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회비용만 수억 “재개발총회비용 이대론 안 된다”

호텔 3~4시간 대여에 2100만원
버스대절에 홍보요원 수십 명까지
직접참석 과반수가 몰고 온 화근

정부가 지난 2006년 8월 고시한 '정비사업시공자선정기준'에 따르면 시공사선정시 조합원 과반수가 직접참석해야 총회를 개최할 수 있도록 했다. 이 때문에 현장에서는 부족한 조합원 수를 채우기 위해 버스를 대절하는 등 불필요한 비용을 지출하게 돼 문제가 되고 있다. 위 문서는 수원의 한 재개발조합의 시공사선정 때 사용한 비용청구 내역서로 하단 합계에 9억5000여 만원의 비용을 사용한 것으로 되어 있다.
재건축·재개발사업에서는 중요한 안건을 처리하기 위해 주민 또는 조합원 총회를 개최해야 한다. 재건축·재개발사업에서 반드시 거쳐야만 하는 총회는 추진위원회부터 해산·청산까지 무려 10차례를 정기적으로 거쳐야 하며, 그 밖에 임시총회까지 합치면 20~30여 차례의 총회가 개최된다. 그런데 문제는 개최될 때마다 상상 그 이상의 비용이 소요된다는 점이다.

한 번의 총회를 개최하는데 있어 최소 몇 천만 원에서 몇 십억 원의 비용이 소요되니 총회를 과연 열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 숱한 고민이 이어진다.

조합을 설립하고 난 후에는 꼭 필요한 비용분담에 관한 사항 등이 아닌 경우 대의원회에 위임하는 경우가 많다. 조합원 10분의 1이상으로 구성되는 대의원회가 총회에서 의견을 물어야 할 안건들에 대해 이곳에서 갈음하는 것이다. 하지만 최근 정부는 대의원회에 대한 권한을 축소한다는 내용의 제도를 마련 중이고, 또 대의원회 갈음으로 인한 파행 또한 빈번히 발생해 이로 인한 조합원간의 분열·갈등을 낳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실제 경기도 수원의 한 재개발사업구역에서는 시공사선정 총회가 3차례나 치러졌다. 첫 번째 총회에서는 성원부족으로 무산됐고, 두 번째 총회 역시 무산, 마지막 세 번째 총회에서 시공사가 선정됐다. 이 때 쓰인 전체 총회비용이 1차에서 8억6000여만 원, 3차에서 13억 2000만원이 소요됐다.
낡은 집하나 가진 조합원으로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금액이다. 그런데도 실제 이런 현상이 비일비재하다.

최근 안양의 한 재개발지구 창립총회에서는 민방위교육장을 빌리는데 소요된 비용이 500여만 원이다. 3~4시간 잠깐 빌리는 것 치고 과다한 비용이 책정됐다.

수원의 A구역 또한 호텔을 빌리는데 2100여만 원이 소요됐다. 호텔은 식사를 하면 대관료는 무료인 것이 통상이지만 식사를 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이렇게 과다한 비용이 소요됐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렵다.

실제 수원 A구역의 총회 내역서를 보면 정기총회에 1억5700여만 원, 시공사선정 총회에 9억5500여만 원이 소요된 것으로 나타났다.

리웍스리포트가 입수한 임시총회 내역서에 따르면 팀장 일급이 17만원에 680만원, T/M(텔레마케팅)사원 7명이 2200여만 원, 홍보요원 일급 17만원에 6억1149여만 원, 픽업조가 6640만원, 대관료 2110만원, 접수요원 42명분이 630만원, 픽업버스운행료 20만원씩 20대 400만원, 임차비(?) 1860만원, 알바요원 1800만원, 기타 활동비 및 복리후생비 등으로 6000여만 원 소요됐다. 총 소요된 비용이 9억5563만원이다. 시공사선정총회 한번에 10억의 비용이 소요된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렵다.

◇무엇 때문에 이렇게 많은 비용이 드는가!
수원 A구역의 정기총회를 개최비용을 보면 총 소요비용이 1억5700여만 원이다. 시공사선정총회는 이 비용이 무려 6~7배나 더 소요되고 있다. 정기총회 한번에 1억5000만원이 드는 것도 이해하기 어렵지만 업체를 선정하는데 10억이 든다는 것은 더욱 이해할 수 없는 금액이라 할 수 있다.

그럼, 무엇이 이렇게 많은 비용을 초례하게 만드는가. 우선 컨설팅업체의 과다책정 비용이 논란이 될 수 있다. 업체다보니 이윤을 남기기 위해 금액을 일부 부풀려 청구하는 것은 있을 수 있는 일이다. 하지만 같은 총회에 왜 이렇게 과다한 금액이 드는 걸까.

