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래픽_뉴스워커 황성환 그래픽 1담당

[뉴스워커_국제정세] 정부가 일본과 군사정보를 공유하는 내용의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GISOMIA)을 종료하기로 했다. 청와대는 우리의 유화적 제스처에도 불구하고 일본의 태도에 전혀 없었기 때문에 원칙에 따라 대응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일본측은 유감의 표시를 하고 미국은 강한 우려와 함께 실망을 표현하고 있다. 이렇게 한․미․일 군사동맹으로 여겨졌던 지소미아를 종료함으로써 외교․안보는 물론 경제까지 불확실성이 고조되고 있다.

◆ 지소미아 종료라는 초강수 둔 청와대

김유근 청와대 국가안보실 1차장은 어제(22일) 오후 6시쯤 국가안보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를 마치고 한․일간 군사비밀정보에 관한 협정(지소미아)을 종료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그리고 협정의 근거에 따라 연장 통보시한 내에 외교 경로를 통해 일본 정부에 통보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청와대는 지소미아 종료 이유에 대해 일본과 외교관계가 악화되어 통상-외교 다방면에서 해결을 위해 노력해왔지만 일본의 태도 변화가 없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러한 상황에서 안보상 민감한 군사정보 교류를 목적으로 체결한 협정을 지속시키는 것이 우리의 국익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지난 15일 문대통령의 광복사 축사 당시만 해도 일본에 유화 제스처를 보내면서 지소미아는 연장되고, 이를 계기로 일본과의 대화의 통로가 열릴 것이라는 기대감 갖게 했다. 그러나 우리 측에서 지소미아 종료라는 초강수를 두면서 한․일 관계는 물론 한․미․일 외교안보에서도 스스로 고립을 자초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 일본 ‘당혹’, 미국의 ‘강한 우려’ 표현

정부가 지소미아 종료를 발표하자 일본 정부는 의외라는 반응을 보이면서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아베 신조 총리는 이날 오후 6시 30분쯤 총리 관저 퇴근길에 기자들로부터 관련 질문을 받았지만 한마디도 답하지 않고 굳은 표정만 지었다. 고노 다로 외무상은 이날 밤 ‘한국 정부에 대해 단호히 항의 한다’는 내용의 담화문에서 “지역의 안전보장 환경을 완전히 오판한 대응”이라고 평가하면서 “극히 유감”이라고 말했다. 또 일본 방위성의 간부는 “믿을 수 없다, 한국은 도대체 무엇을 하려고 하는 것인가, 일본 정부도 지금부터 대응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미국의 경우는 당초 ‘한․일의 신속한 이견 해결 촉구’라는 입장에서 오후에는 다시 논평을 내고 “강한 우려와 실망감을 표명한다”고 발언 수위를 높여 지소미아 종료 결정에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 한․미 동맹, 문제없을까

우리 정부의 지소미아 종료 선언에 따라 오는 11월 22일에 완전히 종료된다. 종료이후에는 한․미․일 정보공유약정(TISA․XLTU)에 따라 3국간 정보를 공유할 계획이라고 우리 국방부는 밝혔다. 티샤는 한․미․일 3국간 정보공유를 위해 2014년 12월 체결됐는데, 미국을 경유하도록 하는 간접교환 방식이다. 2012년 미소미아를 추진하다가 무산된 이후 3국간 정보 공유 중요성이 제기되면서 대체로 체결된 바 있다.

그러니까 미소미아는 한․일 간 군사정보를 직접 주고받는 것이고, 티샤는 미국을 통해 정보를 공유하게 되는 것이다. 여하튼 군사 정보를 주고받을 수 있는 경로는 남아 있는 셈이지만, 미국의 주도로 체결된 지소미아를 종료함으로써 ‘한․미 간 동맹’도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우리 정부는 지소미아 종료 결정까지 미국 측과 긴밀한 사전 협의를 진행했다면서 한․일문제일 뿐 전통적인 한․미동맹에는 별다른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국내 전문가들은 정부와는 견해가 다르다. 김현욱 국립외교원 교수는 당초 미국이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구성한 중심축은 한․미․일 삼각협력이었는데, 트럼프 정부 들어 인도, 호주, 일본, 미국 4개 국가로 달라졌다고 말했다. 이는 아시아 전략에서 한국이 역할을 하지 못한다는 인식을 미국이 하고 있다는 뜻인데, 이러한 상황에서 한국이 일본과의 고리를 끊어버릴 경우 미국으로서는 한국이 동맹에서 이탈하는 것으로 인식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지소미아 종료로 한․미․일 안보 공조도 흔들릴 수 있다. 미국 언론들과 미국 전문가들도 미국의 주요 동맹국인 한국과 일본의 관계가 악화됨과 동시에 한․미․일 안보협력이 약화될 가능성에 대한 우려를 제기했다. 일각에서는 중국은 이 틈을 노리고 한국과 일본을 중국 쪽으로 끌어안을 전략을 구사할 것이라는 추측도 나오고 있다. 또한 중국과 러시아의 군사 공조 움직임이 더 활발해질 수 있으며, 미국으로서는 북한과의 비핵화 협상도 쉽지 않을 수 있다. 결과적으로는 한반도 안보가 위험해질 수 있다. 실제로 한․일 간 경제 갈등이 시작되면서 중국과 러시아의 군용기가 독도 영공과 한국방공식별구역, 일본방공식별구역을 무단으로 넘나들기도 했다.

◆ 경제적 불확실성도 증가

우리 정부가 지소미아를 종료하는 것은 일본 측에 전면전을 벌이겠다는 의도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결국 일본 정부는 백색국가 제외 조치가 시행되는 28일 이후 수출규제 품목을 늘릴 가능성도 커졌다. 즉, 우리 경제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는 것이다.

이에 대해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어떠한 상황에서도 우리 경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최소화되도록 엄밀하게 상황을 관리하고 점검 보완하며 적극 대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정부에서도 경제적 파장을 감수하고 지소미아 종료를 선언했다는 뜻이기도 하다.

물론 사정은 일본도 마찬가지일 것으로 보인다. 결국 양국은 한치의 양보없는 강경대치로 나서면서 안보는 물론 경제까지 더욱 꼬이는 상황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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