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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워커_남북정세] 북한이 4개월 만에 또 다시 헌법을 개정하면서 국무위원장직에 권능을 강화했다. 북한의 헌법 개정이 향후 북미 비핵화 협상 국면에서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주목된다.

북한은 29일 평양 만수대의사당에서 대의원 687명이 참석한 가운데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2차회의를 열고 ‘국무위원장은 최고인민회의 대의원을 맡지 않는다’고 명시했다.

최룡해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을 의정보고를 통해 “국무위원회 위원장의 법적 지위와 권능과 관련하여 국무위원회 위원장은 전체 조선 인민의 총의에 따라 최고인민회의에서 선거하며 최고인민회의 대의원으로는 선거하지 않는다는 내용을 새로운 조문으로 규제했다”고 밝혔다.

◆ 北, 최고인민회의서 대내외적 권한 강화…“최고영도자 유일 영도 보장”

또한 최룡해 상임위원장은 “국무위원회 위원장은 최고인민회의 법령, 국무위원회 중요 정령과 결정을 공포한다는 내용과 다른 나라에 주재하는 외교대표를 임명 또는 소환한다는 내용을 새로 보충했다”고 전하며 김 위원장의 외교적 권한도 강화됐음을 시사했다.

이를 통해 국무위원회 위원장의 법적 지위는 더욱 공고히 됐으며 국가사업 전반에 대한 최고영도자의 유일 영도를 확고히 보장할 수 있게 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국무위원장의 역할이 강화되면서 국무위원회의 지위 및 기능도 강화됐다. 국무위원회 정령, 결정, 지시, 집행정형을 감독하고 대책을 세운다는 내용을 비롯해 국무위원회의 임무와 권한이 수정 보충됐다.

김정은 위원장의 내부적 권한이 강화되고, 대사 임면 권한까지 얻게 되면서 대내외적으로 국가지도자의 대표적인 책임성을 공고히 하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 김정은 대외 메시지 없어…비핵화 협상 국면 전개에 관심

이날 회의에서는 관심을 모았던 김 위원장의 대외적 메시지는 나오지 않았다. 당초 최고인민회의가 1년새 두 차례나 이례적으로 열리면서 북미 비핵화 협상의 교착 국면에서 한반도 정세와 관련된 메시지가 나오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었다.

하지만 이날 대외적 메시지보다는 김 위원장의 외교적 권능이 강화됨에 따라 북한의 이같은 헌법 개정이 추후 비핵화 협상 국면에서 어떻게 활용될지 주목된다.

한편 우리 정부는 경색된 남북관계 속에서 지속적인 활로를 모색하기 위해 노력하는 모양새다.

문재인 대통령은 30일 태국 방문을 앞두고 태국 영문일간지 ‘방콕 포스트’와 가진 서면 인터뷰에서 “아세안 10개국 정상이 함께 모인 자리에서 김정은 위원장이 함께하는 기회를 가진다면 한반도와 동아시아 평화에 매우 의미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오는 11월 부산에서 열리는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에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참석해 줄 것을 촉구했다.

◆ 경색된 남북관계 속에서 김정은 방한 촉구 메시지

앞서 청와대가 김정은 위원장의 참석 여부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는 뉘앙스를 밝혀오긴 했으나 문 대통령이 직접 이를 언급하면서 김 위원장에 대한 참석 희망은 사실상 방한 초청으로도 읽을 수 있다.

문 대통령은 “김 위원장은 세 차례 남북정상회담과 두 차례 북미정상회담에서 핵 대신 경제발전을 택함으로써 미래로 나아가겠다는 의지를 밝혔다”고 김 위원장의 비핵화 의지를 강조한 후 “북한이 핵을 버리고 모두와 함께할 수 있도록 아세안이 역할을 해달라”고 말했다.

북미 비핵화 협상이 좀처럼 진도를 나가지 못하는 상황을 맞은 가운데 남북관계 역시 소강국면에 놓여있어 북한의 대응이 주목된다.

지난 6월 30일 판문점에서 남북미 정상이 만난 이후 북한은 연일 대남 비난 수위를 높이며 막말을 하고 있고, 한미 연합연습에 반발하며 군사적 도발을 감행해 왔다.

이렇기에 남북관계 해빙에 있어서도 북미 비핵화 협상 재개가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우리 정부는 북미의 접촉에 촉각을 세우고 있는 상황이다.

김 위원장의 방한 문제 역시 북미 대화의 진전 속도에 달린 것으로 보고 있다. 북미가 실무 협상에서 비핵화 문제에 대해 공감대를 이루고, 관계 개선이 이뤄져야 남북도 경제 협력 등 교류 문제를 논의할 여력이 생기기 때문이다.

한편 북한이 최고인민회의를 마치면서 북미 실무 협상 재개가 임박했다는 관측도 나온다. 김정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한미 연합연습 이후 협상을 재개하자고 시사한 만큼 내달 초에는 북미가 접촉할 가능성이 있기에 북한의 반응에 눈길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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