문제는 홍보에 있으며, 조합원을 참석시키기 위한 무리수를 두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한 재건축 전문가는 “시공사선정 총회의 경우 조합원 직접참석이 50% 이상 되어야 총회성원이 이뤄진다”며 “이 때문에 무리를 해서라도 차량이나 기타 운행 장비 등을 동원해 가가호호 방문해 조합원을 총회에 참석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이 전문가는 또한 “가가호호 참석시키려다 보면 많은 홍보요원이 필요하게 되고, 그 비용이 고스란히 조합에게 전가돼 조합은 필요이상의 경비를 지출하게 되는 구조다”고 설명했다.

이 구역은 3차례의 시공사선정 총회에서 1차는 성원부족으로 무산된 바 있으나 조합은 총회 준비를 위해 8억여 원을 지출해야 했다. 그런 상황에서 3차 때의 총회마저 성원부족으로 무산될 수 없어 무리수를 두게 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는 조합원의 적극적인 참여가 없고 이 때문에 불필요한 비용을 지출하게 되는 구조다.

◇재건축·재개발과 무관한 사람들은 이해할 수 없는 구조 “안 나오면 나오게 하라!”
총회 참석에 수십만 원에서 수백만 원까지 오가!
성원부족으로 총회가 성사되지 않으면 그 동안의 노력은 물거품이 된다. 처음부터 다시 해야 한다. 이 때문에 총회 진행을 담당한 컨설팅업체에서는 무리수를 쓰게 된다. 한사코 나오지 않겠다는 조합원에게 현금을 줘가며 참석을 시킨다.
실제 수원의 한 재개발에서는 동의서를 받기위해 갈비세트를 선물하기도 했으며, 그 외 오간 현금이 수억 원에 달한다.
A구역 또한 성원을 이루기 위해 현금이 오갔으며, 그 비용 모두가 결국 조합에 영수증으로 돌아온다.

◇문제는 조합원 직접참석 ‘50%’
국토해양부는 지난 2006년 8월 ‘정비사업의 시공자선정 기준’을 고시했다. 제14조(총회의 의결) 제1항에 따르면 <총회는 조합원 과반수가 직접 참석한 경우에 의사를 진행할 수 있다.>라고 명시돼 있다. 즉 50%가 되지 않을 경우 총회는 성원되지 않는다. 결국 총회는 무산되는 것이다.

조합과 컨설팅업체 그리고 시공사들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법적인 요건을 채우기 위해 과다한 비용지출도 용납한다. 이 결과 10억 이라는 비용이 청구되며 결국 그 비용은 고스란히 조합원에게 전가된다.

◇정부, 직접참석 60%로 상향 조정 추진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시공사선정 총회의 직접참석을 현행 50%에서 60%로 상향 조정한다는 계획아래 법안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현행 50% 직접참석으로는 조합원의 의견이 총회에서 충분히 반영되지 않는다고 판단해 10% 상향조정한다는 것이다. 이 경우 총회를 개최하기 위한 비용은 더욱 올라갈 수밖에 없다. 재개발·재건축에서는 속칭 ‘짜고 치는 고스톱’이라는 말이 나돌고 있다. 즉, 시공업체가 같은 업체끼리 사전 담합을 통해 일부러 공사금액을 높게 제안서를 제출하는 것이다. 이런 현상은 이미 오랫동안 진행돼 왔으며, 그 관행은 지금도 사라지지 않고 있다. 담합하는 업체는 인근 다른 재개발구역에 똑 같은 담합을 통해 밀어주고, 당겨주고를 일삼는 것. 그 결과는 공사비 인상으로 주어진다. 수주하려는 업체가 이윤을 남긴 공사비로 390만원을 책정했다면 속칭 바지업체는 400만 원 이상을 써내는 것으로 경쟁에서 스스로 밀린다.

이런 관행으로 인해 총회에 아무리 많은 업체를 상정시킨 다해도 결국 바지업체만 늘 뿐이며, 총회성원을 위해 과다한 경비만 지출되는 구조다. 실제 정부는 대의원회에서 총회상정업체를 6개사까지 늘릴 예정이다.

이러한 부조리한 구조로 인해 아까운 재산 날리는 것은 조합원뿐이다. 조합원은 집이 있다는 이유로 서민에도 들지 못하며, 정부의 탁상정책에 멍들고, 업체의 담합에 피멍이 들며, 일부 조합의 커넥션에 무너지는 요지경속 시대를 살고 있다.

저작권자 © 뉴스워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