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G7이 폐막했지만, 글로벌 문제의 가장 중심에 있는 미중 무역갈등에 대해 G6의 다른 정상들이 제동을 걸지 못하는 등 트럼프 대통령의 눈치를 보는 모습이 드러나면서 G7 존재에 대한 무용론 등이 제기되고 있다. 그래픽_황성환 뉴스워커 그래픽 1담당

[뉴스워커_국제정세] 지난 24~26일(이하 현지시각) 프랑스 비아리츠에서 열렸던 G7 정상회의가 막 내렸다. 이 자리에서 G7은 이란 핵문제와 지구온난화, 북한 비핵화, 통상 분쟁, 글로벌 경기둔화 등을 놓고 협의를 벌였다. 그리고 무역, 이란, 우크라이나, 리비아, 홍콩의 5가지 항목에 관해 몇 줄씩 짧게 기술한 1쪽짜리 성명을 발표했다. 지난해 캐나다 퀘백에서 열린 G7 정상회담에서 정상들 간에 극심한 이견으로 공동선언 도출에 실패한 것에 비하면 그나마 진전된 모습이라는 평가다. 하지만 이는 실질적인 공동성명이 아닌데다가, 글로벌 문제의 가장 중심에 있는 미중 무역갈등에 대해 G6의 다른 정상들이 제동을 걸지 못하는 등 트럼프 대통령의 눈치를 보는 모습이 드러나면서 G7 존재에 대한 무용론까지 제기되고 있다.

◆ 이란 핵합의 파기 문제, 미국과 G6 입장차 있어

G7은 성명서에서 이란 핵문제와 크림 반도의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간 갈등 해법의 마련의 중요성에 공감하고 홍콩의 자치를 지지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또한 G7 국가들은 개방된 공정한 세계무역과 글로벌 경제의 안정을 위해 노력한다는 내용, 지식재산권 보호 강화와 불공정 무역관행을 없애고 분쟁을 신속히 해결하기 위해 세계무역기구(WTO)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내용 등이 포함됐다.

겉으로 보면 G7이 현재 이슈가 되고 있는 글로벌 문제 해결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포함한 것처럼 보이지만, 이 성명은 공동선언 형식이 아닌 G7을 대표해 의장국인 프랑스 대통령이 발표한 성명이라는 점에서 G7 정상들 간에 이견이 존재한다는 것을 보여준다는 지적이다.

그 가운데 가장 큰 이견 중 하나는 이란 핵합의 파기와 관련된 문제이다. 미국이 지난해 5월 핵합의(포괄적 공동행동계획․JCPOA)에서 일방적으로 탈퇴한 이후 중동위기가 고조되고 있어 이번 G7 정상회담 자리에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이란의 모하마드 자바드 자리프 외무장관을 25일에 깜짝 초청했다.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미국과 이란을 중재하고자 했던 것이다.

이날 마크롱 대통령의 초청으로 비아리츠에 도착한 자리프 장관은 마크롱 대통령은 물론 장이브 로드리앙 프랑스 외무장관, 영국 및 독일 관리 등에게 핵합의 유지 노력과 관련한 자국의 입장을 설명했다는 외신들의 보도다. 특히 마크롱 대통령과 자리프 장관은 이날 회동에서 미국의 이란에 대한 원유 수출 제재 완화를 포함해 이란의 핵합의 준수를 전제조건으로 한 경제적 보상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미국과 이란이 실질적인 회담까지는 이어지지 못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이번 G7 정상회의가 있기 전부터 이란과 미국을 상대로 설득 외교를 벌여왔다. G7 개막 직전인 23일에도 자리프 장관을 엘리제궁에 초청하여 대이란 제제 완화 등 경제적 보상책을 제한하고 이란의 핵합의 복귀․의무사항 준수를 촉구했다. 또 마크롱 대통령은 25일 오찬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이란 핵합의 복귀를 설득하고, 만찬자리에서도 다른 정상들과 함께 이란 문제를 집중적으로 논의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이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26일 “이란 외무장관을 만나는 것은 시기상조”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란 핵문제와 관련한 갈등 해법에 대해 “우리가 원하는 것은 단순하다. 그것은 비핵화”라면서 “이란과 탄도미사일에 관해 얘기하고 대화의 시기에 관해서도 얘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이란이 비핵화 의지를 보일 때 대화하겠다는 의도이므로 사실상 미국과 이란 간 대화의 자리가 쉽게 마련될 지는 미지수이다. 결국 이란 핵합의 문제를 놓고 미국과 G6 국가들과의 입장차를 드러낸 것이라 볼 수 있다.

◆ G6, 미․중 무역갈등에 제동 못 걸어

사실 현재 해결이 시급한 것은 미․중 무역갈등이다. 이로 인해 G7 국가들도 피해를 입고 있기 때문이다. 독일의 경우만 해도 미․중 무역전쟁으로 인해 중국경제가 둔화 되면서 자동차 등의 대중수출이 줄어 4~6월 실질국내총생산(GDP)이 전년 동기 대비 0.1% 감소했다. 7~9월에도 마이너스 성장에 빠져 경기후퇴 국면에 진입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면 G6 국가들은 미국에 중국과의 무역마찰을 억제하도록 강력하게 촉구해야 하지만 이에 제동을 걸지를 못했다. 자칫 트럼프 대통령의 심기를 건드려 더 큰 무역보복을 당할까 몸을 사린 것이다.

미국 측에 따르면, 미국은 유럽연합(EU)과는 1천693억 달러, 일본과는 676억 달러의 무역적자를 안고 있다. 이 때문에 미국은 EU와 일본에 무역불균형 시정을 위한 무역협상을 압박하고 있는 상황이다. 즉, 미국은 EU에서 수입하는 자동차와 부품에 추가관세를 물리는 방안을 검토 중이며, 프랑스가 IT 기업에 부과하기로 한 디지털세 대한 보복으로 프랑스산 와인에 대한 추가 관세 부과 카드를 검토 중이다. 물론 EU도 미국이 추가관세를 부과하면 보복할 태세여서 미국과 EU 사이는 살얼음판이다. 상황이 이러하니 G6 국가들이 미국에 미중 무역갈등 해소 촉구를 할 수가 없는 것이다.

이렇게 G7이 한 목소리를 내지 못하자 G7 존재 무용론까지 등장했다. 미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는 22일 ‘G7은 죽었다’라는 내용의 기사를 통해 G7정상회의가 열리기 전부터 부정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이 기사를 쓴 마이클 헐시는 유럽 주요 성장엔진이었던 독일의 경기침체를 언급하면서 글로벌 불황을 예방하기 위한 G7의 정책수립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러나 G7 회의가 열리기도 전부터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미국과의 이견을 이유로 참가국 공동성명을 발표하지 않기로 밝히자, 헐시는 “세계 경제가 망하든 말들 G7 국가들은 합의할게 거의 없다”고 말했다. 또한 G7 제도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 이전부터 문제를 보유해온 쇠퇴하는 제도”라며 G7 무용론을 제기했다.

헐시가 비판한 것처럼 G7 정상회의가 결국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폐막됨으로써 현재 직면해 있는 글로벌 갈등들은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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