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에 이번 정부만큼 부동산 살리기에 나서는 정부는 없을 정도다. 박근혜정부가 출범한 2013년 이후 지속적인 부동산 당근정책을 쏟아내고 있지만 여전히 시장은 무반응 일색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로 인해 박 정부는 침체된 부동산 살리기라는 사명이라도 안은 것 처럼, 위축된 매매시장의 회복과 고공행진 중인 전세시장의 안정화에 모든 동력을 동원하고 있다.

반면 시장의 무반응으로 박정부는 사면초가에 몰린 양상이다. 지난 1월 이후 매매가의 반등행진이 이어질 것으로 보였던 부동산시장은 4월들어 임대차선진화방안이라는 모호한 정책을 내놓는 통에 시장은 다시 쪼그라들고, 살아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상승세는 일부 부촌지역 재건축아파트 뿐이며, 그 외 일반아파트의 시세는 금융이자의 턱밑에도 모자라는 모습이다.

이 때문에 전세가의 고공행진에도 불구하고 세입자의 매매전환은 물음표가 생길 수 밖에 없다.
전세가율(매매가격 대비 전세가격 비율)이 역대 최고수준을 보이고 있고, 대출환경이 개선됐음에도 불구하고 전세 세입자의 매매전환이 쉽게 발생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본지와 부동산114에서는 전세가율이나 대출 등의 외부적 환경요인과 함께 매매전환비용, 세입자 체감 정도 등의 내부적 요인도 함께 살펴봤다.

서울 전세가격 2.93배 오르는 동안 매매가격은 2.64배 올라
2000년 말 기준 서울 아파트의 평균 전세가격은 1억 1,096만원, 매매가격은 1억 9,789만원으로 전세가율 56.1%, 매매전환비용은 8,693만원 이었다. 그로부터 14년이 지난 현재(2014.06.13 기준) 평균 전세가격은 3억 2,492만원, 매매가격은 5억 2,147만원으로 각각 2.93배, 2.64배 상승하며, 전세가격 상승폭이 더 크게 나타났다.

매매가격은 2009년까지 상승하다 이후 소폭의 등락을 거듭하는 보합세의 흐름을 유지하는 반면 전세가격은 지속적으로 상승세를 보였으며, 특히 매매가격의 변곡점이 된 2009년 이후에는 연 평균 8%의 높은 변동률로 매매가격과의 가격격차가 줄어들었다. 금융위기 이후 부동산 가치하락에 따라 매매시장이 제자리 걸음을 하는 사이 상대적으로 안정자산으로 여겨지는 전세시장에 수요자들이 집중된 영향으로 보이며, 그 결과 매매가격과 전세가격의 격차가 1억 9,655만원으로 2004년 이후 10년 만에 2억 원 아래로 떨어졌다.

▲ (주1)매매가격과 전세가격이 존재하는 서울 소재 아파트 가격 데이터 활용(주2)매년 말 시세기준이며, 2014년은 6월 13일 기준(주3)자료의 대표성을 위해 연립 및 다세대는 제외자료제공=부동산114

매매전환비용 감소 및 대출금리 하락, 매수환경은 더 좋아져
금융위기가 발생한 2008년의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과 전세가격은 각각 5억 5,122만원과 1억 9,326만원으로 전세가율은 약 35.1%였다. 하지만 이후 시장의 침체와 전세물량 감소 영향으로 매매가격은 2,975만원 하락했고, 전세가격은 1억 3,166만원 상승하며 전세가율이 62.3%까지 치솟았다(2014.06.13 기준). 즉, 2008년에는 전세 세입자가 거주하던 주택을 매입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전세 보증금 외 3억 5,796만원이 필요했지만 2014년 6월에는 1억 9,655만원만 필요하다는 것이다. 6년 만에 무려 1억 6,141만원의 매입금액이 감소한 것이다.

동 기간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비교해보면 2008년에는 7.00%였지만 2014년(4월 기준)에는 3.69%로 절반수준으로 떨어졌다. 또한 2013년부터 시행된 공유형 모기지의 시행으로 생애최초주택 구입자나 무주택자에 대해서는 1%~2%대의 저금리로 주택담보대출을 이용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됐다. 이를 달리 표현한다면 수요자가 주택을 구입할 수 있는 여건이 과거보다 훨씬 좋아졌다는 것이다.

매수여건이 개선됨에 따라 시장의 회복효과를 단순 측정해볼 수 있는 거래량을 살펴보면 2008년 6만 3,347건, 2014년(5월 기준)에는 3만 7,130건이 발생했다. 1년의 절반이 채 지나지 않은 상태에서 2008년 거래량의 59%까지 기록한 것이다. 수치상으로 보면 분명 거래량 증대에 효과를 줬다고 볼 수 있지만 그 정도는 크지 않은 편이다. 대출금리가 절반수준으로 낮아지고, 매매전환금액도 1억 6,000만원 넘게 줄었지만 수요자들, 특히 전세 세입자들을 매매시장으로 이끌어냈다고 평가하기에는 그 결과치가 다소 미미해 보인다.

