석”이라고 분석한 것이다.

◆ 日, 10월 이후에 수출 규제 완화할 가능성 있어

아베가 정치적 이유로 수출 규제라는 자충수를 두면서 일본 경제는 위기에 빠져들고 있다. 실제로 ‘일본 경제 10월 위기설’이 제기되고 있다. 안소은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16일 보고서에서 “글로벌 무역분쟁에 더해 10월 소비세 인상을 앞두고 있는 일본에서 10월 위기설이 거론되고 있다”면서 “일본 수출은 교역 불안으로 이미 감소하고 있고 그 공백을 내수가 메우고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오는 10월 소비세가 8%에서 10%로 인상되면 경기 둔화 가능성도 커지기 때문에 일본 당국의 경기 대응 필요성이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따라서 일본은 10월 이후에 수출 개선을 위해 한국 수출 허가를 완화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 우리 기업들, 반도체 소재 연내 생산 목표로 국산화 박차

일본 경제의 10월 위기설이 나도는 가운데 우리나라에서는 일본의 수출 규제 품목인 반도체 소재 국산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국내 한 중소기업이 일본에서 전량 수입했던 디스플레이 제조 소재 폴리이미드 도료를 국산화 하는 데 성공했다는 소식도 있다. 충남에 소재하고 있는 이 업체는 최근 도료 개발을 마치고 해외 업체와 단가 협상을 진행 중이며 일부 전자 대기업과도 공급 논의를 위해 접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외에도 SKC와 코오롱인터스트리에서 연내 생산을 목표로 폴리이미드 생산 막바지 작업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기체 불화수소의 경우 솔브레인과 SK머티리얼즈가 생산에 박차를 가하고 있으며, 솔브레인의 경우 다음 달 제2공장 증설을 마치면 연내에 일본산을 대체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이렇게 기업들이 자구책을 마련하며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이번 기회에 한국 산업 현주소를 점검하고 각종 경제정책, 규제를 대수술해 한국 경제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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