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베르너 페니히 교수, 김대중 대통령 서거10주기 기념 학술대회에서 밝혀

“세계는 이미 김대중을 20세기의 거인으로 평가했다. 그러나 아쉽게도 한국에서는 지역주의 및 남북대립으로 인해 그에 대한 정당한 평가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베르너 페니히 교수(베를린 자유대학 명예교수)는 8월 16일 아시아문화전당 국제홀에서 열린 김대중 대통령 서거 10주기 기념 학술행사에서 <세계 지도자로서의 김대중: 시대를 앞서간 정치인>이라는 기조 발표에서 이같이 밝혔다. 

▲ 김대중 학술대회 포스터

베르너 페니히 교수는 이날 김대중 대통령을 빌리 브란트(Willy brandt) 전 서독 총리와 또 넬슨 만델라(Nelson Mandela) 전 남아공 대통령과 직접 비교하기도 했다. 김대중을 포함한 이들은 모두 현실적인 선지자(realist visionaries), 선견지명을 갖춘 현실주의자(visionary realists)였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그는 “세 사람 모두 놀라운 카리스마를 가진, 영웅이었다”고도 강조했다.

빌리 브란트 독일 총리는 동방정책을 펼쳐 동서독 화해정책을 이끌고, 통일 독일의 토대를 쌓은 지도자이고, 넬슨 만델라 대통령은 화해협력정책으로 많은 이로부터 존경을 받은 세계적인 지도자이다.

페니히 교수는 또 올브라이트 전 미국 국무부장관이 ‘대통령이 된 김대중을 만났을 때 그에게서 민주화 운동가 출신 바츨라프 하벨 대통령과 넬슨 만델라와 닮은 점을 보았다’고 했던 발언을 소개하고 “민주주의와 인권 존중이 아시아의 가치와 양립 할 수 있다는 것을 김대중보다 더 신뢰성 있게 입증할 수 있는 인물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역대 한국 대통령들은 북한과의 화해에 대해 말만 앞세웠지만, 김대중은 평화공존에 대한 의지가 확고했다는 것을 그는 강조한 것이다.

이날 학술행사에서 최영태 전남대 교수는 <사상가 김대중>이라는 발제에서 “김대중의 삶은 곧 한국 현대사 그 자체였다”고 소개하고 “역사의식이 뛰어난 김대중은 해방 후 한국 사회 앞에 놓인 세 가지 과제인 ‘남북분단 극복과 평화’ ‘민주주의 제도의 정착과 공고화’ ‘경제발전과 복지국가 건설’에 집중적인 관심과 또 많은 기여를 했다”고 밝혔다. 

최 교수는 또 “위대한 인물은 반드시 다수 대중의 지지를 전제로 한다”고 말하고 “김대중의 정치여정에서 전국의 민주평화세력과 호남인들의 지지는 결국 ‘자유와 민주주의’ ‘평화’ ‘지역균형발전’ ‘정의’ 편에서 뜻을 같이 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주장했다. 

▲ 김대중 학술대회

박명림 연세대 교수는 <김대중 리더십, 국가운영, 국가발전: 연합과 통합의 정치를 중심으로>라는 발제에서 “타협은 정치소생과 부활의 요체”라고 밝히고 “김대중은 정치연합을 통해 정권교체에 성공했고, 그를 통해 통합적 리더십을 발휘하여 민주주의 발전, 국가 위기극복, 국민통합, 사회적 대타협, 남북화해를 추구하여 상당 부분을 성취하였다”고 주장했다. 

그는 “김대중 집권 시기 동안의 △외환위기 극복을 위한 전국적인 금 모으기 운동 △남북정상회담에 대한 국민 모두의 열렬한 지지 △2002년 한일 월드컵 당시의 열광적 응원이 있었다”고 덧붙였다.  

박 교수는 “한국은 정치연합이 거의 불가능한 승자독식의 헌법구조를 갖고 있다”고 지적하고 “시민의 의사가 비례적으로 반영되는 의회책임제와 반대통령제의 방향으로 변화되지 않으면 안 된다. 김대중 시대의 연합정치와 타협의 경험을 복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문정인 교수는 <남북관계와 향후 전망>이라는 특강에서 ‘김대중 대통령이 과거 제안한 △남북관계 3대 원칙 △3단계 통일방안 △4대국 보장론’을 소개한데 이어 박지원 국회의원과의 <햇볕정책 및 남북관계>라는 주제는 놓고 대담했다. 대담 사회는 조선대 기광서 교수가 맡았다. 

한편 이날 행사에 이어 오는 17일 저녁 7시 김대중컨벤션센터 1층 다목적홀에서 광주시립교향악단(김홍재 상임지휘자)의 공연과 남진, 오정해, 송소희, 정용주, 김선희, 김미옥 등 유명 음악인이 함께하는 헌정 음악회가 열린다. 

또 18일 3시 30분부터 김대중컨벤션센터 1층 다목적홀에서 ‘추모식’과 ‘황석영 소설가의 특별강연’이 있을 예정이다. 

저작권자 © 뉴스워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