▲ (주1)매매전환비용:평균매매가격-평균전세가격(주2)매매거래량:2008년은 전체 거래량, 2014년 5월까지 거래량 기준자료=부동산114

수요자들의 심리적 부담이 매매전환 가로막아
전세가격이 역대 최고로 치솟은 반면 매매가격은 제자리 걸음에 머무르고 있다. 또한 과거와 달리 낮은 금리로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 있다. 이는 매도자 보다는 매수자 우위의 시장 분위기를 형성하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거래시장, 특히 전세 세입자들의 매매전환은 생각만큼 활발하지 않은 모습이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심리적 부담감에서 찾아볼 수 있다.

전세 세입자가 거주하던 주택을 매입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전세 보증금 외에 추가 매입자금이 소요된다. 2014년을 기준으로 추가 매입자금 산정시 기존 전세보증금 외에 1억 9,655만원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2000년 8,693만원보다는 높은 금액이지만 가장 높았던 2009년 3억 6,576만원보다는 1억 원 이상 낮으며, 2004년 이후 10년 만에 2억 원 아래로 떨어진 금액이다.

단순히 금액만을 가지고 보면 과거보다 부담이 줄었다고 할 수 있지만 이는 전세 세입자의 자금상황을 고려치 않은 판단이다. 추가 매입금액은 말 그대로 기존의 자금(전세 보증금)외에 추가로 조달해야 하는 금액인 만큼 일종의 부채로 잡힐 수 있는 부분이다. 2014년 기준 추가 매입금액(1억 9,655만원)은 기존 전세 보증금의 60.5%에 해당한다. 즉, 전세보증금의 절반이 넘는 금액을 다시 조달해야 한다. 역대 추이로 살펴봤을 때 비중이 가장 낮지만 세입자로서는 부담이 될 수 밖에 없는 금액인 것이다. 왜냐하면 전세 세입자에게 있어 추가 매입자금은 대부분 대출에 의존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 자료:부동산114

2009년 이후 전세가격은 연 평균 8% 수준의 상승률을 보이고 있고, 세입자들은 상승한 전세금을 조달하기 위해서는 저축성 자산 외에 대출을 이용해야만 했다. 즉, 기존의 자산인 전세 보증금에는 이미 일정부분 대출이 포함되어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매매전환을 위해 기존 전세금의 절반이 넘는 금액을 조달하는 것은 분명 부담으로 작용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더욱이 매매시장이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고 하지만 상승을 논하기에는 아직 시장이 불확실한 측면이 있다. 이런 시점에 전세 세입자들이 아무리 매수환경이 개선됐다고 해서 금액의 부담을 느끼며 매매로 전환하기에는 분명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 자료=부동산114

매매가격 구간별로 살펴봤을 때는 6억 초과 고가 아파트의 매매전환비용(4억 1,751만원) 및 전환비중(77.6%)이 가장 높게 나타났고, 6억 이하, 1억 이하, 5억 이하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실제적으로 서울 내에서 2억 이하 아파트 비중이 거의 없는 점을 감안하면 매매가격이 높을수록 매매전환비용 및 전환비중이 높은 경향을 보이고 있다. 주목해봐야 할 점은 서울 평균 아파트 매매가격(5억 2,147만원)이 속한 6억 이하 구간의 수치다. 매매전환에는 약 2억 원의 추가비용이 소요되지만 이는 전세 보증금의 57.8%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5억 이하 구간도 47.6%라는 높은 비중을 차지한다. 서울에서 가장 많은 가격대의 아파트 매매전환에 기존 전세금과 그 전세금의 절반에 해당하는 금액이 추가로 필요하다는 점은 왜 매매전환이 잘 이루어지지 않은지를 일정부분 보여주는 수치이다.

표면상에 드러난 금액으로 시장을 움직이기에는 한계 보여
2009년 금융위기 이후 부동산 시장에는 많은 변화의 바람이 불었다. 과거와 같이 ‘사두면 돈 되는 아파트’가 아니라 ‘팔아야 본전 되는 아파트’로 인식이 변했고, 다세대 주택에서 주로 볼 수 있었던 월세의 흐름이 아파트 시장에서도 자리잡기 시작한 것이다. 집을 가진 집주인들은 시세차익을 실현하기 다소 어려워지자 임대시장으로 눈길을 돌렸고, 부채의 성격을 지닌 전세보다는 고정적 수익이 가능한 월세를 더 선호했다.

반면 임차인들로서는 매월 부담하는 월세보다는 저리의 대출을 통해 낮은 주거비용을 지불하는 전세를 선호하고, 결국 수요와 공급의 논리에 따라 전세가격이 천정부지로 오르게 된 것이다. 이에 정부로서는 시장의 안정화를 위해 전세 세입자들의 매매전환을 유도했지만 생각만큼 쉽게 움직여지지는 않았다. 전세 세입자들로서는 그 동안 오른 전세금을 대출을 통해 충당했지만, 매매전환을 위해 기존 전세금의 절반이나 해당하는 금액을 또다시 대출하기에는 부담으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전세가율의 상승이나 매매가격의 하락 등 표면상에 드러난 수치만으로는 시장의 움직임을 기대해 볼 수 있었지만, 실제 전세 세입자들의 체감 정도는 수치에 훨씬 미치지 못하고 있는 중이다. 결론적으로 보면 전세 세입자들은 매매전환에 대해 관망세를 보이며 안하고 (don’t)있는 것이 아니라, 부담감 때문에 못하고(can’t)있는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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