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안도현은 스무 살 무렵부터 백석을 짝사랑했다. 백석의 시가 "내가 깃들일 거의 완전한 둥지"였으며 어떻게든 "백석을 베끼고 싶었다"고 고백하던 그가 백석의 생애를 문장으로 옮겼다. 오산학교 재학시절, 일본 유학생으로 보내던 시간, <사슴>을 세상에 내고 '여성'지 편집을 하던, 빛나는 문학청년의 시기, 만주 유랑, 북에 남은 후 노동자로서 보낸 삶을 성실한 자료조사와 함께 엮어낸다. 백석의 삶은 빛의 시기와 어둠의 시기가 교차한다. 위대한 시인의 조용한 죽음을 두고 "삶은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살아내는 것"이라고 평하는 부분에 이르면 고요한 감동이 느껴진다.

절창 <남신의주 유동 박시봉방>의 발표에 얽힌 이야기, 널리 알려진 자야와의 사랑 이야기, 조용한 노동자로서 보낸 그의 말년 등 백석의 시를 사랑한 독자가 궁금해할 만한 이야기가 두루 실렸다. 백석의 삶의 궤적을 그가 남긴 시와 따라 읽노라면 어느덧 눈이 나리는 서북의 풍경이 그려질 듯하다.
 

저작권자 © 뉴스워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